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1.14)
등록 2013.08.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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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노동자적 보도가 과격시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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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를 다룬 일부 신문보도가 선정적이고 편향적인 보도태도를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노동계의 '폭력성'만을 부각했으며, 정작 시위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문은 화염병과 새총을 부각하며 '전국노동자대회'의 폭력성을 강조했다.


첫날 화염병 사용을 가장 부각시킨 신문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10일 1면에 화염병 시위사진과 함께 머릿기사로 <서울도심 화염병 투척시위>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노동자 집회에서 2년 8개월만에 화염병이 다시 등장했다"며 "화염병 300여개와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8면 <쇠파이프…화염병…되살아난 격렬시위>에서 조선은 "9일 서울 도심의 밤거리에는 화염병으로 화염이 치솟고 쇠파이프로 무장한 시위대와 진압봉·방패를 든 경찰 간에 격렬한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며 "도심 거리 곳곳에는 화염병으로 불길이 치솟았고 일부 행인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며 화염병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11일 조선일보는 4면 <맞으면 치명적…'경찰잡는 새총'>에서 "도심 시위 현장에 새총과 볼트·너트가 경찰 공격용으로 사용돼 경찰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며 "9일 화물연대 파업에서 복귀한 화물차를 공격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으나 도심시위에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나어린 전경들이 왜 당신들의 화염병을 맞아야 하고 당신들 새총 사냥의 과녁이 되어야 하는가"며 "도로를 불바다로 만드는 노조를 보고서도 이 땅에 투자할 눈먼 외국자본은 없다"고 '불바다''과녁'등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해 시위대의 폭력성을 선정적으로 부각했다.


동아일보 역시 10일 1면에 화염병 시위 사진을 실었으며, 31면 <화염병…쇠파이프…격렬시위>에서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해 거리가 돌멩이와 화염으로 얼룩졌다"며 "경찰이 도로를 차단해 시위대의 진출을 저지하자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쇠파이프로 무장한 사수대원들이 미리 준비한 화염병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시위대의 과격성을 부각했다. 11일 동아일보는 <"지금이 화염병 던질 때인가">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는 물론 새총을 이용한 쇠 볼트와 너트 등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시위용품이 대거 등장한 데 대해 시민들은 경악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화염병, 쇠파이프, 새총 등을 부각했다.
중앙일보는 10일 조선과 동아와 달리 1면에 화염병 시위사진을 실지 않는 등 비교적 차분한 접근을 보였으나 11일 '새총'에 대해서는 가장 선정적으로 접근했다. 중앙일보는 11일 9면 <볼트·너트 발사 '경찰잡는' 새총>에서 "지난 9일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에서 '새총'이 시위대의 신종 무기로 등장, 일선 경찰에 경계령이 내려졌다"며 "단순한 형태지만 기능공들이 만들어 굉장히 튼튼하?quot;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보도 내내 새총과 관련해 '신무기''탄환' '화력' 등 전쟁을 연상시키는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했으며, "새총이 시위 도구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 광주·전남지역 대학생 시위"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10일 1면에 화염병 사진을 실었으며 18면 <종로일대 도로 화염 휩싸여>에서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6년5개월 만에 화염병이 다시 등장했다"며 "광화문 교보문고부터 종로 2가 종로타워에 이르는 종로거리는 불바다를 방불케 했으며 충돌 과정에서 노동자 50여명, 경찰 40여명, 시민 등 10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11일 경향신문은 19면 <경찰잡는 '너트 새총', 노동자 시위때 등장 금속총알 고무줄 발사>에서 "경찰이 너트 새총 주의보를 내린 것은 너트가 날아오는 방향을 감지할 수 없어 자칫 불상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라며 "이날 경찰이 시범적으로 텅빈 라면박스를 놓고 2∼3m 앞에서 새총을 발사한 결과 너트 총알은 박스를 순식간에 관통했다"고 다분히 선정적으로 접근했다.


한겨레신문은 다른 신문과 달리 차분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한겨레는 10일 1면에 화염병 사진 대신 경찰의 진압으로 부상당한 노동자들의 사진을 실었다. 다른 신문들이 제목에서부터 '화염병'과 '쇠파이프' 등 노동자들의 과격성을 부각한 것과 달리 1면 <민주노총 5만명 격렬시위>에서 "노동자들과 경찰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며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화염병이 등장했으며, 경찰도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압에 나서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보도했다.


