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국감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3.10.5)
이념공세에 편승한 KBS 흔들기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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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KBS 국감에서 한나라당은 송두율 교수가 등장했던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인물현대사> <미디어포커스> 등 일련의 개혁프로그램 제작과 정연주 사장과의 연관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심지어 이원창 의원은 "정연주 사장이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황인욱씨와 연루되어 있다"는 '간첩연루설'까지 주장해 국정감사를 이념적 정치공세의 장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나라당이 국정감사장을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시킨 결과, KBS 국정감사에서 다뤘어야 하는 중요사안들은 실종되고 말았다.
정작 정치권의 잘못된 국감행태를 비판해야 할 언론은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상공세'부분만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일부 사실을 왜곡하고 부추기기까지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의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연루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신문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
조선일보는 KBS 국감 다음날인 3일 1면에 <"정연주사장 93년 안기부 내사대상">에서 「정 사장은 이날 '황씨를 만났느냐'는 질의에 "93년 한 차례 국내에서 만났다"고 답했으나 '황씨는 93년 구속중이었다'는 보충 질의에 "91년인지 92년인지 연도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고쳐 답했다」며 마치 정 사장이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5면 <"황인욱 국내서 한번 만났다">에서 이원창 의원과 정 사장의 문답내용을 실었으나 논란의 당사자인 황인욱씨의 "(남조선 노동당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단지 자신을 한번이라도 만났다는 사실 때문에) 안기부가 간첩혐의를 두고 내사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에서 쪽지를 내보내려 했다"는 해명서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으며, "근거를 대라"는 정 사장의 반박에 대해 이의원이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등 정치공세의 기미가 역력했던 사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도 1면에 <KBS 정사장 간첩연루 논란>과 3면 <"간첩 비밀쪽지에 '안기부 내사중' 적혀">에서 이원창 의원의 주장을 다뤘다. 그러나 동아일보 역시 답변시간에 정연주 사장이 이 건에 대해 충분하게 해명했으며, 심지어 논란의 당사자였던 황인욱씨가 해명한 내용이 기자실에 배포되었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다른 신문보다 하루 전인 2일 2면에 <이원창 의원 "오늘 국감서 밝힐 것" 정사장 "어떤 조사도 안받?quot;부인>이라는 제목으로 이 의원의 주장을 다뤘다. 다음날 중앙은 6면에 <"정연주 사장 간첩사건 연루 의혹" 鄭사장 "당시 미국에 있었다" 반박>에서 이원창 의원의 주장을 다뤘으나 조선과 동아와는 달리 황씨 측의 해명 내용을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또 중앙은 「서울지검 공안1부장으로 이 사건을 지휘했던 조준웅 변호사의 "나중에 鄭사장의 이름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하지만 쪽지에 적혀있던 '누구누구를 찾아 가 보라'는 정도의 메모만으로는 범죄 혐의를 파악하기 어려워 국정원에 이를 통보해 줬다"는 발언을 보도해 사실상 이원창 의원의 주장이 무책임했다는 것을 암시했다.
한겨레신문은 5면에 <무책임한 '정사장 간첩연루' 주장>에서 "이원창 한나라당 의원은 1993년 5월 16일치 <조선일보> 보도를 근거로 정연주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간첩단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가, 정 사장의 적극적인 반박에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못하고 허둥댔다"고 보도했다. 또한 황인욱씨의 해명도 함께 보도하는 등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색깔공세를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4면 <국감장 '색깔론 망령'>에서 "친북혐의를 받고 있는 송두율 교수가 빌미가 돼 (국감이)정연주 사장, 이종수 이사장에 대한 이념공세 마당으로 변했다. 정작 디지털방송 방식 선정 등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어거지 간첩연루논란
이날 이원창 의원이 주장한 정연주 사장의 간첩사건 연루설은 여러 가지로 허점이 많았다. 이 의원은 국감에서 "황인욱씨가 몰래 반출하려 했던 비밀지령문에 정연주 사장의 이름이 세 번째로 나온다"며 "당시 특종을 했던 기자는 데스크와 상의해 이름을 밝히지 않고 모 언론인으로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정 사장에 대해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의 핵심인물인 황인욱과 같은 노선을 걸어온 사람으로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조선일보 기사에는 '모 언론인'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연주 사장이 "그 문건에 (내가) 간첩혐의자로 되어 있느냐 아니면 이 의원께서 추측하신 것이냐"고 질문하자 이 의원은 "검찰 등이 간첩 혐의자로 내사중이라고 되어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어 정 사장이 "93년에 내사 중이었다면 왜 그때 조사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하자 이 의원은 "검찰에선 정 사장은 미국 영주권자이므로 직접 조사 받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이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독일 시민권자인 송두율 교수도 조사 받고 있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자이 원창의원은 "당시 검사와 취재 기자가 증언해 줬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이 의원은 정 사장이 "질의서에 '황인욱과 같은 노선을 걸어온 사람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무슨 뜻이냐"고 묻자 "질의서에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며 "실제로는 질문하지 않았다"고 한 발짝 물러서기도 했다.
결국은 개혁적 사장 흔들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정연주 사장에 대한 '간첩연루설' 외에도 KBS가 제작하고 있는 <한국사회를 말한다><미디어포커스><인물현대사>를 거론하며 정 사장을 공격했다. 이 역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에 비중 있게 보도됐다.
