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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을 중심에 두고 보도하라(2003.11.3)
등록 2013.08.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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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을 중심에 두고 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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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자금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공방으로 흐르던 SK비자금 수사를 '정치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제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 같은 노 대통령의 간담회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은 자의적인 해석과 추측보도로 초점을 흐렸으며 이 점에 있어 조선일보는 단연 두드러졌다.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를 충실하게 보도하기보다는 이를 '정치권 세력개편'의 '노림수'로 몰아갔다. 조선일보는 이날 두 건의 사설에서 '충실한 검찰수사'를 독려한 노 대통령에게 오히려 '선 대선자금 공개'와 '측근비리 특검 실시'를 거론하며 이를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1면 <"대선자금 전모 밝혀야">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측근비리 특검 국회서 결의땐 수용"이라는 부분을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3면 <'정치권 빅뱅'까지 겨냥한 강공>에서 조선은 "자신이(=노 대통령)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정치권 새판짜기'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 대통령과 여권은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한 '정치권 빅뱅'이 필요하며, 그 촉매로 대선자금 수사를 선택했다는 것", "단순히 현 정계구도를 깨뜨릴 뿐 아니라, 그것이 여권에 유리한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계산도 마친 듯하다"며 정치구도 재편을 위한 '꼼수'로 폄하했다. 이어 조선은 4면 <"특검거부, 야당만 수사하겠다는 것" 한나라>에서 한나라당의 '반대주장'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이번 대선자금 수사를 이탈리아 검찰이 진행했던 '마니폴리테(깨끗한 손)'식 부패척결과 연관지으며 "이탈리아 검찰은 당시 부패 정치자금과 관련, 1000여명을 처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경제활동을 마비시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며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강조해 물타기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노 대선자금 전모 검찰에 당장 넘기라>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것은 공개를 거부하면서 검찰에 수사 확대만 촉구하면 상당한 오해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확대를 요구할 것도 없이 자신의 대선자금 전모를 먼저 다 밝히고 그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 된다"며 마치 이날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자신의 대선자금 공개는 꺼리고 야당의 수사만 촉구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 했다. 이어 또 다른 사설 <측근 비리 특검 수용 잘했다>에서는 장수천, 이기명씨 용인 땅, 나라종금, 썬앤문 사건 등을 모두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로 규정하며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제기된 측근 비리들은 대선자금처럼 이번 기회에 다 털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번 특검은 어떤 측근, 어떤 사안을 수사할 것인지에 관해 특별검사에게 광범한 재량권을 주는 특검이 돼야 우리 정치사에서 측근 비리에 관한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주장과 입장을 같이했다.


동아일보는 노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를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및 이회창 전 총재가 먼저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면 <"대선자금 전모 밝혀져야">에서 "노 대통령, 검찰통한 전면적 수사 제안"을 작은 제목으로 달아 '측근비리' 부분을 부각시킨 조선일보와 차별성을 보였다. 3면 <검찰수사에 힘실어 '정치권 물갈이'>에서 동아는 "한나라당의 특검 제안을 일축하면서 '거리낌 없는 수사'를 요구…검찰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검찰 전면수사라는 해법을 내놓은 배경에는 내년 4월 총선에서 고비용 불법 정치자금 관행에 젖어있는 기존 정치권의 물갈이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는 듯하다"며 '정치권 재편의도'를 거론했으나, 조선에 비해 '정치권의 구태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사설 <여야 진실고백 빠를수록 좋다>에서 동아는 "노 대통령의 해법은 옳다"고 평가하면서도, 이어 "대통령으로서 모든 것을 있는 대로 털어놓고 검찰의 검증을 받고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이회창 전 총재도 함께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노 대통령의 간담회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번 수사를 통해 불법적인 정치자금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면 <"대선자금 전모 수사해야">에서 "경제인들 고통스러워도 협력을"을 작은 제목으로 달며 '경제인'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에 비중을 뒀다. 3면 <노 "끝장 보겠다"…핵폭풍 예고>에서 중앙은 "노대통령은 '이게 바로 국민의 희망' '근본적 개혁'이라는 수사를 써가며 우리 정치의 고질병을 한꺼번에 도려내고 정치자금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재계 관련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도 중앙은 "노 대통령이 일반·보험성 정치자금에 한해 사면할 수 있음을 언급했으나 발언의 진의는 사면보다 뇌물성 정치자금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에 무게가 있다"는 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앙 역시 "'흠집이 날망정 상대보다 밑질 게 없다'는 노대통령의 고도의 게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정략적 접근'을 언급했으나 크게 비중을 실지는 않았다.
중앙일보는 사설 <가닥잡힌 대선자금 처리 방향>에서 노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 내용에 대해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제안"이라며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는 담겨 있지 않다고 평가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정치자금에 대한 조사는 1차적으로 검찰이 맡아야 한다"며 "정치인 스스로 이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공방으로 흐지부지하게 끝내 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앙은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력의 힘으로 돈을 요구하고는 오히려 경제계에 책임을 묻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이 문제가 경제계에 부담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기회에 '대선자금수사'를 마감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경향은 사설 <대선자금수사 이번엔 끝장내야>에서 노 대통령의 간담회 발언에 대해 "백번 지당한 얘기"라며 "정치개혁의 대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수사를 하라는 촉구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물밑 정치적 타협을 통해 축소수사 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며 "여당의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자금 수사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대통령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렇다면 열린우리당, 노대통령이 먼저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취했다.


한겨레신문은 1면 <노 "대선자금 전모 밝혀야">에서 "검찰 소신껏 수사하길…측근의혹 특검 수용할 것"을 작은 제목으로 달았다. 한겨레는 3면 <"비교우위" 자신 대선자금 '직진'>에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정치권 '새판 짜기'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처지", "노 대통령이 전면수사를 들고 나온 데는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상대적 자신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한겨레신문은 "재신임 국민투표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좀더 낮아졌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 <대선자금 전면수사만이 해답이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정치자금의 전모를 드러내야 한다'는 발언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검찰에 대해 "이제 소신껏 수사해 대선자금의 불법성 여부를 철저히 가리는 일만 남았다"며 수사를 독려했다. 기업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회계분식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해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낸 경우가 있다면 마땅히 찾아내 처벌하는 게 수사의 순리요 정상적인 절차"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한점 의혹을 남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대선자금의 진실규명은 이제 어느 정파가 손해보고 이득을 보는 차원을 넘어서 국가의 근본을 다시 세우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우리 앞에 다가섰다"며 이를 '정략적 접근'으로 폄하하는 일부의 주장을 경계했다.


대선자금 전면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관련 보도에서도 역시 자기 입장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려는 조선일보의 문제가 두드러졌다. 반면 동아와 중앙은 다소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해 차별성을 보였다. 특히 중앙일보는 '모 아니면 도'식 보도태도를 지양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보여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중앙, 한겨레, 경향 등이 '정치개혁'을 화두로 관련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

 


2003년 11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