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용석씨 분신'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0.29)
등록 2013.08.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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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노동자 분신 관련 보도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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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철폐를 위한 집회'에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광주지역 본부장인 이용석씨가 집회 도중 분신했다. 현재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태라고 한다.


26일 이용석 씨의 분신에 대해 가장 비중 있게 보도한 방송사는 KBS다. KBS는 뉴스9에서 <"차별철폐"…분신><극단선택…긴장> 두 꼭지로 이용석 씨의 분신 사실을 보도했다. <"차별철폐"…분신>에서는 이씨의 분신 사실과 그 이유를 보도했다. 이어 <극단선택…긴장>에서는 노동자들의 분신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았다. KBS는 "참여정부 들어 손해가압류나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 노동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노사분규를 겪고 있었던 사업장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 원인이라며 "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노동계 지도부도 강경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가 이용석 씨 분신사실과 함께 노동자들의 분신이 계속되는 배경을 지적한 것은 과거 단순보도 중심의 노동관련 보도에서 머물렀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노동자 또 분신>이라는 제목으로 이용석씨의 분신사실을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SBS 8시뉴스는 <또 분신>에서 선정적인 영상과 갈등 위주의 단순보도가 문제로 지적되었다. SBS는 이씨의 분신사실을 전하며 시위대가 불을 끄는 장면과 이씨의 신체 일부 및 타고남은 옷가지 등을 여과 없이 보여줬으며, 시위대와 경찰간의 격렬한 몸싸움 장면을 부각시켰다. 보도 내용에서도 SBS는 "이씨의 분신 소식이 전해지면서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며 "민주노총은 내일 오전 잇따른 노동자 자살 사태에 관해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고 다음 달부터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며 분신의 배경이나 이유를 심층보도하기 보다는 노동계의 '강경한 분위기'를 부각시켰다.


올해만도 벌써 5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촉발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공론의 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은 '사실보도'는 커녕 편파·왜곡보도로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마저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언론은 일방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며, '법과 원칙'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강경 탄압을 부추기는 등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송마저 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 속에서 '우리 경제'를 방어하고 합리적으로 노동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된다. 방송은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한 '공론의 공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노동자들의 더 큰 희생을 막는 길이다.

 


2003년 10월 2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