논평_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4.23)
등록 2013.08.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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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보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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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1시 경 평안북도 용천군 용천역에서 LP가스를 실은 화물열차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북한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상황파악이 어렵다. 다만 이번 사고가 LPG가스 폭발이며, 용천역 주변에 주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사고 경위나 피해 규모 등에 대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부분 언론들은 조심스러운 보도태도를 보였다. 신문 별로 사고의 원인이나 발생 시간, 피해 규모 등에 대한 보도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테러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섣부른' 보도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북 대규모 열차 폭발사고>에서 "당초 사고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당시에는 김 위원장을 표적으로 한 의도적 테러가 나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일단 단순대형폭발사고로 굳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어진 3면 기사 <단순사고인가 아닌가>에서 조선은 "이번 사고가 단순 대형 사고인지, 아니면 김정일 위원장을 노린 테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중국을 갔다온 바로 그날, 돌아오는 길목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 "열차 내왕이 많지 않은 북한에서 두 량의 열차가 충돌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 "북한 내 반김정일 세력이 의도적으로 유조차량에 승용차를 충돌, 대형 폭발사고를 야기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며 '테러' 가능성을 추측하고 나섰다.


경향신문도 김정일 위원장의 신변안전 문제를 부각하며 '암살 첩보'를 언급하는 등 섣부른 접근태도를 보였다. 다만 경향은 조선일보와 같이 '반김정일 세력에 의한 테러 가능성'으로까지 몰고가지는 않았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북 의문의 대형 폭발사고>에서 제목부터 '의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의혹을 부풀렸다. 기사에서도 "용천역은…김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지나가기로 예정된 곳이어서 김위원장의 안위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사고는 특별열차 통과 후 9시간여만에 발생한 셈이 되지만 김위원장이 귀로에 공장 등을 방문했을 수도 있다"며 사고와 김위원장의 신변안전 문제를 연결시켰다. 3면 기사 <"용천역 반경 100m 쑥대밭">에서는 중국 단둥에서 김위원장 암살 첩보가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신문들은 사고 경위를 중심으로 보도해 조선, 경향과는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1면 <북 대규모 열차 폭발사고>에서 '사상자 수천명', '북한이 외부에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막기위해 국제전화선을 끊었다' 등을 '소문'으로 표현하면서 비교적 조심스럽게 이번 사고를 보도했다. 또 '김위원장 테러 기도'에 대해서는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3면 <역주변 폐허…파편 신의주까지>에서 동아는 1970년대 중반 항경남도 흥남역 사고, 1987년 함경북도 화성군 사고 등 열차폭발사고를 보도하며 이번 사고도 북한 철도의 '노후화'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면 <북 용천역서 대규모 폭발>에서 단순 보도했으며, 한겨레신문도 2면 <북 대규모 폭발사고>에서 연합뉴스의 기사를 받아 단순 보도했다.


이번 폭발사고와 관련해 사고 경위나 피해 규모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 언론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특히 북한과 관련한 사건일 경우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며, 자칫 섣부른 보도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만큼 신중한 보도태도가 요구된다.
그 같은 측면에서 '반김정일 세력에 의한 테러가능성'까지 추측하고 나서는 등 조선일보의 조심성 없는 보도태도는 문제가 있다. 만약 조선일보가 추측한 것처럼 '반김정일 세력에 의한 테러'일 경우 이는 동북아 정세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언론의 차분한 보도 태도를 촉구한다.


 

2004년 4월 2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