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기보씨 '기사 자작' 논란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9)
'촛불시위'의 의미를 왜곡하지 말라
촛불시위 최초 제안자로 알려진 김기보씨의 '오마이뉴스 기사 자작'에 대한 논란이 촛불시위 자체의 취지나 의미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데 대해 본회는 우려를 표명한다.
이 사건이 인터넷 매체의 윤리성과 책임성에 대한 성찰의 계기는 될지언정 일방적인 매도의 근거가 될 수는 없음에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씨가 자신의 제안을 오마이뉴스에 기사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7일 한나라당은 논평을 내고 '김씨가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오마이뉴스 기자'라며 '언론인의 윤리성'을 비난했다. 이어 다음날 8일 대부분 신문이 이를 기사화했으며, KBS는 9시뉴스에서 단신으로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 가판과 동아일보는 각각 <촛불시위 첫 제안자 '앙마'는 오마이뉴스 기자>, <촛불시위 첫 제안 '앙마'는 오마이뉴스 기자>라는 제목을 달아 김씨가 오마이뉴스의 기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KBS는 김씨가 오마이뉴스의 객원기자라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2만여명의 '뉴스게릴라'들이 글을 올린다. 이러한 오마이뉴스의 취재, 편집 시스템을 고려할 때, '김씨가 오마이뉴스의 기자'라는 보도가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혹시 일부 언론의 과민한 반응이 급속하게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인터넷매체에 대한 견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9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후속 보도를 통해 "(인터넷언론이) 여론조작이나 대중선동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조선), "인터넷을 매개로 한 신종 '무브먼트리즘(선동, 운동주의)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동아)를 나타냈다. 나아가 9일자 동아일보의 보도는 이 사건을 빌미로 촛불시위의 의미까지 왜곡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추모서 반미로... 첫 제안자 '자작극'...촛불시위 순수성 논란>이라는 기사를 통해 '여론자작극'이라는 표현까지 동원 "촛불시위의 순수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 증대와 함께 책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여러 부작용은 분명 보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가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매체 자체를 매도하거나 촛불시위의 의미를 축소 왜곡하려는 의도에 악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일부 수구언론에 정중히 요구한다. 김씨의 '시위제안 과정의 문제'로 촛불시위와 전국민적 소파개정 요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지 말라. 김씨가 문제제기 과정에서 오류를 범했지만 촛불시위는 매우 유효한 문제제기였음을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아울러 네티즌과 뉴스게릴라들에게도 당부한다. 인터넷매체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며 '젊은' 여론 수렴과 의제설정의 훌륭한 '광장'이다. 이 광장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네티즌과 뉴스게릴라들이 자율적으로 자기를 점검하면서 성숙해가야 한다. 이번 '앙마의 잘못'을 계기로 인터넷상의 성숙한 의사소통의 규범을 마련할 수 있는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2003년 1월 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