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한나라당 언론특위 19일 기자회견」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3.6.20)
한나라당은 방송장악 음모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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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하순봉 언론특위 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KBS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쟁이나 방송내용, 교양적인 프로그램의 폐지와 편중적인 프로그램 신설을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방송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며 MBC와 KBS 2TV 민영화, 신문과 방송 겸업금지 조항 철폐, 수신료 폐지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나라당의 얄팍한 정략적 타산과 거대자본의 끝없는 탐욕이 야합하여 만들어낸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망국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본회는 놀부 생떼 쓰듯 걸핏하면 방송법개정을 들고 나오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MBC와 KBS 2TV 민영화 구상의 핵심은 방송을 대자본의 지배와 통제 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방송을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시장원리에 따라 최대한 방임할 때 시청자의 최대 만족이 가능하며, 광고수입과 연동되는 시청률이 그 만족의 유일 척도라고 주장해 왔다. 최소 비용으로 높은 시청률과 많은 광고수입을 내는 방송이 좋은 방송이며, 방송은 오락매체일 뿐 국민의 알권리나 언론자유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MBC와 KBS 2TV 민영화 주장은 이 같은 시장만능·자본만능의 논리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논리는 공급에 구조적 제한이 있고 민주주의와 관련해 독특한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방송 영역에는 적용될 수 없다. 그 논리는 공급과 수요가 완전경쟁인 상황,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적거나 공익을 위해 특별한 책무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지 않은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이치에 맞지 않게 MBC와 KBS 2TV를 민영화하겠다고 지난 대선 때부터 공언해온 것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 MBC와 KBS 2TV를 민영화할 경우, sbs의 경우에서처럼 방송은 자본에 보다 깊게 종속된다. 또, 한나라당 주장대로 교차소유 금지까지 함께 풀 경우 호시탐탐 방송진출을 노리는 기존의 거대 언론자본(조·중·동)의 여론지배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
한나라당의 MBC와 KBS 2TV 민영화 주장은 국민의 수중에 있는 방송을 빼앗아 자본의 지배와 통제 하에 두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한나라당의 그 같은 주장은 스스로가 국민의 정당도 국민을 위하는 정당도 아님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자신을 대자본의 하수인으로 타락시키는 자해행위에 불과하다.
그렇게 될 경우, 한나라당은 내용 면에서 극도로 상업주의적이고 정치적으로는 극도로 수구적인 방송을 친구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민주언론의 고사, 국민주권의 찬탈, 국가발전의 포기라는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업금지 철폐 주장은 한나라당이 수구언론의 이해를 대변하는 앵무새임을 증명한다.
신문과 방송 겸업금지 조항이 폐지될 경우, 방송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신문사는 현실적 기존 거대 신문사들, 특히 조중동에 한정된다. 이 점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 주장의 진의는 명백하다. 방송도 수구화 하자는 것, 5공 시절의 방송으로 돌아가자는 것 외에 무슨 다른 설명이 가능한가?
현재 우리나라 신문시장은 수구적인 논조의 몇몇 거대 신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대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게 된다면 우리사회의 여론 다양성은 결정적으로 뿌리뽑히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 동안 거대 수구언론들은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신문과 방송의 겸업금지 철폐를 요구해 왔다. 한나라당의 이번 주장은 거대 수구언론들의 이해를 십분 대변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들은 겸업금지를 철폐한 사례가 아니라 완화한 사례이며, 그것도 여론 독과점을 강화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최대한 여론 다양성이 확대되는 공익이 보장되는 한에서의 완화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주장은 수구 언론에게 잘 보이겠다는 일념으로 가득찬 것이 아닐 수 없다. 조중동의 여론독점이 확고한 우리 현실에서 '겸업금지'의 철폐-완화는 신문과 방송의 전 영역으로 여론 독과점을 확대하는 폐해를 필연적으로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수신료 폐지 주장은 KBS에 대한 공갈협박에 다름 아니다.
지금 우리 방송구조에서 KBS 수신료를 폐지하겠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면 KBS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대안이라도 준비되어 있는가. BBC를 비롯한 유수의 공영방송들도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수신료 폐지 주장은 MBC와 KBS 2TV를 민영화하여 우리 방송을 대자본 지배 하의 민영 상업방송 체계로 뒤집어엎는 것도 모자라 유일 공영방송으로 남게 될 KBS마저 완전 3류 방송으로 무력화시키겠다는 폭언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폭언의 저의는 무엇인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 같은 폭언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을 경우 공영방송을 고사시키겠다는 천박한 협박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저열한 방송장악 음모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밝힌 이른바 '방송개혁'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공익성과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은 방송개혁의 요체다. 그렇지만, 양휘부 특보의 방송위원 추천 건에서도 보였듯이 한나라당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정당이다. 또, '방송개혁안'에서 보듯, 한나라당은 사사로운 개인의 돈벌이와 공중을 위한 방송의 공익성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은 방송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자가당착적 오류에 빠진 한나라당이 내부 개혁은 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방송을 '편파적이었다'고 어거지로 매도하며 방송을 대자본의 수족으로 개편하겠다는 저열한 방송장악 음모이자, 국민에 대한 천박한 협박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같은 정당이 의회 다수당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2003년 6월 2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