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문성근씨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 진행」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3.16)
프로그램 방영이후 차분하게 비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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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5일 논평을 통해 KBS가 새롭게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의 진행자로 문성근씨를 내정한 것에 대해 문제삼고 나섰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문씨의 지난 대선 활동을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문씨의 자격조건을 거론한데 이어, 이젠 한나라당까지 문씨의 다큐멘터리 진행을 두고 '청와대와 KBS사장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문씨를 중용하기 위해 질 좋은 프로까지 갑자기 폐지하는 것은 아니냐'며 '정치적 의혹'까지 운운하는데는 아연할 따름이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문씨가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는 진행자의 전권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토론프로그램과는 엄연히 다르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경우 멘트 하나, 동작 하나까지도 PD와 작가 등 제작진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방송의 상식이다. 이를 마치 문씨 혼자서 만드는 프로그램인 양 왜곡하는 것은 방송에 대한 무지의 소치다.
가장 큰 문제는 공영방송의 편성에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적극적으로 개입, 자신들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는 태도다.
다음으로 우리는 한나라당이나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정몽준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수많은 연예인들 가운데 누구도 당시 활동으로 인해 방송활동에 불이익을 받은 연예인들은 없다. 왜 유독 문성근씨만 안 되는가.
뿐만 아니라 11대, 12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했던 봉두완씨는 이후 KBS의 대표적인 라디오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봉두완 입니다>를 비롯해 <뉴스 전망대>, <정치 전망대>, <MBC라디오 "전국패트롤 봉두완입니다"> 등 공영방송의 주요 시사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진행한 바 있다. 또 한나라당의 홍사덕 의원도 11대, 12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후 무려 4년 동안 MBC <라디오 칼럼>을 진행한 바 있다. KBS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진행하고 있는 정진홍씨는 김영삼 대통령 때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관용 국회의장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들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보다도 더 '공정성'이 요구되는 시사·토론프로그램을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지적도 하지 않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유독 문씨에 대해서만 트집잡고 나서는 것은 편파적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문성근씨의 대선 기간 활동을 문제삼는 저의는 무엇인가.
대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과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나라 흔들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비판할 것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페어 플레이' 정신이 아쉽다.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에 대한 비판과 시정요구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에 차분하게 해도 늦지 않다. 아직 방송되지도 않은 프로그램을 두고 '감 놓아라 배 놓아라'하는 것은 힘의 논리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2003년 6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