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의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안 처리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9.3)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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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오는 3일 한총련의 미군 사격장 진입 시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번 해임안 제출은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내부조차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민들 사이에는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 자체가 정치공세성 성격이 짙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8월 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8.8%가 한나라당의 이번 해임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이번 해임안의 본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이번 사태를 한나라당과 청와대 양측 모두의 책임으로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며, 오히려 두 집단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몰고 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번 김 장관 해임안 처리 문제를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힘 겨루기'로 몰고 가고 있으며, 한나라당에게 은연중에 '강경대응'을 부추기기도 했다.
8월 19일 사설 <野黨의 장관 해임안 신중 기해야>에서 조선은 "이번처럼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권한 남용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며 장관 해임안을 제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같은 날 <기자수첩-한나라 '空砲정치'>에서 조선은 "한나라당은 그동안 많은 강경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결과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조금 기다려 봐야겠지만 아직은 발언을 크게 다룬 언론만 민망한 꼴이다. 공포(空砲)정치가 워낙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한나라당이 무슨 말을 해도 놀라는 사람이 없는 지경이다"고 비꼬았다. 9월 2일 <정치 인사이드;김두관장관 해임안 표결 D-2>에서는 "김 장관 해임안은 통과되든 안 되든 노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어느 한쪽엔 정치적 치명상을 안겨 줄 사안"이라며 이를 야당 지도부와 노 대통령의 '힘 겨루기'로 몰고 갔다. 조선일보는 김 장관 해임안이 통과되면, "노 대통령은 집권 7개월도 못돼 '장관해임안'에 부딪히게 된다"며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 내각의 장악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또 이를 거부한다면 노 대통령, 즉 청와대와 야당과의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돌입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결되면 한나라당 지도부가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된다며 이번 해임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 지도부에 대한 '신임투표'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의 김 장관 해임안을 두고 엉뚱하게도 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및 장수천 특혜의혹' 문제로 김문수 의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을 거론하며, 노 대통령과 야당의 정치적 타협론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2일 사설 <김장관 해임안 강행처리 피해야>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도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모를 상황인데 이런 식의 정국 경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나라당의 무리한 해임안 처리를 비판했다. 그러나 동아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수수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 온 것도 잘한 일은 아니다"며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언론에 대한 소송 제기로 한나라당을 자극함으로써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가 당론으로 굳어진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또한 동아는 이번 사태의 해법으로 엉뚱하게 "노 대통령은 김문수 의원에 대한 소송을 취하해야 하고 한나라당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를 재고해야 한다"며 "그것이 상생의 정치"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중앙일보 역시 한나라당의 무리한 김 장관 해임안 처리를 비판하면서도 청와대와 여당의 정치력 부재를 싸잡아 비판해 '양비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앙은 2일 <정기국회 열자마자 정국 급랭>이라는 보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청와대의 입장을 단순 나열해 보도하며 "김장관 해임안이 한나라당 단독처리→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질 경우 "정국은 일대 파란이 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3일 사설 <정치력 발휘해 파국 막아야>에서도 중앙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정치권의 대응방식은 정치력의 빈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각자 조직의 논리를 따라 파국으로 치닫는 강성 행위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한나라당에 대해 "해임안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지금이라도 해임안 처리가 원내 제1당으로서의 적절한 처신인지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여당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비판했으며, 정부에 대해서는 "야당이 해임안 발의 의사를 표명한게 언제인데 손놓고 있다가 이제와서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야당에도 물러날 명분을 주는 것이 정치"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청와대와 정치권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정치력과 협상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해임안 강행처리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한 신문은 경향과 한겨레신문이다.
경향신문은 2일 사설 <김행자 해임안 명분있나>에서 "김장관 해임을 정기국회 초반 정국주도권을 잡고 지도부의 리더십 강화를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 잘못된 일"이라며 "거대 야당이 걸핏하면 해임안을 내겠다고 엄포를 남발하고 그것이 부담이 돼 명분없는 해임안 처리를 밀어붙인다면 민심과는 동떨어진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도 사설 <다수당은 힘을 정당하게 써야 한다>에서 "해임안이 처리되면 큰 파장을 몰아와 정국은 총선 때까지 대결정치로 치달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어 원만한 해법을 찾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5자 회동과 해임안 처리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은 정국을 벼랑 끝으로 몰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다수의 힘을 신중하고 올바로 쓰기 바란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의 '김두관 장관 해임안 강행 처리'는 명분이 결여된 정치 공세적 성격이 강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모든 책임을 '노 정권 탓'으로 돌리는데 바빴다. 이제는 한나라당의 무리한 '정치공세'의 책임마저 노 대통령과 여권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입장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명백히 잘못하고 있는 것을 '잘못했다'고 지적할 최소한의 양심과 용기마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내팽개친 것인가.
2003년 9월 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