편향적인 보도태도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일부 신문은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11일 정부의 발표내용만 비중 있게 보도했다. 반면 민주노총의 반론이나 10일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일반기사에서는 정부와 경찰 측의 입장과 민주노총의 입장을 비교적 균형 있게 실었다. 그러나 11일 사설 <民勞總은 이 나라를 거덜낼 셈인가>에서 "저녁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화염병 시위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 분명했다"며 "화염병이 700개나 던져졌고 누군가의 신호에 맞춰 일제히 날아가더라는 목격담이 그걸 말해준다"고 경찰과 민주노총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조직적 개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동아일보는 경찰의 주장에 비중을 두고, 노동계 파업의 불법성과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부각했다. 10일 <화염병, 쇠파이프, 격렬시위…>에서 다른 신문들이 시위인원을 5만이라 추산한 것과 달리 경찰이 추산한 3만5000명으로 보도했다. 내용에서도 "이날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과 돌멩이 등에 맞아 경찰 44명이 부상했다"고 표현한 반면 "화학섬유연맹 소속 허윤석씨 등 시위대 일부도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고 보도해 경찰측 피해를 더 부각시켰다. 11일에도 동아는 <"지금이 화염병 던질 때인가">에서 "경찰은 특히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폭력시위를 준비하고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찰은 화염병 700여개, 쇠파이프, 새총과 볼트 너트 등 이번 시위에 동원된 시위용품의 내용과 규모로 볼 때 폭력시위가 조직적으로 준비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경찰의 주장만 보도했다. 또한 동아는 11일 2면 <불법-폭력시위자 끝까지 추적 엄단>에서 노동계의 시위를 비판한 노무현 대통령 발언과 긴급사회장관연석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도했으며, 같은 면에 <"노동계, 정부와 대화를"…경총 부회장 촉구>에서는 경총의 의견을 보도했다. 13일 기획시리즈(中)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외국인 투자와 국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재계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 11일 <취재일기-경찰의 착각>은 경찰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중앙은 "더 황당하고 끔찍했던 건 시위대가 진압경찰을 향해 새총으로 쏜 쇳조각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살상용 너트들이었다"며 "그럼에도 '무탄방어'로 버티는 경찰의 태도는 과연 괜찮은 인내심일까. 시위대가 맞짱 뜰 상대쯤으로 여기는 힘없는 공권력을 이제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는 걸 경찰이 생각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등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을 보였다. 경향은 11일 <단병호 위원장 일문일답-"폭력시위로 일방매도 말라">에서 '지도부가 화염병 사용을 지시한 적 없다'는 단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을 보도했다.


한겨레신문도 11일 <경찰-민주노총 화염병 장외공방>에서 "경찰은 10일 화염병 제조 및 투척에 민주노총 지도부까지 개입됐을 가능성을 내비치며 '배후세력까지 엄단하겠다'고 강경 방침을 밝힌 반면, 민주노총 쪽은 '지도부는 화염병 사용에 대해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반박하고 있다"며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이번 시위가 노동계와 경찰의 '충돌'로 이어진 원인에 대한 분석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시위가 격렬해 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는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문은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등이 시위의 핵심 사안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한 각계의 서로 다른 의견과 해법을 보도하는데는 소홀했다. 오히려 신문들은 노동계와 정부의 '대립'과 '갈등'에 초점을 맞춰 그 배경을 분석하는데 급급했다.


조선일보는 10일 '한 소식통'의 말을 빌어 "노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자신들이 원했던 것과 달리 보수 쪽으로 회귀한다는 것도 이유"라고 추측 보도했다. 이어 11일 4면 <노·정 파경?>에서는 "현 정권과 민주노총의 관계가 완전한 대치국면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라며 "밀월관계처럼 보였던 현 정권과 민노총 사이는 지난 8월 27일 화물연대 파업 직후 민노총을 겨냥한 노 대통령의 비난에 발끈해 민노총이 '선무당 노무현이 노동자 잡네'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결별의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13일 <조선데스크; 빗나간 '盧·勞 풋사랑'이 남긴 상처>에서도 조선은 "친노(親勞)정권 논쟁까지 낳을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던 몇 달 전과 대조적"이라며 민주노총과 참여정부가 '풋사랑'에 상처를 입고 대립관계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12일 <勞-政 정면충돌 초읽기…민주노총 "12일 총파업">에서 "노동계와 정부가 정면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총파업을 선언한 노동계의 주장과 이에 대응하는 정부 측의 입장을 대립적으로 나열했다. 이어 <마주 달리는 노-정> 기획시리즈에서 "근본적으로는 출범 초기 '친노'성향을 보였던 정부가 6월 말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경찰력을 투입한 이후 강경으로 선회, 노동계의 배신감이 높아졌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10일 중앙일보는 5면 <화염병…쇠파이프…과격해진 민노총 "盧대통령이 노동자 배신">에서 "노동계가 과격해졌다. 9일 집회 현장에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동원했다. 정부를 상대로 전면전을 치를 태세다"라며 "노·정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은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노동계와 정부는 발을 맞추는 듯한 분위기…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게 노동계의 생각"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다른 생각…정부는 처음부터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이기주의로 인해 노동자 전체가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는 것"이라고 양측의 시각차가 이번 시위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11일 17면 <집중기획;화염병 재등장...노.정 强대强 대치>에서는 "노.정은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일 대안마련에 실패했으며, 노동계는 화염병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해 '노동운동을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태"라며 노-정 양측의 대립 관계를 보도했다.


한겨레신문 역시 노-정 간의 갈등과 대립을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신문과 달리 10일 2면 <3대 노동법안 올안처리 무산되나>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법안과 공무원노조 법안, 퇴직 연금제 등 노동 관련 법안 처리문제를 지적했다. 11일 3면 <노동계 "노동자 배신 정부에 분노">에서는 "노동계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대립할 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노동계는 시위가 격렬해진 직접원인이 정부가 자살 등 극한상황으로 치달은 손배가압류·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우리 신문의 노동 관련 보도는 한마디로 사실보도·균형보도 정신을 위반한 반노동자적 보도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화염병과 새총 등 시위의 과격성만을 부각했으며,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부각시키는 등 편파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특히 일부 신문은 노-정 갈등을 부각시키기에 바빠 정작 노동자들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손배·가압류' 및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조차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우리는 거듭 언론의 제대로 된 보도가 노동현안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언론은 마치 노동자들이 국가경제를 파탄 내고 있는 듯 몰아가지만 우리는 정부의 노동대책 실패와 언론의 반노동자적 보도가 더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언론의 편향된 보도가 노동현안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 마련을 가로막고 이것이 사회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며 저널리즘 정신에 기초한 노동관련 보도를 기대한다.

 


2003년 11월 1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