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동아의 'KBS 흔들기'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8.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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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KBS프로그램만 문제 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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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는 악의적인 'KBS 흔들기'를 중단하라.
조선과 동아의 KBS 공격 기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사설과 칼럼은 물론 KBS를 공격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시시콜콜 보도하면서 KBS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을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수신료 폐지 운동' 운운하며 사실상 KBS를 '협박'하고 있다.
특히 조선과 동아는 KBS가 송두율 교수를 미화하는 데 앞장섰다며 송 교수를 다룬 KBS 프로그램을 아예 '송두율 미화방송' '송두율 미화보도' 등으로 단정하고 있다. KBS가 프로그램을 통해 송 교수를 미화했다는 주장을 기정사실로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정말 KBS가 송 교수 '미화'에 앞장 선 것인가?
조선과 동아가 문제 삼는 프로그램은 9월 27일 방송된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과 5월 11일 방송된 <일요스페셜-송두율의 경계도시> 두 편이다.
그러나 KBS가 송 교수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전 이미 다른 방송사에서도 송 교수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송한 바 있다. 게다가 조선, 동아의 시각으로 보자면 이 프로그램들도 KBS에 못지않은 '송두율 미화 방송'들이다.


KBS가 9월 27일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방송하기 6일 전, MBC는 <시사매거진 2580>에서 '37년만의 귀향'이라는 제목으로 송 교수를 다뤘다.
여기서 MBC는 37년 만에 귀향을 앞둔 송 교수와 그 가족들의 감회를 다뤘으며, 이 과정에서 홍형숙 감동의 <경계도시> 일부를 자료 화면으로 쓰기도 했다. 또, 김지하 시인이 송 교수에게 선물한 수묵화를 보여주는가 하면 '짐승마저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는 법'이라거나 '그의 귀국으로 우리 사회에 드리웠던 레드컴플렉스는 한꺼풀 꺾일 것임은 분명해보인다'는 등 KBS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으로 송 교수의 귀국을 다뤘다.


거슬러 올라가 5월 13일 MBC 아침 뉴스인 <뉴스투데이>는 조선, 동아의 입장에서 보면 '한 술 더 뜬' 내용이다.
'정일윤의 세상보기'는 이례적으로 경쟁사 KBS가 방송한 <송두율의 경계도시>를 소개하면서 송 교수의 삶에 가히 '경의'를 표한다.
MBC 해설위원 정일윤씨는 "분단의 그림자 그 자체"인 송 교수가 "남북 체제의 지향을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관찰자이자 현실참여자로의 희망을 붙들고 있"다고 말한다. 정 위원은 "분단시대에 한쪽이 되기를 거부하고, 한편으로는 모두 껴안으려는 학자의 꿈이 너무 큰 욕심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탄하기도 한다. 법원의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장엽씨의 주장만을 믿는 사람들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송 교수의 삶을 소개한 KBS의 프로그램 <송두율의 경계도시>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임종조차 못해 천하의 불효자식이 되는 것을 감래하면서까지 그가 지키고자 한 내면의 세계를 그 자신의 목소리로 듣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 송 교수를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의 '50년 후 현실 속 인물'로 비유하면서 "소설 속 이명준과 현실 속 송두율은 대척점에 서있으면서도 안타깝게도 비극성에서 서로 닮았다"고 끝맺고 있다.


이보다 훨씬 앞서 2000년에도 MBC는 <밀레니엄 특집 생방송>에서 송 교수의 귀국 문제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소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우리는 조선, 동아가 KBS의 프로그램만 문제 삼는 것을 'KBS 흔들기' 외의 다른 것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조선과 동아는 <송두율의 경계도시>가 KBS의 자체 제작이 아니라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를 방송용으로 편집, 방송한 것이라는 사실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경계도시>는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2003년 베를린 영화제 인터네셔널 포럼 부문의 특별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큰 호응 속에 상영된 작품이다.
KBS는 작품에 대한 국내외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바탕으로 <경계도시>의 방송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과 동아는 <송두율의 경계도시>가 KBS를 통해 방송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과 배경은 외면한 채 KBS가 송 교수 미화에 앞장섰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한 것이다.
우리는 조선, 동아가 왜 두 개의 국제영화제의 '이념 편향'은 문제 삼지 않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사실 동아는 KBS의 '이념 편향'을 꼬투리잡기에 앞서 자신의 '과거 보도'부터 돌아보는 게 옳다.
동아일보는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2000년, 정상회담 하루 전인 6월 14일에 송두율 교수의 기고문 <'하나된 미래' 관용으로 열자>를 게재했다.
뿐만 아니라 송 교수의 입국이 추진되던 7월에는 송 교수를 『해외 여러 단체에서 통일을 위한 활동에 참여해 왔으며 95년부터는 남북 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북경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91년에는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종합대 사회과학원 등에서 3주간 강연하기도 했다』(2000.7.3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교수 34년만에 귀국>)고 소개했다.
또 송 교수의 입국이 좌절되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이 번번이 좌절된 주된 원인은 국정원의 '준법서약서' 제출 요구 때문이다. …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국정원의 이같은 요청이 헌법이 보장한 '무죄 추정의 원칙'과 '양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 또 망명한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가 98년 발간한 저서에서 "송교수는 김철수라는 가명을 쓰는 당서열 23위의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주장했으나 '진술' 외에는 특별한 증거가 없는 상태.』(2000.7.5 <獨 송두율교수 왜 못오나?/국정원 준법서약서가 발목>라고 쓰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같은 해 9월 3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동아일보는 『앞으로 해외 동포의 고향방문, 대학생 교수 및 문화계 인사 시범 교환, 경평 축구대회 부활 등이 이뤄지면 송두율 독일 뮌스턴대 교수의 입국이나 남북대학 및 대학생간 유적답사, 학술토론회 등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2000.9.29 <3차 장관급회담/6.15선언 사업 '중간평가'>)고 썼다.


이처럼 이번 송 교수의 귀국으로 그의 '노동당 입당' 사실이 밝혀지기 이전까지 송 교수의 입국 문제는 영화계와 방송계를 포함한 언론계에서 '분단이 만든 비극적인 망명객'이라는 시각에서 여러 차례 다뤄졌으며, 별다른 문제 제기를 받지 않았다.
KBS 또한 이 연장선상에서 송두율 교수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KBS 프로그램만 문제삼는 것이 어찌 '다른 의도'가 없다고 할 것인가.


지난 90년 8월 31일 조선일보가 자유베를린 대학과 공동 주관한 '독일통일과 한반도'라는 학술 심포지움에 송두율 교수가 참석했고, 조선일보는 이 사실을 보도했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만일 이 사실을 근거로, 누군가 '조선일보와 송두율은 13년전부터 관계를 맺었다'고 의혹을 부풀리면서 '송 교수와의 관계를 밝히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조선일보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단 두 편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근거로 'KBS가 송 교수를 미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조선과 동아의 억지 주장을 접하면서 우리는 이것이 KBS에 대한 계산된 공격이라고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9월 방송된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미화는커녕 '송두율 다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송 교수는 해외의 여러 망명객들 중 한명으로 소개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이 프로그램이 송 두율 교수 한 사람을 미화하고 영웅화한 '송두율 다큐' 또는 '송두율 미화 프로그램'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명백한 악의적 왜곡이다.
우리는 강력하게 촉구한다. 조선과 동아는 KBS에 대한 악의적 왜곡과 '협박'을 즉각 중단하고 이성을 되찾아라.

 


2003년 10월 1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