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3월 31일 총선출마 등록 후보자 정보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총선미디어연대 일일논평(2004.4.1)
등록 2013.08.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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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 조장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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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돼 첫날인 3월 31일 657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쳤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재산, 병역, 전과와 함께 최근 5년간의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 등 3가지 세금납부 및 체납실적을 선관위에 보고해야 한다.
4월 1일 대부분 신문들은 후보자 등록 현황과 함께 후보자의 재산, 납세, 병역, 전과를 '분석'한 기사를 1면과 정치면에 걸쳐 실었다. 그러나 상당수 기사들이 옥석을 가리는 꼼꼼한 분석 대신 "전체 후보자 가운데 몇 %가 이런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다룸으로써 정치적 혐오를 부추길 우려가 있었다.
예를 들어 과거보다 '가난한' 진보정당 후보들의 출마가 늘어났기 때문에 단지 '평균적인 납세액이 적다'는 식의 비판을 부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럼에도 많은 기사들이 이와 같은 보도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두드러졌다.
한편,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과정에서 '전과'를 갖게 된 후보들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 각 신문들이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이들의 '민주화운동' 경력을 강조한 반면 조선일보는 '전과 기록'의 수치를 중심으로 보도했다.


'정치혐오' 부추기는 제목달기


4월 1일 조선일보는 1, 2면 기사의 제목을 <후보 17% 소득세 10만원도 안내>, <35%가 국민 평균 소득세보다 적게 납부>로 달았다.
경향신문도 <후보 17% 소득세 10만원도 안내>(1면), <후보 17명 5년간 납세 '0'>(3면)라고 제목을 달았으며, 동아일보도 1면 기사의 제목을 <후보 113명 재산세 0원>이라고 달았다. 다만 경향신문은 기사를 통해서는 '평균 이하 소득세 납부 전문직', '납세액 0원 후보' 등을 나눠 구체적인 사례들을 일부 소개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제목 달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후보가 문제가 있는지 드러내지 않으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소득세가 누진세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개개 후보자들의 소득 내역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 '17%가 10만원도 안냈다', '17명이 세금을 한 푼도 안냈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후보자들의 신고 내역에 따르면 재산 없이 빚만 있는 후보가 31명에 달해 '113명 재산세 0원'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는 것도 곤란하다.
반면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49세 이하 54% 정치권 세대교체>로 달아 후보자들의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췄으며, 5면 기사에서는 <세금 1억 7500만원 체납한 후보도>라는 제목으로 단순 납세액이 아닌 '체납' 문제를 부각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도 기사 내용에서는 "재산세를 한 번도 내지 않은 사람은 113명…민노당 23명, 열린우리당 22명, 자민련 16명"라는 식으로 보도해 큰 차이가 없었다.
한겨레는 정당별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과 납세 신고액, 체납액을 도표로 제시해 단순히 저조한 납세 실적만을 강조한 신문들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민주화 별'과 '전과기록보유자'의 차이


후보자들의 전과 기록에 대해서는 각 신문들이 미묘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전과의 내용을 무시한 후보들의 전과 비율은 20%. 그러나 이 가운데는 과거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과정에서 전과를 얻게된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언급했는데, 특히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들의 '전과'를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표현하면서 다른 후보들의 전과와 분명하게 구분해 드러나는 '전과 기록' 수치만으로 정당과 후보자를 평가하지 않도록 했다.
한겨레신문은 3면 기사 <5명중 1명 전과…대부분 민주화 '별'>에서 전과를 가진 후보자들이 민주노동당 42명으로 가장 많고, 열린우리당 39명으로 그 뒤를 이었지만 "대부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얻은 '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도 4면 기사 <5명중 1명꼴 전과기록>에서 "외형적으로 우리당과 민노당 후보가 전체 전과자의 61%를 차지해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전과기록을 가진 이들 후보의 상당수가 과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이나 노동조합법을 위반해 처벌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전과기록의 상당부분은 사면, 복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기사 내용과 달리 '전과 후보'의 숫자를 단순히 부각시킨 제목 <5명중 1명꼴로 전과기록>은 경향신문의 제목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전과 기록 수치를 부각하는 한편 '민주화운동'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의 작은 제목을 '20% 전과기록'이라고 한 데 이어, 3면 기사 <'전과' 대부분 시국 관련>에서도 "전과기록이 있는 후보자 수는 20%에 육박하는 131명이었고 이 중 민주노동당과 열린 우리당 후보가 절반이 넘는 81명을 차지"하며 "특히 민주노동당은 이날 등록한 86명의 후보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2명이, 열린우리당은 168명 중 23%인 39명이 전과기록을 갖고 있었다"면서 '전과 비율'을 강조했다.
또 조선일보는 이들의 전과기록이 "대부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노동쟁의조정법, 국가보안법 등 시국·노동관련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4면 <전과자 131명 대부분 시국사범>에서 각 당의 '전과 후보' 숫자와 그 비율을 단순히 나열했는데, '정당별 전과자 비율'을 그래프로 나타내 독자들에게 '전과의 내용'에 관계없이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에 '전과자가 많다'는 이미지를 줄 우려가 있었다.


그 밖에 후보자들의 병역 관련 보도에서 대부분 신문들은 후보자들의 병역 면제 사유를 민주화운동 등으로 인한 면제와 '석연치 않은' 사유로 면제받은 경우를 구분했다. 그러나 <병명확인 불가·입영기피 후 종료…'석연찮은 면제'>(조선일보 3면)나 <후보 17%가 군면제 받아>(경향신문 4면)처럼 후보자들의 병역 면제 사유가 전반적으로 '의혹'이 있다는 듯이 제목을 달거나 전체 미필자 비율을 부각하는 제목을 다는 것은 자칫 후보자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고 '정치적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군미필자 비율을 표나 그래프로 나타낸 경우도 '군대 간 사람', '군대가지 않은 사람'으로 뭉뚱그려져 분류해 면제 사유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아쉬웠다.


한편 동아일보는 후보자 정보와 관련해 가장 적은 양의 기사를 실었다. 대신 동아일보는 12면에 4시 40분까지 선관위에 등록된 후보들의 <병역 재산 납세현황>을 실었으나(여기에서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정형근 후보의 재산을 237만원으로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배달판에서는 <17대 후보 등록현황>으로 바꾸어 등록 후보자들의 명단만을 남기고 자세한 후보자 정보를 싣지 않았다.

 


2004년 4월 1일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