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회창 아들 병역비리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2.8.14)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관한 '구체적 자료'가 제시되고 있다. 12일 정연씨 병역의혹을 제기한 의무부사관 출신 김대업(41)씨가 전 국군수도병원 주임 원사 김도술씨의 진술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제출 한 데 이어 13일에는 신검판정에 앞서 면제날짜가 찍힌 정연씨 병적기록표가 검찰에 의해 확인되었다.
김대업씨 테이프와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신문이 8월 13일 1면에서 보도했는데 특이하게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대업 테이프' 진위 논란>이라는 같은 제목을 뽑았고 이 사안을 '논란'으로 몰아갔다. 반면 한겨레는 <"한인옥씨한테 돈 받고 면제 도와" 국군병원 전 원사 진술녹음 제출>로 녹음 내용 일부를 제목에 담았고 중앙은 <검찰, 김대업 녹취록 분석 착수>라는 제목으로 사실관계만 전달하였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는 오늘(8/14)도 각 신문이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의혹이 보다 구체화된 정연씨 병적기록표와 관련해서는 조, 중, 동 모두 축소보도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특히 이 내용을 1면에서 기사화 한 다른 신문과 달리 조선일보는 1면에서 다루지 않고 4면 우측 하단에 2단으로 취급했을 뿐이다. 또 <정연씨 신검·병역 면제 날짜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또 다시 이 사안을 '논란'으로 몰아갔다. 이는 <면제날짜 신검판정보다 앞서>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한겨레와 크게 대비되는 것은 물론 중앙, 동아가 1면에서 2단 기사로 다룬 것과도 비교된다.
대신 조선일보는 1면에서 <'김대업 테이프' 목소리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테이프 목소리가 자신과 다르다는 테이프 주인공 김도술씨의 주장을 비중있게 다루고 사설 <검찰과 '김대업 조사활동'>에서는 "김씨가 수집할 수 있었던 일련의 사실을 군과 검찰의 수많은 정규 수사관들이 어떻게 전혀 모른 채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하는 불가사의한 것", "죄수복 차림으로 검찰에 나와 수사보조를 했다는 그가(김대업씨) 녹음기는 어디서 구했을까?" 등 오히려 김대업씨 개인에 대한 의혹과 수사의 허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날 사설 <'김도술 부인' 속히 진실 밝히라>를 통해 "김도술씨의 진술이 협박이나 회유 혹은 유도성 질문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김대업씨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며 테이프의 진위여부를 의혹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보다 증거가 뚜렷한 병적기록표에 대해서는 조, 중, 동 모두 사설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한겨레는 3면해설기사 에서 <뒤바뀐 날짜순서 '상식밖'>이라며 주요하게 보도한 것은 물론 사설 <의혹투성이의 병적기록표>를 통해 "병적기록표의 병역면제 판정 과정이 순서가 뒤바뀐 채 기록된 사실 등이 새롭게 드러나 비리의혹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쓰고 있다.
지금 대통령 후보 이회창씨 아들의 병역비리 수사에는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국민들은 5년여를 끌어온 병역비리의 진상이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진상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할 언론이 중요한 증거가 드러나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또 새로운 '자료'가 나올 때마다 섣불리 '논란'으로 몰아가는 이유는 뭔가. 본질을 흐리고 이회창 후보 감싸기에만 연연할 것인가. 특히 병적 기록표에 대해 조선일보가 이를 축소보도하고 심지어 외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지 본회는 진지하게 묻고 싶다. 언론은 진실규명에 나서라. 국민은 '진실'이 알고 싶다.
2002년 8월 1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