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민주당 대선자금 이중장부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0.31)
등록 2013.08.07 16:33
조회 371

 

 

 

'한나라당 SK비자금 100억원 보도'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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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불법적인 SK 비자금 문제에 대한 '물타기'가 시도되고 있다.
지난 28일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자금 모금과 사용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은 곧 바로 언론보도를 거쳐 증폭되었다. 언론은 민주당 김경재 의원과 박상희 의원, 유종필 대변인 등의 주장을 근거로 대선 당시 민주당이 '이중장부' 사용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SK비자금 100억 수수 비리 관련 보도비중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한나라당과 관련해서는 최병렬 대표가 제기한 '특검'의 통과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사실상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100억 수수 여부는 실종된 상황이다.


'이중장부' 문제를 부각시킨 언론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였다.
조선일보는 28일 1면 <최대표 "대선자금 전면 특검하자" 민주당 "노선대위 이중장부 작성">에서 노골적으로 최 대표의 '특검' 주장과 민주당에서 흘러나온 '이중장부' 주장을 함께 배치해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을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는 "한 의원이 '지난 대선 때 이중장부가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는 유종필 대변인의 주장을 보도하며 '이중장부'를 부각시켰다. 이어진 보도 <"이상수, 솔직하게 고백안하면 고발" 민주 "7월 대선자금 백서는 코미디">에서도 조선은 "민주당은 이날 이중장부 작성만 거론하면서 '앞으로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올테니 지켜보라'고 예고"했다고 보도했으며, 29일 <노 선대위 '이중장부' 수사>에서는 "28일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제기한 작년 노무현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대선자금 이중장부 의혹과 관련, 민주당측에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이중장부' 발언자로 김경재 의원을 지목해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 <신당도 대선자금 장부 내놓으라>에서 조선은 또다시 "민주당 김경제 의원은…'선대위에 이중 장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28일 1면 <민주당 “盧후보 선대위 이중장부 작성”>에서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의총 후 브리핑에서 대선 때 선대위에 있었던 우리 당(민주당) 의원 중 2, 3명이 '이중장부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4면 <[盧캠프 대선장부 논란]"이중장부 이상수의원이 가져가">에서 민주당 박상희 의원의 "민주당 대선자금 관련 장부가 열린우리당에 가 있다. 장부를 돌려 받아야 할 것 아니냐"는 발언을 "이중장부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몰고 갔다. 이어 동아는 박 의원이 전화 통화에서 "내가 의총에서 이중장부가 있다고 명확하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이중장부가 있을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며, "문제는 이중장부가 존재했을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는 데다 이중장부의 존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SK비자금의 한나라당 유입사건과 맞물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이중장부'의 존재를 기정사실화 했다. 29일 사설 <盧후보 '이중장부' 의혹도 밝혀라>에서 동아는 '이중장부' 주장이 "노 후보의 대선 홍보본부장을 맡았던 김경재 민주당 의원의 말"이라며 "이 일로 회계책임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노 대통령의 당선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정치권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노 대통령에 대한 진퇴여부까지 거론하며 '오버'했다.


