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6.29 서해교전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2.7.4)
KBS와 SBS는 진실을 밝혀라!
지난 6월 29일 벌어진 서해교전 사태 관련 방송보도에 비판의 소리가 높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들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일제히 햇볕정책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공세를 펴고 있으며 일부 방송 역시 신중한 접근 없이 상황 따라가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서해교전이 일어난 연평도 일대는 이미 99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으며, 꽃게잡이철이 되면 남북어선들의 월경행위로 인해 긴장이 높아지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서해교전에 대해 우리 언론은 좀더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번 교전에 대해 MBC 뉴스데스크는 국방부의 발표내용과는 다른 어민들의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진상조사와 보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KBS와 SBS는 진실을 밝히려는 '취재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교전상황 전달에 급급
지난 29일 교전이 벌어진 이후 방송은 긴급하게 속보를 내보내면서 이번 교전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사건이 발생한 29일 방송3사는 국방부의 발표내용에 근거해 이번 사건의 정황을 보도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29일 방송3사는 KBS뉴스9의 경우 25건 가운데 16건, MBC 뉴스데스크는 22건 가운데 11건, SBS 8시뉴스는 10건 가운데 6건을 교전상황을 전달하는데 할애했다.
방송사들은 국방부의 발표에 의존해 이번 교전을 '북한의 도발'로 거의 확정짓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언론은 스스로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북한측의 '공격'에 의한 우리 해군의 '피해상황' 보도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사건이 벌어진 29일과 30일에는 방송3사 모두 국방부의 발표에 의존해 '북측이 도발'을 한 원인을 분석하는 보도와 외신의 반응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방송3사는 대체로 이번 사건의 원인을 강경군부의 독자행동설, 99년 발생했던 이른바 '연평해전'에 대한 복수설, 남북(북미)관계에서 외교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동 등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 모두 구체적인 사실이나 확실한 정보에 입각한 분석은 아니었다.
북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 키우는 보도 많아
교전상대국인 북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키우는 보도가 많아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은 없고 갈등만 조장했다. 방송3사는 일부 보도에서 99년 교전상황 화면을 '자료화면' 표시 없이 사용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사태판단을 흐리고 있다. 특히 29일 속보에서는 다소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였던 KBS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북쪽의 '의도적 도발'로 몰아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MBC의 경우 7월 1일부터 연평도 어민들의 소리를 생생하게 보도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을 하기 시작했으며, NLL 문제를 비롯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KBS 뉴스9은 29일 <"다목적 카드인 듯">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우리의 월드컵에 비해 한산하기까지 한 아리랑축전은 북한 사회에 위축감을 조성해 분위기전환이 필요"했으며 "99년 연평해전을 치욕으로 기억하고 있는 북한 군부가 다목적 카드로 무력도발을 일으켰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30일 <"의도된 선제공격">에서는 두 번째 고속정에 총격을 가한 것이 "의도적인 도발에 의해 일어났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또 <"NLL 없애야 회담">에서는 "앞으로 북한이 더 이상 생떼를 부리지 않도록 이를 더욱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주장에 대해 '억지' '생떼' 등 감정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7월2일 <실익 놓고 양다리>에서는 "북한이 여전히 선미후남의 이중적 잣대를 근거로 우리의 선의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며 "북한의 엇갈린 두 모습, 진정한 화해와 협력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우리 한반도의 현주소"라고 진단했다.
MBC는 사건이 일어난 29일에는 다른 두 방송사와 비슷했으나 이후 조심스러운 보도태도를 보였다. 29일 <조짐 있었다>에서 "작년 북한측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것은 12번. 올해는 6개월만에 이 횟수를 초과했다"며 북한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부각했다. <교전 왜 반복되나>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꽃게잡이가 주요 외화벌이 원이 된다는 데서 북한측이…도를 넘게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습공격 당했다> "우리는 적의 상당한 의도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인터뷰를 인용했다. 그러나 7월 1일부터 <생생하게 증언><"꽃게 때문에..."><"어선통제 안됐다"> 등 어민들과 부상병들의 진술을 토대로 우리 어민들의 월경 가능성을 보도했다. 또 99년 사태와 비교하며 이번 사건의 배경과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까지 내보내고 있어 다른 두 방송사와 비교됐다.
SBS는 상황 나열식 보도가 많았으며 이번 사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부족했다. 29일 <군부 단독 복수극>에서 "서해교전에서 참패한 뒤 북한 해군은 명예회복을 별러온 것으로 전해졌다"며 "다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경우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을 내려놓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7월 1일 <'NLL무력화' 의도>"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덤빈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다"며 "북한은…북미회담에서 부담스러운 테러문제 대신 NLL문제를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시켜 나갈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BS와 SBS는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보여야
특히 MBC 보도를 통해 어민들이 일부 월경했다는 증언이 나온 7월 1일 이후에도 KBS와 SBS는 여전히 북측의 의도된 도발로 단정짓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3일에는 KBS와 SBS는 각각 <"조업과 상관없다">는 보도에서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YTN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합참에서는 "일부 어선이 어로통제선을 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방한계선을 넘은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사건당시 밝혀지지 않았던 우리 어선의 '현장 조업'을 간접 시사했다. 그러나 KBS와 SBS는 여전히 이 같은 사실은 보도하지 않은 채 국방부의 발표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MBC가 보도한 '일부 어선의 월경행위'가 사실이라면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 자체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사실확인'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다른 두 방송사는 단순히 국방부의 발표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언론스스로 이번 사태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미 99년에도 비록 인명피해는 적었지만 이번 서해교전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논란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방편으로 '공동어로구역 지정'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보도한 분석기사와 상황전달 기사들의 수준은 크게 향상되지 않은 모습이다. 더구나 MBC에서 국방부의 발표와 다른 내용을 보도하고 있고 합참에서 이를 시인하고 있으나 다른 방송은 이에 대한 진위를 가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서해에서 남북 간 교전이 터지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이럴 때 언론은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가. 지금 방송은 군민을 위로하고 안심시키기는커녕 선정적 보도로 불안감만 조장하고 있다. KBS와 SBS는 사실에 근거한 차분한 보도로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힘을 보태라.
2002년 7월 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