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노무현 대통령 광양방문 발언 관련 조선일보 등의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8.31)
비판하되, '사실보도'를 전제로 비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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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남 광양을 방문해 광양, 여수, 순천시 등 전남 동부지역인사 150여명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검찰권 남용을 지적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이를 문제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지역인사들에게 검찰, 국정원, 국세청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 이거 쥐고 권력 필요에 따라 때때로 움직여 보려 하는 순간 대통령 자리 제대로 못 내려온다. 김영삼 정부시절 아들 감옥 갔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도 별것 아닌 문제로 검찰 조사 받았다. 이것이 현실이다"라며 그러나 "질서는 제대로 잡겠다. 파동이 있는데 검찰 막강 권력,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는 검찰을 지속적으로 내버려두지 않겠다. 정당하면 바로 잡아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검찰권 남용을 지적한 것은 국정책임자로서 남용되고 있는 검찰권을 견제하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맥락과는 상관없이' 노 대통령의 특정 발언만을 부각시켜 대통령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같이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처럼 몰고 갔다.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이 취임 초기와 달리 검찰 독립과 관련해 말을 바꿨다며, 그 이유가 검찰의 여당 수사와 호남 민심 잡기 때문이라는 식의 추측성 보도를 했다. 29일 조선일보는 <"수십억 수뢰 별것아니면 뭘 수사하나">에서 노 대통령의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관련 발언에 대해 "많은 검사들은 28일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며 검찰의 부정적인 발언을 부각했다. 반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윤 대변인의 "과거 권위주의 시절이었다면 검찰이 대통령 아들까지 조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취?quot;라는 설명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어 <노대통령 호남민심 겨냥 의도된 발언?>에서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 아들 관련 발언에 대해 "대선때 자신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 지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문제를 거론해 호남 민심을 다잡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라며 깐죽거렸다.
조선은 사설 <오해 부를 대통령의 검찰 견제론>에서도 "우선 관심은 취임 초기 '검찰에 전화도 않겠다'고까지 할만큼 검찰 독립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제기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라며 "마음에 짚이는 것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여당 대표가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던 저간의 사정과의 관련성"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조선은 "검찰이 당면한 첫 번째 과제는 여전히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고, 독립된 검찰 권력에 대한 감찰의 필요성은 그 다음"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이런 대통령의 발언이 호남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동아일보 역시 노 대통령의 발언을 '검찰 장악 의지'로 몰고 갔다. 동아는 <야"노대통령, 검찰 길들이기 의도">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요지를 "검찰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라는 식으로 몰고 가 사실을 왜곡했다. 이어 동아는 "청와대와 검찰간에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며 "검찰 수뇌부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검찰 견제방식이 어떤 형태로 실현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불안해하는 모습"이라고 추측했다. 동아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충분하게 전달하며, 익명의 시민단체까지 동원해 노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독립'을 저해하는 것으로 몰았다. 심지어 동아는 <대통령 모호한 화법…대변인 진땀>에서 "불명료한 노무현 대통령의 화법이 계속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노 대통령 관련 논란의 책임을 '대통령 탓'으로 떠넘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고 증폭시키는 것은 언제나 언론이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 중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을 골라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과 상관없이 특정부분을 따오기 해 선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태를 호도해 온 것이 누구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사설 <노 대통령 검찰관 혼란스럽다>에서 동아는 "검찰을 위축시키고 사법부의 권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며 "감찰기능의 법무부 이관을 지칭한 것 같지만 검찰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될 여기자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는 "장관과 검찰의 관계가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구체적 설명 없이 검찰을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하니 국민은 대통령의 뜻이 무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비리 관련 언급과 관련해서 대변인실의 해명이 있었음에도 "천금같이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말이 매번 대변인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돼야 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만 하는지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노, 검찰에 뭐가 불만인가>에서 노 대통령이 '검찰' 관련 발언을 한 이유가 정대철 대표의 검찰 소환 파문을 비롯해 검찰 내부를 '특정라인'이 장악하고 있는 문제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대통령 아들 수뢰가 별 것 아니라니">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공언했던 처음의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검찰 장악의도로 비춰진 청와대의 최근 발언들과 맥이 같이한다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일부 검사들의 격앙된 반응을 소개했다.
사설 <노대통령의 헷갈리는 검찰관>에서 중앙은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 스스로가 강조해온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며 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것처럼 몰고 갔다. 중앙은 '대통령도 막강한 권한 가지고 있다'는 발언을 '검찰 장악 의지'로 왜곡하며 "이젠 인사권으로 검찰을 통제하려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1년여 나라를 들쑤셔 놓고 이미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은 그들의 비리사건이 별 게 아니라고 한다면 대체 무슨 비리사건이라야 별 것이 되는지가 궁금해진다"며 "이런 언급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앞으로는 수사하지 말라는 시사가 아니길 정말 바라고 싶다"고 마치 대통령이 검찰들의 수사에 압력을 넣은 것처럼 왜곡했다.
늘 그래왔듯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노 대통령 발언 중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특정 부분만 부각시켜 문제삼고 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검찰독립'에 대해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어거지'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 이거 쥐고 권력 필요에 따라 때때로 움직여 보려 하는 순간 대통령 자리 제대로 못 내려온다"며 검찰, 국정원 등에 대한 '독립'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전제하고 말을 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다. 검찰의 독립성이 높아져서 대통령의 아들들도 감옥에 갈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 발언의 의미였다.
또 "파동이 있는데 검찰 막강 권력,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는 검찰을 지속적으로 내버려 두지 않겠다. 정당하면 바로 잡아갈 수 있다"는 발언을 두고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몰고 가는 것도 '넌센스'다. 검찰권 남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이 검찰권을 견제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진정 대통령이 검찰이나 국정원 등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역할마저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청취능력'과 '독해능력'마저도 마비된 사오정 집단인가. 오히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검찰권 남용의 문제나 검찰 독립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의제화'했어야 한다.
다른 한편 수구언론은 진짜 보도해야 할 것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번 노 대통령의 광양 방문은 '동북아 물류중심 추진 로드맵'과 관련해 광양을 부산항과 함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 발표를 위한 것이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당연히 방문의 주목적이었던 '동북아 물류중심 추진 로드맵'구상에 대해 취재하고 이를 보도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지역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잠시 언급된 '검찰' 관련 발언에만 관심을 기울여, 정작 '광양항'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말았다.
새 정부 들어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지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악의적인 '딴죽걸기'였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스스로를 '비판언론'이라 부르며 이것이 마치 언론의 '가장 큰' 사명인양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실보도'다. 비판을 해도 '사실'에 기초해서 해야 한다.
스스로 만든 왜곡된 사실 위에서 '비판기능'을 외쳐대며 '자족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수준'에 독자들은 이제 서글픔을 느낄 지경이다.
2003년 8월 3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