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의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 왜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0.21)
왜 '언론 부자유도'를 '평점'으로 바꿔치기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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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또다시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를 왜곡한 사실이 드러났다. RSF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 국제적인 언론감시 단체로 해마다 전 세계 국가들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1일자 배달판 1면 <"한국 언론자유 39위서 49위로 하락 노대통령의 메이저신문 공격때문">에서 "조사 대상국 166개국 중에서 한국을 49위로 평가했다"며 "지난해 조사에서 한국은 139개국 중 39위를 기록했지만, 조사 대상국이 늘어난 올해 조사에서 순위하락을 보였고, 평점도 지난해 10.50에서 올해 9.17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 보도는 '악의적인' 사실 왜곡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우리나라가 지난해에 비해 '언론자유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순위가 떨어진 것은 조사대상국이 139개국에서 166개국으로 무려 27개국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보다 순위가 앞서는 나라 중에 새롭게 참가한 나라가 10여 개 국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지난해보다 '언론 부자유도(不自由度)'가 10.50에서 9.17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언론 부자유도'를 언론자유에 대한 '평점'인 것처럼 바꿔치기 해 오히려 점수가 "10.50에서 9.17로 떨어졌다"고 사실을 왜곡했다.
연합뉴스는 20일 "올해 언론 부자유도 점수 9.17, 언론자유도 순위 49위를 기록해 언론 부자유도 점수는 개선됐으나 조사대상 국가의 증가로 순위는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뒤늦게 "언론 부자유지수는 지난해 10.50에서 올해 9.17로 떨어져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순위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명백한 '오보' 부분만 고치는 얕은 수를 쓰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RSF의 발표 내용을 '왜곡'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조선일보는 RSF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당시 RSF가 주요하게 제기했던 '자주민보' 기자 3명의 구속 문제에 대해서도 보도하지 않고, 언론사 세무조사가 정권에 의한 '언론탄압'이라는 측면만을 부각해 '편파보도'로 비판받은 바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RSF의 보고서에서 "몇몇 소수독재 일가들(several oligarchic families)과 가까운 조선, 중앙, 동아, 이른바 빅3 일간지들과 힘을 잃고있는 김대중 사이에 긴장관계에 있다"고 한 서울 주제 외신기자의 발언이 있었음에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는 이제 '국경'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1등 신문'이라 자부하는 조선일보가 외국 언론단체의 보고서 내용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 보도하는 행태를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조선일보는 이번 RSF 보도처럼 금방 들통날 뻔한 사실마저 거듭 왜곡하는가. 조선일보는 우리 국민들이 이 정도의 사실확인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조선일보의 이 같은 행태야 말로 독자들을 우롱하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RSF 관련 왜곡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라.
2003년 10월 2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