조선일보는 5면 <"송씨 민주·통일위해 외국서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KBS에서 방송한 <일요스페셜-경계도시>와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의 대본 중 일부를 발췌했다. 또한 <"KBS가 송두율 영웅만들기 나서">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KBS 공격을 보도했다. 이어 <"이종수 KBS이사장, 송씨가 만든 민건협의장 지내">에서는 "KBS 이종수 이사장이 송두율씨가 재독 유학생 포섭을 위해 1974년 조직한 민주사회건설협의회(민건협) 의장직을 77년부터 맡았다"는 이윤성 의원의 주장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주장처럼 민건협을 '친북단체'로 단정할 수 없으며, 이 이사장은 77년 평회원 신분이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이 기사 말미에 있어, 기사말미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윤성의원의 발언은 KBS 흠집내기용 정치공세형 발언에 불과하다.
동아일보는 3면 <"과거 부정하고 정권 편들기 급급">에서 한나라당 김병호, 권오을, 고흥길, 신영균 의원의 정연주 사장과 KBS 질타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도했으나 정작 정 사장의 답변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동아는 4면 <"KBS, 1월부터 지속적 접촉 송씨 귀국조율 큰 역할 했다">에서 [신영균(申榮均·한나라당) 의원은 "KBS가 올 1월부터 송씨를 지속적으로 접촉해왔고 송씨의 귀국에 KBS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KBS가 3월 말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해외학자 통일회의'를 송씨 접촉 창구로 활용했고 KBS가 그의 귀국을 위해 각본에 따라 일련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며 「이와 관련해 KBS는 9월 초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사회를 말한다-입국금지, 최후의 망명객들'편(8월 말 방영)에 소개됐던 재일 한국민주통일운동연합(한통련) 소속 해외 인사 30여명의 귀국이 허용됐다. 곽동의 한통련 의장이 KBS 프로그램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아니냐며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자사 프로그램의 효과를 자랑하기도 했다」고 KBS와 송두율 교수와의 연계설을 신의원의 입을 빌어 주장했다. 또 「정병국(鄭柄國·한나라당) 의원은 "정연주 KBS 사장이 한겨레 논설주간 시절에는 송씨에게 고정칼럼을 쓰게 해 간첩 혐의를 벗겨주더니, 이제 KBS에 와서는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그를 민주통일 인사로 포장해 영웅시했다"며 "정 사장은 더 이상 이념적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일 국감장에 있던 정범구,심재권 등 민주당의원들은 '한국사회를 말한다' 해외망명객들 편을 공동시청한 뒤 "편향되지 않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며 한나라당 주장을 일축했으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진정 개혁적 프로그램의 문제를 지적하려 했다기 보다는 '송두율 교수 건을 빌미로 개혁적 한국방송 사장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횡설수설 한나라당 비호하는 수구언론
2일 있었던 KBS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대신 정연주 사장에 대한 '색깔공세'에 집착해 정작 스스로의 주장이 억지라는 것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부 의원들의 모순 된 주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보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요한 색깔공세만이 부각되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부터 시종일관 <한국사회…> 등의 프로그램이 정연주 사장의 지시에 의해 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같은 주장을 했던 자민련의 정진석 의원은 "자율이 강조되면 편향성이 되는 것 아니냐"며 "한쪽으로 경도되는 경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모순 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일관되게 "KBS에서 사장이 하는 일은 전체 살림을 살며 직원들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며 "프로그램의 편향성은 내부의 심의평가실과 외부의 시청자위원회 등 다양한 견제장치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은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좋다. 문제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전체 맥락에서 하나의 경향성이 보인다"고 주장을 했다. 이에 정 사장이 "김병호 의원의 칭찬에 감사하다"고 하자 "프로그램 아이템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 동안 우리는 국정감사와 관련해 언론의 선정주의적 접근이 차분한 '정책국감'보다는 '폭로국감'과 '정치공세'를 부추긴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국정감사 보도는 정치인들의 '한껀주의'를 더욱 부추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가 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지난 1년 동안 방송사를 제대로 운영해 왔는지를 국민을 대신해 살피는 KBS 국감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가장 큰 관심사는 'KBS의 방송정책'이 아니라 정연주 사장에 대한 불확실한 '간첩의혹'과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이었다.
하긴 이번 KBS 국감의 이 같은 분위기는 KBS 국감 이전부터 감지되어 왔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KBS 국감 이전부터 송두율 교수 건을 빌미로 KBS를 집요하게 공격해 왔다. 한나라당은 이날 KBS 국감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해 이른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의 '핑퐁식' 사안 부풀리기 행태를 답습했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이처럼 KBS를 비판하고 정연주 사장을 문제 삼는 것은 개혁적인 성향의 정연주 사장을 흠집 내기 위한 '정략적 이해'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KBS에 개혁적인 정연주 사장이 임명되자 초기부터 정 사장을 향해 온갖 음해성 보도로 정사장 흔들기에 나서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치권의 어처구니없는 색깔론 공세에 편승해 정 사장을 '간첩연루자'로 만들려는 메카시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고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언론'이라 자칭할 셈인가.
우리는 한나라당에도 여러 차례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것을 '방송탓'으로 돌리며 억지부리지 말라고 당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주장을 반복하며 정 사장과 KBS를 공격했다. 더구나 일부 의원들은 정연주 사장이 신문사 재직시절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비판했던 칼럼을 거론하며 정 사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은 국민을 '여론조작의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어찌 외면하려 하는가. 부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과 한나라 당은 눈앞의 정략적 이해에 매몰되어 국가 중대사를 세치 혀로 그르치지 않기를 바란다.
2003년 10월 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