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야인시대>의 '제주 4·3'왜곡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3.4.28)
<야인시대>는 '제주 4·3' 왜곡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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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 차례 '역사왜곡'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던 <야인시대>가 또다시 '제주 4·3사건'을 왜곡했다.
지난 4월 14일 <야인시대>는 방송에서 조병옥의 입을 통해 "제주도지사가 인민투쟁위원장이고 제주읍장이 부위원장", "각 면장은 면투쟁위원장"이라며 "제주도는 그야말로 좌익들로 뒤덮인 섬"으로 표현했다. 더구나 <야인시대>는 해설에서도 "(제주도민) 중 8할이 좌익계였고 행정기관의 수장들이 또한 모두 좌익이었다"며 4·3을 '빨갱이들의 폭동'으로 기정 사실화했다. 또 "남한만의 단독선거와 단독정부를 반대하였고 또한 그 와중에서 무고한 양민들을 인민재판이라는 이름 아래 학살하였다"며 제주도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의 책임을 좌익들에게 돌렸다.
물론 당시 미군정 경무부장이던 조병옥이 제주도에 대해 그런 인식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병옥의 이런 발언들은 사실상 제주에서 벌어졌던 '단독정부 수립반대', '단독선거 반대' 운동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기 위한 '구실만들기'였다. 4·3 시기 벌어진 무고한 제주도민에 대한 학살은 조병옥의 직간접 책임 하에 벌어졌던 것이다.
'제주 4·3사건'은 오랜 세월 동안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어 왔다. 4·3에 대한 진상규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1993년이다. 최근에도 4·3사건에 대한 정부의 사과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있을 만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SBS <야인시대>는 사건의 진실은 외면한 체 당시 제주도에 대해 '초토화작전'까지 벌였던 조병옥 등 미군정의 입장에 서서 역사를 왜곡했다. 이는 4·3사건 본질에 대한 심각한 왜곡으로, 4·3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며 반세기를 숨죽여 살아왔던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위다. 또한 방송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역사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무책임한 방송제작 태도다.
오죽하면 '제주도 4·3사건 희생자 유족회' 등 4·3관련 단체들이 방송 다음날 바로 "많은 국민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인식시키고 제주도민을 기만하는 심각한 일"이라는 논평을 내고 14일 방송분에 대해서 정정보도문 발표를 촉구했겠는가.
본회는 이미 <야인시대>를 '2월의 나쁜 방송'으로 선정하며 <야인시대>의 역사왜곡과 반공이데올로기 부추기기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이는 본회만의 지적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역사왜곡을 반복하는 <야인시대>의 무책임한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야인시대>는 2부로 접어들면서 시청률이 떨어지자 역사왜곡과 폭력성에 기대고 있다. <야인시대>가 심어주는 그릇된 역사인식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다. <야인시대> 제작진은 더 이상의 역사왜곡을 중단하고 4월 14일 방송분에 대한 정정보도를 당장 시행하라. 또한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명예를 훼손당한 4·3사건 희생자 유족들에게 사과하라.
2003년 4월 2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