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북핵개발 시인>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 (2002.10.19)
등록 2013.08.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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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고 차분한 북한핵 관련 보도를 기대한다
 

 

 

어제(10/17) 미국과 한국정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시인했다'고 발표했다.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이 달 초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국 쪽이 먼저 문제제기하고 북한이 이를 시인했다는 것이다. 본회는 이 소식이 최근 화해무드를 지속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다시 냉각상태로 되돌려 놓지 않을까 대단히 염려스럽다.
우리 언론은 이 사건을 1면부터 5면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면을 할애하며 비중있게 보도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는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해 왔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는 한·미 양국의 발표뿐이다. 따라서 언론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차분하게 발표내용의 실체를 확인하고 사실확인부터 해야 한다. 섣불리 강경론을 내세우는 것은 자칫 한반도에 평화를 위협할 위험마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조선, 중앙, 동아 세 신문은 오늘 기다렸다는 듯이 북의 핵무기 개발이 햇볕정책의 결과 혹은 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연결시키며 햇볕정책 흔들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조선일보는 사설 <북 '핵 기만'이 몰고 온 한반도 위기>를 통해 "김정일 정권이 보여준 평화의 미소 뒤편에는 비밀 핵 개발이라는 어마어마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는 이야기"라며 흥분했고, 중앙과 동아도 각각 <뒤통수 맞은 햇볕정책>, <분노도 표시 못하는 '햇볕정부'>라는 제목의 사설로 햇볕정책을 비아냥거리고 있다. 또 동아는 정부가 발표한 성명이 온건하기 짝이 없다며 강경론을 강요하고 있으며 조선·중앙일보는 북한에 '대항할' 한미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대북 강경론을 먼저 내세우고 햇볕정책을 비아냥거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다. 오히려 언론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내용과 북한 핵 준비진전 정도 그리고 북한 핵이 한반도 미래에 미칠 변수 등을 파헤치고 성찰해 보도해야 한다.
본회는 또한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을 철저히 경계한다. 행여 이 문제를 빌미로 정치적 공세를 가하거나 이에 부화뇌동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악의 축 발언에 이어 대 이라크 전쟁 위협에 이르기까지, 미 부시 정권으로 인해 지금 세계평화는 위협받고 있다. 본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군사적 일방주의를 펴고 있는 미국이 이번 핵 개발 시인 건을 계기로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어 전쟁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한·미공조만이 해결책인양 강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언론은 이 문제를 남과 북 한반도의 틀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햇볕정책이 정말 문제가 많은 정책이라면 '구체적인 사실들'을 토대로 재평가하면 된다. 남북간에 협력관계가 진전될 때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긴장관계가 조성될 때마다 '햇볕정책'과 연결시켜 흔들어대는 언론의 저의는 무엇인가. 이번 사건은 '협상'으로 쉽게 해결될 성질의 사건이 아니다. 그렇기에 '언론의 진지하고 성숙한 접근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된다. 언론은 단 한번이라도 거시적 안목에서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보도할 수는 없는가. 국민은 섣부른 판단이나 평가보다 진실을 알고 싶다.

 


2002년 10월 1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