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동아일보 내부 자정 움직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3.5)
등록 2013.08.0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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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자들에게 바란다
 

 

 

2월 28일자 동아일보 노보는 동아일보 내부에서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동아일보 내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서 동아일보의 변화 가능성을 엿본다.
그동안 우리는 동아일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양심적인 언론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해 왔다.
동아일보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동아일보의 위기는 단순히 '조중동'의 시장 점유율에서 '조중'에 뒤처진다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서 안된다.
독자 입장에서 볼 때 동아일보는 이제 조선일보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공정한 신문이 되었다. 오히려 조선일보의 '교묘함'을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조선일보보다 더욱 불공정한 신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동아일보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이제 언론인으로서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동아일보의 미래를 고민하고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생각하는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진심으로 요청한다. 언론인으로서 도리를 지키기 위해 군부독재의 탄압과 해직의 위협에 맞서 싸웠던 선배들의 정신을 돌아보라. 그리고 동아일보를 바꾸어 달라.
한때 '동아일보 기자'가 곧 '시대의 지성'으로 통하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동아일보 사주의 경영 능력이나 시장 지배력 덕분이 아니었다. 언론인 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록 동아일보에서 쫓겨나 '재야의 언론인'이 되었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언론자유의 상징으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받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에 어떤 존재며, 동아일보의 기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떤가.
우리는 동아일보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그저 신문시장에서 '1등신문'이 되고자 하는 자사이기주의적 욕구가 아니라고 믿는다. 또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의 편파보도에 대한 여론 악화만이 자성의 계기가 아니라고 믿는다. 동아일보는 정치보도의 노골적 편향성뿐 아니라 경제, 사회, 노동, 통일 등 모든 분야의 보도에서 언론의 정도를 벗어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동아일보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 조선일보를 쫓아 '수구언론'으로 독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정도(正道)를 회복하여 정론지로서 발전을 꾀할 것인가. 이 선택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동아일보 내부의 기자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언론개혁'에 대한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동아일보는 '자율개혁'을 목청 높여 주장해 왔다.
우리는 언론의 자율개혁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언론도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도를 통한 최소한의 탈법 행위 규제, 독자 운동을 통한 불공정보도의 시정을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사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각성을 통해 자율개혁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동아일보의 양심적인 기자들이 이제라도 동아일보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우리는 애정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동아일보 기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2003년 3월 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