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정순균 국정홍보차장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8.25)
등록 2013.08.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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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자신부터 되돌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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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균 국정홍보차장이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22일자에 기고한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과 한국기자협회 등은 정 차장의 기고문 가운데 "많은 한국의 기자들은 우선 전반적인 내용을 점검하고 중요한 사실에 대한 확인을 거치지도 않은 채 기사를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과 "(관료들은)이들 기자들에게 술과 식사를 함께 하며 정기적으로 돈봉투를 돌렸다"고 한 부분을 문제삼으며, 이 내용이 기자들에 대한 '비방'이며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차장의 이번 기고문은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 18일 '노 대통령 대 언론'이라는 사설에서 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및 장수천 특혜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4개 일간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노대통령의 한국 일부언론에 대한 소송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한 반론이다.


정 차장은 기고문에서 "정부의 소송은 정부와 언론과의 해묵은 대립을 바로 잡고 투명한 관계 수립을 위해 절실한 필요에 의해 비롯된 것"이며 이를 위해 '개방형 브리핑 제도 실시'와 정부기관의 '가판구독 금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언론이 정 차장의 기고문 가운데 일부 내용을 문제삼기에 앞서 언론계에 만연한 편파·왜곡보도와 잘못된 취재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 언론의 크고 작은 왜곡보도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올해만 해도 동아일보의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에 대한 정치인 관련설, 북한 고위관리 길재경씨 사망 보도, 최장집 교수 발표문 왜곡 보도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왜곡보도에 대해 언론사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언론인들의 촌지문화를 비롯한 잘못된 취재관행은 또 어떤가. 국가 기강을 흔드는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으레 언론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언론인이 촌지를 받는 것은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언론인들이 거론되고 있으며, 지난 7월 13일 KBS 뉴스9는 언론인을 포함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특혜골프를 쳐왔다는 것을 폭로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실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음에도 언론은 정 차장이 '한국기자들을 비방했다'고 무조건 매도만 할 수 있는가. 우리 언론은 정 차장의 글을 비판하기에 앞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차장이 기고문을 통해 우리언론의 문제를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지금 우리 일부 언론은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권력집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자기의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편파·왜곡보도를 서슴지 않으며, 자신과 입장이 다른 세력에 대해서 '융단폭격'식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일부 언론의 '새정부 흔들기' 역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진보정책을 사전에 저지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정 차장은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촌지'와 '향응문화' 등 일부분만 부각시켜, 정작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문제점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우리는 정부 관료들에게도 고언 한다. 그동안 관료들은 언론을 '로비'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며 향응 접대와 촌지 등을 통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온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나선 것을 우리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통령과 일부 공무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무원들의 언론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공무원사회가 '자존심을 가지고' 과거의 언론관에서 벗어나 언론과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아울러 언론 관련부처들은 언론 정상화를 위해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실효성 있는 언론 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기대한다.

 


2003년 8월 2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