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군 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2.6.27)
등록 2013.08.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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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취한 방송,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양주에서 두 명의 여중생들이 미군의 장갑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그간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사건들이 그래왔듯이 최소한의 사과도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은 월드컵 열기에 취해있을 뿐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어제(26일) 있었던 대책위의 진상규명 촉구 시위만 해도 격렬한 몸싸움과 시위자에 대한 연행사태가 발생했음에도 MBC 뉴스데스크만이 짧게 보도했을 뿐이다.


26일 MBC 뉴스데스크는 <미군부대 진입>이라는 제목으로 미군의 미온적인 태도에 항의하는 대책위와 학생들의 시위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MBC 박찬정 기자는 "(미국측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공식적인 입장마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다루었다. MBC는 사건이 발생한 13일에도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역주민의 발언을 인용해 문제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MBC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군의 안하무인격 태도와 유족 및 대책위의 대응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SBS의 경우에는 사건 발생 당일인 13일 8시뉴스를 통해 사고 경위를 보도했으나 후속 보도는 전혀 없었다. KBS는 더 심각하다. KBS는 사고 발생 당일 7시 뉴스에서 단신으로 보도했을 뿐 그 이후에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본회는 월드컵에 대한 과도한 방송편성과 당연히 보도해야 할 사안들을 외면하는 최근의 방송 행태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해왔다. 그리고 방송이 여타 사회적 사안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해왔다. 만일 방송이 앞장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면 어제의 시위 같은 대책위의 노력을 최소한 '보도'라도 했어야 옳은 것 아닌가. 방송은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 것인가. 본회는 이 사건에 대한 방송 3사의 적극적인 보도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2년 6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