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31)
등록 2013.08.07 18:43
조회 323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

 

 

 

30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여야의원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그간 '방탄국회' '제식구 감싸기' 등의 비판을 받아온 국회가 자신들의 본색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몰염치한 행태를 두고 대부분의 언론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구체적인 보도 내용이나 비중에서는 큰 차이를 드러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으로 다루면서,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의 비난 여론, 검찰측의 비판 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대해서는 '엄정 수사'를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치부는 은폐하려는 한나라당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해 일절 비판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해 31일 스트레이트 기사 한 건(<국회, 의원 7명 체포동의 거부> 1면)과 짧은 사설(<범인 은닉소라고 자인한 국회>) 하나를 싣는 데 그쳤다. 사설에서 조선은 "이러고도 선거법을 개정해 의원 정수를 늘리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런 국회의원들을 늘려서 도대체 어디다 써먹을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같은 주장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비판하는 척 하면서 정치개혁의 본질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의원 정수도 아닐 뿐더러, 의원 정수와 관련한 개혁의 본질은 지역대표의 비율을 줄이고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비판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의원정수 늘여서 뭐하냐'는 식으로 '한탄'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싸잡아 비난하기'이다.
동아일보도 관련기사 없이 1면에서 국회 표결과정을 단순 보도했다. 다만 검찰의 '체포동의안 재청구 방침'을 언급하고, 사설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낯 뜨겁다>에서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을 그처럼 소리 높여 규탄하면서 정작 동료 의원들의 비리 의혹에 눈감는 것은 몰염치한 자기모순"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의 행태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와는 미세한 차이를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조선이나 동아에 비해 비판의 강도가 높았다. 중앙은 노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서만 '성역 없는 수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했으며, 체포동의제도 개선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싣고 '총선 물갈이'를 주장하기도 했다.
중앙은 5면 기사 <'제 식구 감싸기' 똘똘뭉친 방탄국회>에서 민주당 함승희 의원과 자민련, 민주노동당의 비판의견을 보도했다. 이어 <불구속할까…비회기중 체포할까>에서는 "검찰에서는 이번 부결을 계기로 아예 불합리한 체포동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설 <범죄자 동료를 감싼 뻔뻔한 국회>에서는 이번 국회의 행태를 '파렴치한 행위'라며 "대통령과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거나 특검을 들이대고 자신들의 비리에 대해선 한없이 너그럽기만 하다면, 어떻게 국회가 민의의 대변기관이라 자처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국민은 국회의 이런 행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준엄한 물갈이로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비중있게 다뤘다. 또 이번 부결사태를 초래한 각 정당들의 이른바 '자유투표' 행태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경향은 2면 <비리 감싸기 '역시 가재는 게편'>에서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 '사실상 부표를 던질 것을 주문'했으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도 자유투표에 맡겨 '사실상 부결을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6면 <"국회는 차라리 해산하라">에서 경실련, 민변 등의 비판의견을 보도했으며, 이어 참여연대와 네티즌 및 일반 시민들의 '총선 심판' 의견, 민노총 및 YMCA 등의 국회 면책특권 재검토 의견을 보도했다. 사설 <'범죄자 보호소'로 전락한 국회>에서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이야말로 헌법을 악용해 3권분립의 취지를 유린한 행위나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사태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한 신문은 한겨레다.
한겨레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부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및 정치개혁 여론이 더욱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들의 '총선심판론'을 부각했다. 3면 <시민들 "이런 국회 차라리 해산하라">에서는 시민들의 비판여론을 보도하며,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었다. 5면 <입이 한 개라도 할말많은 정당들>에서는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한 각 정당들의 반응을 비판했으며, <착잡한 검찰 강수 별러>에서는 검찰이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반응이지만 수뇌부는 '선별적 영장 재청구'를 적극 검토하는 등 강경한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또한 한겨레는 3면 <일본선 방탄커녕 제명까?gt;에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도 정치인의 범법이나 정치자금 수수, 선거법 위반 사건 등에 대해 "임시 국회를 열어 방탄막을 치거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며 우리 국회의원들의 문제를 지적했다.
사설 <불체포특권 제한해야 한다>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각당이 대의에 입각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비겁하게 자유투표에 맡겨 부결을 방조한 때문"이라며 "법의 지배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부패의원 비호를 위해 악용되고 있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에 대해 정기국회 회기에만 인정하는 등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quot;고 지적했다. 또한 "무엇보다 국민의 뜻을 좇아 참여 민주주의에 충실한 이들로 국회를 대폭 물갈이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사태는 정치개혁의 절박함을 재확인시켰다. 입으로는 정치개혁과 비리척결을 외쳐온 의원들이 정작 자신과 '동료'들의 부정과 비리를 비호하고 나선 것은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접하며 우리는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이 정치개혁을 위해 지금까지 한 일이 무엇인가. 수구언론들은 정치개혁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쟁으로만 축소보도하고, 원내 제1당 한나라당을 포함한 야3당이 정치개혁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개악하려는 데도 물리적 충돌만을 선정적으로 부각시켰으며, 양비론으로 일관해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사태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신문은 비슷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파렴치한 정치권에 대한 심판만이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정치권의 파렴치한 행태조차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수구언론도 정치개혁을 위해 심판받아야 할 대상임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2003년 12월 3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