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중앙일보 「지금은 노조시대」의 '이 달의 기자상' 수상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6.26)
기자상 선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기자협회 '이 달의 기자상'시상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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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제153회 '이 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부문에 중앙일보 <지금은 노조시대> 시리즈가 선정되어, 오늘 시상식이 열린다고 한다.
권위있는 언론상 시상식이 열리는 날, 우리는 축하 대신 유감의 뜻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기자협회가 시상키로 한 중앙일보 <지금은 노조시대> 때문이다.
이 기사는 게재 당시부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단순히 노동계에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은 아니다. 균형 보도의 차원에서 재계 편향적인 시각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는 이 기사가 제시하고 있는 사실 관계 자체에 논란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기사는 무노동 무임금 관철, 민영화 확대 등 재계의 시각을 기본에 깔고 있는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잘못된 근거들을 끼워 맞추고 왜곡했다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이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으며, 중재위의 결정에 따라 중앙일보에 반론문을 싣기까지 했다.
우리는 이 같은 논란에 휘말린 기사를 굳이 '이 달의 기자상'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5일 기자협회 고문이자 '이 달의 기자상' 심사위원이기도 한 이성춘씨는 「기자협회보」를 통해 "일부 심사위원들로부터 노조에 비판적인 편향성의 인상을 주고 익명보도가 많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노동단체들의 비판론 등이 제기됐으나 전체적으로 심층 분석한 노력 등을 감안해 다수의견으로 채택됐다"며 이 기사의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리는 이러한 선정 이유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자협회는 '이 달의 기자상이 가장 좋은 기사를 가려내 시상함으로써 기자 사회에 적극적 긍정적 자극을 제공하는 촉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성춘씨 역시 위의 글에서 '이달의 기자상'이 수적으로 인색하다는 평이 있지만 "그야말로 단 한 건의 제대로 된 작품을 고른다는 원칙 아래 엄정 심사, 정밀 심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일부 심사위원들로부터 '편향성'이 제기되고 '익명 보도'가 많다는 지적까지 나온 이 기사가 까다롭게 고르고 고른 5월의 '가장 좋은 기획보도'란 말인가.
기자협회는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언론현업단체다. 기자협회는 우리 사회의 고비마다 민주주의를 위해 큰 역할을 해왔다. 우리가 이번 '이 달의 기자상' 선정 결과에 더욱 실망하는 것도 그동안 기자협회에 대해 신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달의 기자상'은 기자협회가 위촉한 심사위원단에 의해 선정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상을 선정하고 수여하는 책임 단체는 기자협회며, 공신력 있는 시상으로 얻게될 명예나 잘못된 시상으로 받게될 비판은 기자협회의 몫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기자협회가 지금이라도 중앙일보 기사가 어떤 근거로 '이 달의 기자상'까지 받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따져보고 선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노동계에 충분한 해명을 하기 바란다.
아울러 다시는 '이 달의 기자상'이 그 선정을 놓고 사회적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심사 과정과 심사 위원 구성을 점검해주길 바란다.
2003년 6월 2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