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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언론인 정경희씨에 대한 소송을 즉각 취하하라(2002.6.18)
한나라당은 언론인 정경희씨에 대한 소송을 즉각 취하하라
한나라당은 지난 17일, 한겨레신문 칼럼니스트 정경희씨를 상대로 "정씨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 훼손의 혐의로 5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어떤 언론인이 쓴 기사나 칼럼의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고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고 있다면 당연히 소송을 걸 수도 있고, 당사자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본회는 도대체 한나라당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3일 정경희씨가 칼럼 '죽비소리'에 쓴 <'대쪽-귀족-언론'>은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글이라기보다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언론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정경희씨가 칼럼을 통해 제기한 "이회창 총재에게 근거 없이 덮씌워진 '대쪽'과 '귀족'이란 이미지의 근거가 무엇인지"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드러난 사실 - 97년 대선 당시 국세청을 동원한 정치자금 모금, 며느리의 해외출산, 초호화빌라 등 - 에 대해서 왜 언론이 침묵이 지키고 있는지" 등의 물음은 바로 우리도 알고 싶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해야 할 발언을 한 언론인에게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한나라당의 속내는 과연 무엇인가.
본회는 한나라당이 소송을 제기한 시점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정경희씨가 문제의 칼럼을 쓴 때는 6월 3일, 그리고 6월 6일 한나라당은 남경필 대변인을 통해 한겨레신문에 ''정경희 죽비소리' "이회창 후보 왜곡 비난"'이라는 반론문을 실은 바 있다. 의외이긴 하지만 지면을 통한 반론제기는 참신한 대응이라 여겼다. 그러나 뜬금 없이 2주나 지난 현재 거액의 소송으로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지방 선거 결과 한나라당은 압승했고 정국 주도권을 공고히 했다. 이런 한나라당이 한 언론인에 대해서 뚜렷한 이유 없이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떤 언론인이 곧은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본회는 한나라당에 촉구한다.
언론인 정경희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즉시 취하하라. 한나라당은 거대정당이면 그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민심은 한나라당의 '오만'에 표를 준 게 아니다. 한나라당은 민심을 잘 헤아려라.
마지막으로 언론에 당부한다. 언론은 선배언론인의 고언을 외면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는데 주력해주기 바란다.
2002년 6월 1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