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민주당의 재신임 말 바꾸기 관련 조선·동아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0.15)
등록 2013.08.0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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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말을 바꾼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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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말을 바꾸었다는 것인가.
우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정략적 보도 행태에 아연할 따름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이 발표된 후 '조기 실시'를 주장하다가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재신임률이 점점 높아지자 돌연 헌법학자들을 동원해 '국민투표 위헌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또한 재신임 발표를 '정치적 노림수'로 몰고 가며 대통령 흔들기에 악용하고 있어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재신임' 발표 직후 '연내 국민투표'를 주장하며 노 대통령을 압박했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쿠데타적 발상'(박상천), '최도술씨 문제가 밝혀지지 않으면 늦춰지는 것' 등등의 발언으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정작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조선일보임에도 조선, 동아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을 바꾸었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당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연내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0일 긴급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가장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자신이 약속한 이 문제를 처리해 주기 바란다" "법 테두리 안에서 국민투표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사덕 원내총무는 "재신임 국민투표 방식이 결정되는 즉시 일체의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혼란을 막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12일에도 최 대표는 "대통령 스스로 재신임 얘기를 꺼낸 만큼 정국 혼란을 방지하려면 빨리 처리하는 게 옳고, 법 테두리 안에서 국민투표 외에 방안이 있느냐"고 '연내 국민투표 실시'를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도 10일 연석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혼란을 막기 위해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노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갔으므로 국익을 위해 빨리 해야 한다"고 했으며, "헌법에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지, 다른 것은 할 수 없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어 국민투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자들이 '연내실시'를 주장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해 사실상 '연내 국민투표'를 지지했다. 12일에도 박 대표는 "재신임 정국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끝내야 하며 대통령의 대답이 없으면 국회에서 방법과 시기를 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3일 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12월 15일을 국민투표일로 제시하며 구체적인 재신임 방법과 일정을 밝히자 오히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13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국민투표시기에 대해 "최도술 씨 문제가 그때(12월 15일 전후)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늦춰지는 것"이라며 '연내 실시'를 주장했던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또한 최 대표는 국민투표에 대해서도 "대통령 측근비리로 인해 초래된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는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으나 정치권 전반의 부정부패 등을 연계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통령 재신임 선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나라당에게 돌려질 비난은 피해가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최 대표는 14일 국회 대표연설에서도 "노 대통령은 재신임 카드와 말 바꾸기를 통해 20년 측근의 비리를 덮으려는 고도의 정치 술수를 쓰고 있다"며 "최도술씨 비리의 전모가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후"라는 전제조건을 내걸며 구 여권의 '안기부 비자금 1000억원 유용', '최돈웅 의원의 현금 100억 수수 혐의' 등을 덮으려 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 역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진퇴 사항에 대한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는 게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라며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개헌도 필요한 만큼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 '국민투표' 주장을 뒤집었다. 오히려 박상천 대표는 15일 국회연설에서 "대의정치 헌법체계를 파괴하는 총칼 없는 쿠데타"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최 대표와 민주당 박 대표가 이렇듯 국민투표 조기실시 주장을 뒤집어엎은 것은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노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률이 점점 높아지고 불신임하겠다던 응답자들이 유보로 돌아섰으며 대선 때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50대 60대의 재신임률이 높아진 것이다. 결국 재신임 투표를 연내에 실시하게 되면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성공은 명약관화하게 되고 재신임에 성공한 노 대통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게 될 것을 우려한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민주당이 말 바꾸기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조선·동아는 최 대표와 박대표의 말 바꾸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노 대통령에 대해서 엉뚱하게 공격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 <대통령 하루만에 공세로 돌아서>에서 노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처럼 몰고 갔으며, <야당 "심판받기보다 야·신문 공격 의도">에서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말을 빌어 "노 대통령은 처음(10일)엔 분명히 최도술씨 등 측근들의 비리와 그간 축적된 국민불신을 이유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으나, 어제는 표변해 언론과 야당에 책임을 씌우며 스스로의 말을 뒤집었다"고 을 공격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15일 <노대통령, 계속 바뀌는 재신임투표 이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투표를 제기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10일 첫 기자회견 후 국정혼란, 정치개혁, 부패고리 청산 등 거시적 이슈로 계속 바뀌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말 바꾸기'로 호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13일 <노, 하루만에 '공세 전환' 까닭은>에서 "노 대통령은 10일 재신임 발언 때는 '20년 집사'인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비리 의혹에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11일에는 한나라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서 재신임에 나서는 의도와 목표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히려 당초의 재신임 적극 수용론에서 '저의'를 경계하는 신중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14일)며 그들의 말 바꾸기를 옹호해 주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조선과 동아에 대해 정파적 이해에 충실한 권력집단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자신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한나라당의 말바꾸기에는 침묵하고 오직 노대통령과 여당에게만 책임을 묻는 이들의 보도행태는 사회일각의 이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에 불과하다.
아울러 우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당리당략'적 말 바꾸기 행태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재신임 연내투표를 주장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표변하여 재신임 위헌론을 들고 나오는 '해괴망측한 행태'를 중단하라.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며 '정당'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가하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특별히 우리는 민주당에 묻고 싶다. 도대체 민주당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정녕 민주당은 한나라당 2중대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조선일보와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접하고 있으면 과연 우리사회가 민주주의를 표방한 사회인가 하는데 대해 의구심까지 든다. 너무나 부끄러워 국민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끝>

 


2003년 10월 1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