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송두율 교수 귀국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9.22)
등록 2013.08.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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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차분한 접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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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한국 입국이 불허되었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가 오는 22일 일시 귀국한다. 송 교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오는 27일 열리는 '해외 민주인사 한마당' 행사 참가를 위해 초청되었다. 그간 정부는 입국이 불가능했던 '해외 민주인사'들에 대한 입국을 허용하는 전향적인 조치를 내리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18일 전격적으로 송 교수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송두율 교수를 비롯한 해외 민주인사들에 대한 입국조치에 대해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또다시 송 교수의 '친북혐의'를 부각시키는 등 스스로의 '수구성'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송두율 교수를 비롯한 해외 민주인사들에 대해 과거 박정희 정권 때 덮어씌운 '친북'이라는 '색깔론'을 부각시키며 정부를 압박했다. 18일 1면 <'친북' 송두율교수 22일 귀국추진 국정원 "입국땐 이적성 조사">에서 조선은 "정부 당국의 입국 허가 및 입국시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된다"며 "이와 함께 대법원이 반국가단체로 판결한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곽동의 의장 등 한통련 관계자들의 입국도 추진되고 있어 정부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5면 <법무부, 입국 허가여부 미정>에서 조선은 "(송두율 교수와 한통련 인사들의 귀국 추진은)첨예한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에 대한 입장은 그 명칭에서부터 '친북 반체제인사'와 '해외 민주인사'로 갈려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 중 반정부 활동으로 '친북인사'로 분류됐을 당시의 행적과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때 초청을 받고 문상한 전력 등"이라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제기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송교수의 친북혐의를 거론했다. 특히 조선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황장엽씨의 주장에 대해 전 임동원 통일부장관이 국회에서 "송씨가 김철수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내가 거짓말하겠느냐, 당시 명예훼손 소송 답변서에서 다 밝혔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황씨와의 전화통화를 소개하는 등 이미 대법원으로부터 '증거 없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는 송교수의 친북 혐의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같은 날 사설 <'해외 인사' 입국, 법질서 존중돼야>에서도 조선은 "그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의혹에 대해 법원은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도 없다"며 "송 교수는 차제에 당국의 조사를 자청함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국정원이 송두율 교수와 김용무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에 대해서도 조선은 19일 1면 <송두율교수 체포영장>에서 송교수가 "어떤 조사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그의 귀국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송두율 교수 관련 기사가 많지 않았다. 중앙은 18일 3면 <'親北'송두율 교수 "22일께 귀국">에서 송 교수를 '친북'이라고 단정하는 듯한 제목을 달기는 했으나 기사 내용은 단순 사실 전달에 그쳤다. 기사 말미에 중앙은 송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과 '대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8일 <국정원 송두율교수 "입국땐 이적활동 조사">에서 송 교수의 입국을 두고 초청 주체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보도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한 관계자는 "송 교수가 입국하게 된다면 국가정보원이 송 교수를 조사한다는 방침인 만큼 이에 대해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으나, '다른 관계자'는 "송 교수는 이번 귀국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19일 <송두율-김영무씨 체포영장 발부>에서 동아는 국정원이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20일경 귀국 의사를 공식 발표할 예정인 송 교수 등 2명이 귀국을 강행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20일 사설 <송두율 교수 귀국논란에 대해>에서 동아는 "정부 당국과 송 교수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예우를 갖춰 조사하고 당당하게 조사에 응하라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송 교수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내비쳤던 당국이 돌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다…어렵게 성사된 '해외 인사 고국 방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사려 깊은 대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9일 사설 <송두율교수 귀국 논란>에서 "송교수가 귀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동시에 송교수는 친북활동 혐의에 대해 학자적 양심에 따라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국정원의 조사에 대해서도 "송교수의 입장을 존중하는 선에서 유연한 조사방식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경향은 고 윤이상씨의 사례를 들며 "냉전시대의 찌꺼기 같은 제도를 적용하려다 세계적 음악가로 하여금 조국을 등지게 만든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얼마나 옹졸한 처사였던가"라고 개탄했다. 경향신문은 "남북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정법의 취지를 살리되 분단에서 파생된 상처를 하나하나 치유해나간다는 역사적 안목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17일 <송두율교수 37년만에 귀국>에서 "그의 귀국은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해소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사법적인 결론 없이 친북인사의 귀국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주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문화는 5면 <송두율 "北노동당 후보위원 누명벗겠다">에서 송 교수가 인터뷰 중 "귀국 의지를 수차례에 걸쳐 피력했다"며 "송 교수는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귀국을 통한 정면돌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18일 <포럼; 송두율, 조건 없이 귀국허용을>에서 송교수를 비롯한 해외민주인사들의 조건없는 귀국을 촉구하는 해외인사범추위 집행위원장 임종인 변호사의 기고문을 실었다. 문화는 19일 국정원의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한 <정부 `송두율교수 처리` 고심>에서 "정부는 시대상황이 달라진 만큼 유연한 대처를 내비치면서도 체포영장을 미리 발부했다. 또 해외민주인사들의 귀국초청 행사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충분히 배려하겠다면서도 조사결과에 따른 사법처리 불가피라는 원칙론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며 "정부의 방침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고 입국시 대처방식에 대한 전망도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문화는 "내심 국정원은 진보와 보수계 양쪽을 둘다 만족시킬 묘안이 없다는 점에서 부담되는 상황을 피해가고 싶어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도 19일 사설 <송두율 교수, 이번에도 못 오나>에서 "국정원이 그에 대한 사전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고국방문이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겨레는 "국정원이 과거 그의 실정법 위반 혐의를 들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놓고 공항에서부터 체포할 방침이라 하니 오지 말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황장엽씨의 '폭로'는, 송교수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근거없다는 법원 판결까지 나왔다"며 "당국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혐의 사실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그의 입국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인가"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송 교수가 개혁을 앞세운 노무현 정부에 의해 시대착오적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우리는 그 동안 조선일보가 각종 사실 왜곡을 통해 정부의 개혁정책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어왔음을 지적해왔다. 이번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조선일보는 지속적으로 송 교수의 친북혐의를 부각해 정부를 압박했다. 조선일보가 황장엽씨의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 운운하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킨 것부터가 그렇다. 이미 황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증거 없음'이라는 사실상 무혐의 판결을 받았음에도 조선은 황씨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며 송 교수를 '친북인사'로 단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가 거론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 역시 의도적 왜곡이다. 2001년 통일·외교·안보분야에 대한 대정부 질문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송 교수가 김철수로) 그렇게 믿고 있다'고 답변 한 것은 당시 한나라당이 송 교수가 한겨레신문에 쓴 글을 트집잡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치졸한 '색깔공세'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또한 당시 임 장관의 발언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이전이었으며, 그 이후 법원으로부터 '증거 없음'이라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는 국정원의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송 교수는 초청 주체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도 여러 차례 국정원의 조사를 받겠다고 발언해 왔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체포영장 발부'라는 과도한 조처를 내린 것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세력들의 눈치보기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송두율 교수를 비롯한 해외민주인사귀국이 우리사회의 통일과 민주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언론의 차분한 접근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끝>

 


2003년 9월 2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