중앙일보는 28일 1면 <"노 선대위도 모금 할당">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에서 제기한 '이중장부' 등 대선자금 주장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반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기자회견은 1단 크기의 작은 박스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중앙은 <"나도 노캠프 모금책" 어제의 동지들 폭로>에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들이 앞장서 이중장부의 존재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민주당에 남아 있는 장부는 선관위 보고의 기본이 된 장부고, 선대본부의 별도 장부는 이와 다르지 않겠느냐"는 김경재 의원의 기자 간담회 발언을 '이중장부'의 근거로 보도했다. 29일 사설 <노후보 측 '이중장부' 진상 밝혀야>에서 중앙은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후보 선대위는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자금과는 별도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아썼다는 것"이라며 "주요 당직자들이 몇 개의 대기업을 맡아 정치자금을 모금했고, 이중장부를 관리해 왔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에 속한다"며 민주당의 '이중장부' 주장을 기정사실화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28일 1면에서 <"한나라 작년대선 227개 지구당에 비공식 지원금 400억 풀었다">에서 한나라당이 일선 지구당에 보낸 비공식 지원금만 4백억원을 상회한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중장부'와 관련해서는 4면 하단기사로 <"노대선자금 이중장부 있다?">에서 김경재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이중장부' 의혹을 보도했다. 29일 3면 <옛동지 사활건 '진실게임'>에서 경향은 "향후 진실규명 결과에 따라 한쪽은 치명타를 입고, 대선자금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김경재 의원 인터뷰에서 "현재 있는 장부는 사실성에 문제가 많다. 그래서 다른 장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라는 '이중장부' 주장에서 한 발짝 물러선 발언을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28일 <민주, 노후보 자금쪽으로 공세>에서 김경재 의원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출용 장부말고도 이상수 의원이 가져간 별도의 후보 선대위 장부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중장부' 발언의 장본인으로 알려진 박상희 의원과 김경재 의원이 "이중장부 용어는 쓰지 않았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해 차별성을 드러냈다.
한겨레신문은 29일 1면 <대선자금 수사 확대 조짐>에서 다른 신문들과 달리 검찰의 발표를 기초로 정치권의 대선자금 문제에 접근하는 차별성을 보였다. 일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이중장부' 문제 역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3면에서도 한겨레는 "검찰이 이와 함께 김경재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대선 자금 이중장부'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쪽에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한 것도 주목된다"며 "검찰이 이처럼 자료 요청 사실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한나라당의 전면적 특검 추진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설 <노 대통령 대선자금도 철저히 밝혀야>에서 한겨레는 "민주당으로서는 말로만 주장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명백한 증거를 제기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30일 <'이중장부' 발언 이중플레이?>에서 "정작 당시 의총 발언자들 가운데 '이중장부'라는 말을 썼다는 의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발언 당사자로 보도된 김경재 의원은 29일 '이중장부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고 부인…박상희 의원도 '이중장부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유종필 의원의 '언론 플레이'가 일부 언론의 의도적인 '물타기'와 선정적 접근으로 '이중장부'로 기정사실화 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SK비자금으로 시작된 정치자금 관련 보도에 대해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 '옷 로비' 사건처럼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관련 '이중장부' 논란도 그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민주당 의총 후 브리핑에서 유종필 대변인이 "대선 때 선대위에 있었던 우리 당(민주당) 의원 중 2, 3명이 '이중장부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는 발언과 김경재 의원을 비롯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 발언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대대적으로 받아쓰면서 아예 '이중장부'로 단정지어지고 말았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폭로정치'가 언론의 '받아쓰기'와 의도적 '부풀리기'와 결합해 검찰의 수사로까지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고 본다. 정치권은 SK 비자금 문제를 계기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이를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특검'을 주장하거나, 심지어 '이중장부' 발언 등 의혹을 갖게 하는 발언을 언론에 흘리며 이를 '정치공세'로 적극 활용해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다.
언론의 책임 역시 크다. 우리는 여러 차례 정치비리 관련 보도에서 철저한 취재를 통해 '사실보도'에 충실할 것을 충고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을 받아쓰는데 여념이 없으며, 심지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이들의 발언을 증폭시켜 검찰이 존재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이중장부'를 수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
국민들은 검찰의 SK 비자금 수사가 정치인과 경제인 몇 명을 잡아들이고 유야무야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는 이번 SK비자금 사건을 '정치개혁'과 '정치자금 투명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언론 역시 이번 사건을 기회로 노 대통령을 공격하는 호재로 삼기보다는 '정치개혁'의 큰 틀에서 풀어갈 수 있도록 '사실보도'에 힘써야 할 것이다.

 


2003년 10월 3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