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위원회 방송발전기금 '유용'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9.17)
비난하기 전에 사실부터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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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국회 문광위 김성호 의원이 '방송발전기금이 방송위 직원들에게 개인연금으로 유용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가 나가자 조선·동아·중앙·경향 등 대부분의 신문들이 방송위가 '도덕적 해이' 상태에 빠졌다며 방송위원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김성호 의원의 보도자료는 몇 가지 점에서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오해의 여지가 컸다. 따라서 신문들이 구체적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방송위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부터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방송위원회 예산은 국고와 방송발전기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국고는 상임위원(5인) 인건비로, 방송발전기금은 사업비 및 사무처 인건비 등의 부대비용으로 사용된다. 즉, 방송위원회의 사무처 인건비는 방송발전기금의 원래용도 가운데 하나이고, 그 인건비 내역(의료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과 관련한 항목)에는 직원들의 부실한 복지혜택을 보완하는 차원으로 개인연금(단체보험) 지급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유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또 방송위원회가 방송발전기금을 기획, 운용하는 데는 기획예산처 협의,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 국회의 심의의결, 감사원의 사후관리를 받게 돼있어 쉽사리 기금을 유용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개인연금 부분이 지적을 받았고, 방송위원회는 개인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인 관례상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내년 예산 편성에서 제외한 상태다.
그런데 대부분 신문들은 15일자 기사 <방송위, 직원 개인연금 보험료 부당지원> (동아일보), <방송위, 발전기금을 개인연금 유용>(조선일보), <방송위원회 발전기금 유용>(중앙일보) 등을 통해 방송위 사무처의 인건비가 원래 방송발전기금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빼고, 개인연금만 발전기금에서 유용한 것처럼 보도했다.
일부 신문의 경우 방송위원회가 감사원 지적을 받고도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처럼 쓰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16일자 사설<방송위의 도덕적 해이>를 통해 "부당한 기금유용에 대한 감사원의 시정요구조차 묵살했다"며 방송위원회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같은 날 사설 <방송위, 공금도 구분 못하니>를 통해 "부당사용이 적발되어 중단을 지시받고도 계속 유용해왔다니, 도덕적 불감증과 기강해이가 개탄스럽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의 사설은 사무처 직원의 인건비가 방송발전기금에서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문제로 지적했는데, 이는 더 깊은 논의와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즉, 방송위원회 예산 중 인건비 부분을 발전기금이 아닌 국고로 충당할 경우, 국민들의 납세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가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 확인과 방송위원회 예산 확보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국회의원의 보도자료만을 근거로 방송위원회를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신문, 특히 방송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수구적인 신문들이 행여 '방송위원회 흠집내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는 신문들의 정확하고 신중한 보도를 촉구하면서, 아울러 방송위원회도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 청구 등의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이와 같은 취재 보도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2003년 9월 1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