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성명] 송건호 선생 별세 애도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
등록 2013.08.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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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호 선생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언론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청암 송건호 선생이 오늘 오전 8시 자택에서 오랜 투병 끝에 별세하셨다.

 

본회는 양심적 언론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엄혹한 군부독재시절 민주화운동가로서, 불모의 현대사연구의 길을 개척했던 학자로서, 민주언론운동의 기틀을 세운 언론운동가로서 참 인간의 길을 걸어오셨던 선생의 죽음 앞에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분단과 독재의 영욕으로얼룩진 70,80년대 그에 굴하지 않고 올곧은 길을 걸어왔기에 선생과 가족들이 겪었을 가난과 핍박의 가혹한 고통을 가늠할 때 어찌 통곡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선생은 일신은 물론 가족의 평온과 안위를 건 형극의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군부정권의 끊임없는 협박과 회유는 물론 어떤 불의와도 결코 타협하지 않으셨다.

선생은 지난 53년 조선일보 외신부기자로 언론계생활을 시작한 이래 한국일보, 경향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논설위원 및 편집국장을 지내신 경륜과 정의감, 탁월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초대 의장 및 말지 발행인, 한겨레신문 대표이사·회장·고문을 역임하는 동안 수많은 언론계 및 민주화운동계 및 학계 후배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셨다.


그러나 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받은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선생은 파킨슨병에 걸리셨고 10년 이상 외롭게 병마와 싸워오다 마침내 타계하신 것이다.


선생의 죽음은 다만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 선생을 죽음의 길로 내몬 것은 전두환 군부정권의 잔혹한 고문이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자행된 잔인한 고문은 선생의 몸을 병마에 빠뜨렸지만 선생의 마음을 더욱 암담하게 했던 것은 우리 언론계의 현실, 혼동에 빠진 우리 사회 그 자체였다. 그나마 의식이 있던 시절 선생은 늘 우리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셨다.


거짓민주화의 물결에 재야운동권마저 휩쓸리고 언론이 권력과 유착, 상업주의에 빠져 진실보도를 외면하는 현실을 놓고 선생은 누군가는 다가올 암흑을 예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곤 하셨다. 선생이 불의와 거짓, 독재와 분단의 암흑에 의해 '타살되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우리의 눈에서는 뜨거운 참회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선생의 죽음으로 우리 시대 선비정신은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 참 언론인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행동되지 못할 말은 입에 올리지 않으셨던 송건호 선생,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활동 모두에 올곧은 참삶의 원칙을 적용시켜 흐트러짐이 없었던 선생의 죽음은 살아남은 우리를 향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특히 선생이 갈망하던 사회가 언론자유가 완전히 실현된 민주통일사회였음을 고려할 때 우리 제도언론은 하루속히 선생의 가르침을 교훈 삼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생의 죽음을 거듭 애도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애절한 눈물로 그 뜻 기림을 약속드릴 따름이다.

 


2001년 12월 2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