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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이라크 파병 관련 국회의원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4.4.17)
등록 2013.08.09 15:41
조회 379

 

 

 

왜 제목과 내용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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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사회 주요 의제에 대한 일부 언론의 '여론몰이'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언론은 편파·왜곡까지 동원해 대통령 탄핵소추나 이라크 파병 문제 등 주요 사회의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17일,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 299명 가운데 230명을 상대로 대통령 탄핵소추와 이라크 파병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며 1면에서 <이라크 파병, 贊 44.8% 反 12.6%>라는 제목으로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이 기사의 제목을 보면 마치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다수가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기사는 조사결과와 제목이 틀려 중앙일보가 '이라크 파병 찬성' 쪽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왜곡된 제목을 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킨다.
실제 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44.8%가 '예정대로 보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다음으로는 '17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38.3%), '보내지 말아야 한다'(12.6%)의 순"이라고 보도했다. 즉 '예정대로 이라크 파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44.8%이고, 나머지 50.9%의 의원들은 '재논의 하거나 보내지 말자'는 의견인 것이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이를 '이라크 파병 찬반'으로 제목을 달아 '재논의' 의견을 낸 38.3%의 당선자들의 의견을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우리는 중앙일보가 왜 기사만 읽어봐도 쉽게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속임수'를 썼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지금 이라크 현지는 '내전'상태로까지 악화되고 있고, 그 여파로 미 부시정부의 기저가 흔들리고 있는 지경이다. 한 마디로 이라크 사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때문에 '파병반대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와 대다수 국민들은 추가파병 철회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파병 시기 재검토' 등등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중앙일보는 여론조사 결과와 맞지 않는 제목을 뽑으며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서는 것인가. 혹시 17대 국회가 이라크 파병에 대해 재논의하는 것을 사전에 막아보자는 '단도리'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앙일보가 지난 3월 22일 '제2창간 10년'을 기해 독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중앙일보는 "또 하나의 권력기관으로서 우리 신문이 때로는 정파적 이해에 끼어들고 정확하지 못한 기사로 펜을 칼처럼 휘둘러 무고한 인권을 해치고 개인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점은 없었는지 몸을 낮춰 자숙하면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신문 기사의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보도와 분석과 의견을 엄격히 구별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중앙일보는 도대체 왜 이러는가. 그렇게도 중앙일보에게는 이라크 파병이 절실한 문제란 말인가.
최근 조선, 동아와 부분적으로 차별성 있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앙일보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본회는 중앙일보가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늘 중앙일보의 이라크 파병 관련 국회의원 당선자 여론조사 보도는 중앙일보의 변화를 바라는 많은 독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중앙일보의 자성과 변화를 촉구한다.

 


2004년 4월 1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