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중보일보 기자의 공무원 폭행사건과 관련하여-경기민언련
자신의 허물엔 눈감고 못 본 척하는 언론
자신의 허물엔 눈감고 못 본 척하는 언론 흔히들 언론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 중 하나로 비판을 꼽는다. 비판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이다.
하지만 그 비판에는 '성역'이 없어야 하고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 스스로는 그동안 비판받지 않는 성역으로 군림해 왔다. 다시 말해, 자사의 허물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동료 언론사의 허물까지 못 본 척하거나 축소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로 인한 행태가 최근 경기지역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3일 발생한 중부일보 포천군청 출입기자의 공무원 폭행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공무원이나 경찰이 기자를 폭행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공무원이나 기자가 아니어도 좋다. 지나가던 시민이나 대학생 또는 교사가 기자를 폭행했다면 언론의 보도는 어느 정도였을지 생각해 본다. 사실 이 사건은 폭행을 자행한 기자 개인의 자질문제로 취급할 사안이 아니다. 우리는 그간 언론계에 '공무원은 기자들 봉'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있었던 것처럼, 이번 사건은 공무원에 대한 고질적인 언론관행이 돌출된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언론의 담합에 의해 이런 '기삿거리'도 기자가 행한 것은 무시되기 일쑤이다. 경기지역에 그 많은 일간신문이 있지만 중부일보 기자의 공무원 폭행사건을 대해 제대로 보도한 신문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윤태식 게이트'같은 대형 비리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부정과 비리에 기자나 언론사가 연루되면 축소하거나 침묵하는 언론의 행태는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이번에 발생한 기자의 공무원 폭행 사건을 중부일보측이 기자 개인의 자질문제로 돌리고, 의원면직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책임 있는 언론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이에 우리는 공개사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구독거부'운동을 벌이는 공직협에 대해 언론의 보도권한을 남용한 기사를 남발한 것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
중부일보측은 지금이라도 자사 기자의 공무원 폭행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해야 마땅하다. 또한 중부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왜 비리와 허물을 재는 잣대를 언론인과 일반인에 똑같이 적용하지 않는가. 왜 기자가 받으면 교통비고, 공무원이 받으면 뇌물인가. 왜 기자가 '압력'을 넣는 건 취재고 다른 사람이 하면 '협박'이며, 같은 접대를 받아도 누구는 취재고 누구에겐 향응인가 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신의 허물을 먼저 시인하고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회적 공기로써 언론이 취해야 할 도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2년 1월 23일
(사)경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