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노동자 파업 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2.6.8)
등록 2013.08.02 17:08
조회 388

 

 

 

월드컵 만큼 노동자 파업도 중요하다!
 

 

 

월드컵이 시작되자 방송3사에서는 개별 프로그램을 비롯해 보도까지 월드컵 관련 내용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반면 다른 사회적 이슈는 거의 다뤄지지 않거나 월드컵으로 인해 축소 또는 왜곡보도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집단이 노동계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노동계 파업과 관련해 방송3사는 이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KBS는 5월 20일, 23일 각각 1꼭지 22일, 24일 각각 2꼭지 등 총 6꼭지를 보도했으며, MBC는 5월 21일, 23일, 24일 각각 1꼭지, SBS는 5월 22일과 23일 각각 1꼭지씩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6월에 들어서 KBS의 경우 3꼭지를 보도했으며, MBC는 1꼭지, SBS는 보도하지 않았다.
그나마 보도되는 노동계의 파업 관련 보도내용 역시 이전 파업보도와 마찬가지로 편파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송에서 노동계의 파업 소식은 가뭄이나 시민들의 불편을 이유로 비판 받아왔다. 이번 노동자 파업 역시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앞두고 있어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방송3사는 시민의 불편과 월드컵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하며 사태의 조속한 봉합만을 강조할 뿐, 파업 사태의 쟁점과 현안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나,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대한 보도는 배제하고 있다.
KBS는 노동계 파업 관련보도를 5월 23일에는 첫 번째로, 22일에는 두 번째 꼭지로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내용에서는 24일 택시노조와 의료노조의 파업사태를 보도하며 시민의 불편과 환자들의 불만만을 보도함으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배제하였다. MBC는 5월 20일 보도에서 파업의 쟁점인 비정규직 문제와 주 5일 근무제 문제 등 본질적 원인에 대한 접근 없이 파업에 대한 대통령의 엄정 대응 방침만을 보도하며, 파업 사태에 대한 근원적 접근을 회피하였다. 6월 3일자 MBC뉴스데스크에서는 "출동인원 대부분이 파업에 참가해 15만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불안한 밤을 보내게 됐다"고 보도했다. SBS의 경우에는 5월 23일 의료노조 파업 보도에서 정작 의료노조원들의 요구 사항인 의료개혁, 처우개선 문제에 대한 자세한 보도 없이 "병원은 24시간, 일년 열두 달 진료를 해야 됩니다. 그래야 생명이 살 수 있는 거지요"라는 한 환자의 인터뷰를 보도함으로서 파업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적 대응을 조장하기도 했다.
31일 현재 95개 사업장에서 3만여명이 계속 파업을 벌이고 있다. 국가적 현안 중 하나인 파업 문제를 방송이 공론화 하지 않는 것은 사회의 공기로서 언론의 의무를 저 버리는 일이다. 아울러 '최소한의 양'도 채우지 못하는 보도가 '왜곡보도'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아무리 월드컵이 중요한 국제적 행사라 하더라도 파업과 지자체 선거를 비롯한 사회 현안을 내팽개친 듯한 방송3사의 태도는 하루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끝>

 


2002년 6월 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