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 추진에 대한 민언련 성명(2003.4.14)
한나라당은 '아전인수식' 방송법개정시도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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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제출한 방송법개정안을 보고 본회는 실망을 금할 길 없다. 1기 방송위위원임기가 만료된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2기 방송위원구성을 하지 못하고 공영방송 KBS사장 선임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불거진 상황에서 원내 제 1당이 낸 '개정안'이 기대에 못미칠 뿐만아니라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감마저 주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방송위원회 위원을 현행 9인에서 7인(대통령 추천 몫만 1인으로 축소함)으로 줄이고 한국방송사장 임명시 국회동의를 받게 하는 것이다.한나라당은 이 방송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 내에 기필코 통과시키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 강화를 위해 진즉부터 언론단체와 학계는 방송통신위원회구성과 방송위원회 권한 강화, 방송위원선임방식 변경 등을 포함한 방송법개정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러한 진지한 방송법 개정 논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방송위원 구성과 공영방송사장 임명에 있어서 한나라당 입지 강화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우리는 정략적 발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사실 관계에 대한 검토도 없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솔한 행동'에 실소를 금할 길 없다.. 10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은 "방송위는 본질적으로 정부와 대통령 주도하에 운영되고 있다. 야당 추천이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행 방송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일 뿐 아니라 자기들이 추천했던 1기 방송위원의 존재를 부인하는 꼴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개정안을 낸 법의 원안도 모른단 말인가. 원안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당리당략만을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가.
장광근 의원은 또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해 노대통령과 KBS 노조, 시민단체 대표의 대화를 두고 "대통령은 KBS 사장 문제로 노조와 담판을 시도하다 결국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날 대화자리는 대통령과 노조가 담판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날 만남에서 대통령은 노조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경청했고, KBS 이사회에서 새로운 사장을 제청하는 안을 냈다. 애초 현 이사회의 책임을 묻고 다음 이사회에서의 사장제청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던 노조와 시민단체대표들은 다음날 대통령의 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이게 어떻게 '대통령의 실패'인가. 민감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최고권력자를 흠집내려 안간힘을 쓰는 한나라당의 단세포적인 정치적 공세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아전인수식 방송법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한국 방송의 앞날을 내다보고 법을 개정하지는 못할망정 '우리 몫이 작다'며 억지를 부리면서 정략적인 법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원내 제1당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한국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걱정한다면 여론수렴부터 충실히 하여 제대로 된 법률안을 내야 마땅하다.
우리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방송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고 있거니와 이러한 상황인식에 대해서도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한나라당은 방송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당의 수구적 본질에 발목잡혀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 것이다.
한나라당이 오직 정략적 발상에만 치우쳐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강화라는 대의를 소홀히 취급한 방송법개정안을 통과시키려한다면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은 물론 시민사회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한나라당의 상식적인 판단을 촉구한다.
2003년 4월 14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