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개국 30주년」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3.3.3)
KBS에 바란다!
오늘(3월 3일)은 KBS(한국방송)이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30년 동안 KBS는 2개의 지상파 방송사와 라디오 방송, 2개의 위성방송 등을 포괄한 연 매출액 1조 9500여 억원의 거대 국가 기간방송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국가 기간방송으로 KBS가 풀어야 할 과제는 여러 가지다.
우선 KBS는 '공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KBS는 입으로는 '공영방송'을 내세우면서도 시청률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KBS 2TV에서는 평일 심야시간대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띠 편성'해 방송하고 있으며, <연예가 중계>를 비롯한 저질 연예·오락프로그램들을 계속 방송하고 있다. 오랫동안 시청자와 시민단체의 지탄을 받아왔던 <서세원쇼>도 진행자 서세원씨가 비리사건에 연루되고 나서야 폐지되었다. 또 청소년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던 <접속, 어른들은 몰라요>의 경우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폐지하는 석연치 않은 모습까지 보여 공영방송의 진정한 공익성이 무엇인지를 의심스럽게 했다.
'매체간의 균형발전'도 KBS가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지역 민영방송, 케이블과 위성방송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방송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 방송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2년만 보더라도 KBS는 매체간의 균형발전보다는 자사 이기주의에 치우친 모습을 보여왔다. '방송시간 연장' 추진을 비롯해, KBS2 TV의 '역외 재송신' 문제 등 매체간의 불균등한 발전을 초래할 수 있는 일련의 방송정책을 추진하는데 앞장서 왔다. 앞으로 KBS는 매체간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일련의 방송정책 추진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KBS 2TV의 섣부른 민영화 논의는 제고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민영방송 SBS 13년 동안 방송 프로그램의 공익성이 어떻게 훼손되어 가는지를 목격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방송의 '상업화'와 '시청률 경쟁'이 심화되었으며, 심지어 선거시기 특정 후보를 '키워주는' 보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뻔히 보고서도 KBS 2TV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KBS는 공영적 소유구조를 바탕으로 어떻게 공익성을 강화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KBS는 '시청자 주권 강화'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시청자의 방송 운운하면서도 실제 KBS의 운영과 방송편성에서 시청자들의 주권은 크게 고려되지 못해왔다. 시청자 주권강화를 위해 설치된 KBS '시청자위원회'의 경우 그 위상과 운영방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청자위원 가운데 자사 출신을 3명이나 포함시킨 것은 시청자위원회의 근본취지를 무색케 하는 처사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S가 '시청자 주권 강화'를 외치는 것은 말뿐인 개혁이다.
다행히 KBS는 3월 2일 발표한 <시청자께 드리는 약속>에서 시청자 주권 강화와 방송의 공익성 향상, 지역방송의 균형발전 등을 약속했다. 본회는 KBS가 이 같은 약속을 이행해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본회가 제안한 문제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
2003년 3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