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8시뉴스의 탄핵관련 보도'에 대한 2004총선미디어연대 논평(2004.3.30)
등록 2013.08.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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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BS는 '탄핵결의'에 힘 실어주나 
 

 

SBS의 탄핵 관련 보도는 한마디로 국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보도였다. SBS 8시뉴스는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사회의 혼란과 불안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탄핵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음에도 ‘기계적 균형’을 맞춰 찬반 여론을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의 뜻을 정확하게 보도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찬반여론을 ‘친노 대 반노’, ‘진보 대 보수’라는 구도로 몰아가 ‘민의를 무시한 다수당의 횡포’와 이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저항’이라는 탄핵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또 촛불집회를 희화화시키거나 헌재 판결을 놓고 흥미위주의 접근을 함으로써 탄핵 사태의 심각성과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12일 탄핵안이 가결되고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비등하자, SBS는 논평보도 ‘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조금 넉넉한 눈으로 들여다보면 헌정 질서의 파괴가 아닌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정치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탄핵소추안 가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또 국민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때”라며 “탄핵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탄핵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기”보다 “헌법 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냉정히 지켜볼 것”을 주문해 사실상 탄핵안 가결을 받아들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려 했다. 이같은 보도태도는 13일에도 계속되었다. SBS는 “냉정을 유지하며 법 절차를 지켜봐야 할 때”라며 탄핵에 반대해 벌어지고 있던 촛불 집회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라도 하는 듯 몰아갔다. 그러나 SBS는 탄핵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 '친노'와 '반노'라는 새로운 갈등요인이 추가”되었다고 주장하며 탄핵 찬반 여론이 ‘친노 대 반노’의 갈등인 양 왜곡해 정작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SBS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촛불 집회 관련 보도에서도 SBS는 불법성을 부각해 그 의미를 훼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최대인원이 모인 3월 20일 촛불집회에 대해 SBS는 “도로마저 멋대로 점거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정부측 입장을 전하면서 “촛불집회에서 준법의 의미는 춤추는 불꽃만큼이나 어지럽다”고 주장해 촛불집회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SBS는 이날 촛불집회의 의미를 분석한 보도에서도 “촛불집회가 참여 민주주의를 위한 산고인지 극심한 사회혼란으로 이끌 함정인지는 이제 정치권과 시민의 선택에 달렸다”(<참여민주주의 위한 산고>)며 촛불집회가 ‘사회혼란’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부정적 해석을 빠뜨리지 않았다. 또 “사회적 갈등을 제도의 틀 안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지 못하고 집단의 힘과 세과시로 해결하려는 행태는 극복해야할 과제로 지적”된다며 촛불집회가 특정 집단의 ‘세과시’라도 되는 양 왜곡했다. 22일 이후에도 SBS는 촛불집회에 대해 여전히 ‘안정’과 ‘냉정’을 요구하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마지막 촛불집회가 열린 27일, SBS는 <마주 선 찬반집회>라는 제목으로 촛불집회와 탄핵찬성 집회를 함께 보도했다. 참석자 규모 등에서 ‘기계적 균형’을 적용하기 어려운 두 집회를 함께 다룸으로써 탄핵 반대에 대한 국민여론을 결과적으로 축소한 것도 문제였지만, “탄핵에 대해 찬반이 갈린 집회가 동시에 벌어지는게 처음이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도 우려됐다”며 평화적으로 끝난 집회에 대해 끝까지 딴죽 건 것도 납득할 수 없는 태도였다.


중요한 사안을 흥미위주로 접근해 본질을 흐리는 보도도 있었다. SBS는 21일 <촛불 속의 사람들>에서 ‘특이한 이유’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사연을 부각시켰다. 특히 치성을 드리기 위해 초를 얻으러 왔다는 아주머니의 사례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다수 시민들의 진의를 왜곡할 우려마저 있었다. 19일 보도된 <보수:진보 대결>에서도 대통령 측 대리인과 국회 측 대리인이 ‘이력과 경력 면에서도 묘하게 얽혀 있다’며 대리인단 간의 대결구도를 부각했다. ‘본질 흐리기’식의 연성보도로 누차 지적을 받았던 SBS가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보도하는데 있어서도 여전한 보도행태를 보인 것이다.


우리는 이번 탄핵사태의 핵심은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한 다수 야당의 정치적 횡포와 그에 맞서 진정한 대의민주주의의 회복을 시도한 국민들의 저항이다. 연인원 100만명 이상이 참여한 촛불집회가 단 한건의 불상사 없이 ‘민주주의의 축제’로 승화한 것은 우리 국민의 민주적 성숙 정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SBS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한 채 ‘혼란’과 ‘대립’을 부각시키면서 국민들에게 ‘침묵할 것’을 요구해 결과적으로 거대야당의 탄핵결의에 힘을 실어주었다. SBS가 목동신사옥으로 옮기며 선언했던 ‘공익적 민영방송’의 다짐은 이런 것이었는가.(끝)

 

 
2004년 3월 30일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 방송모니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