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난방비로 국민을 조졌다” 이젠 가능하겠죠? | 서혜경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등록 2023.02.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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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 전이 되어버린 2019년, 민언련에서 처음 인턴을 시작할 때 종편 모니터팀에서 나누던 대화는 신세계였습니다.

 

“김진 씨는 항상 저렇게 출연자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을 하네요”

“그게 종편 진행자들의 전형적인 책임회피 방식이죠.”

“서정욱 변호사나 조수진 기자의 억지 주장은 소설 수준이에요”

“허은아 씨는 늘 저렇게 인상비평만 한다니까”

 

... 종편 모니터팀 인턴으로 활동하기 전에는 종편을 전혀 본 적 없던 제게 처음 듣는 이름들은 낯설기만 했는데요. 종편 모니터 팀원들은 이름만 대면 출연자들의 문제 발언과 성향까지 줄줄 꿰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시간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출연자 특징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고정 출연자들이 시사 대담 프로그램마다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채널A에서 오전에 본 사람을 오후에는 MBN에 보고, 저녁에는 TV조선에서도 볼 수 있던 겁니다. 겹치기 출연자들은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특정 주장을 반복하는 스피커 노릇을 하고 있었고, 막말에 가까운 발언과 팩트체크되지 않는 억지 주장은 반복을 통해 사실이 되기도 하고 여론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종편모니터를 하던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문제 발언을 하던 분들을 이제는 정치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텀블러로 그의 결의를 읽어내던 허은아 씨는 비례대표로 미래한국당 의원이 됐고, ‘카더라’ 발언을 일삼던 조수진 채널A 기자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습니다. 종편 최다 출연자로 뽑히던 김병민 씨는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당선되지 못하고 대변인을 거쳐 이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했고요. 장예찬 씨 역시 이번에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했습니다.

 

종편에서 문제 발언으로 활약하던 분들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도 들어갔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 유출 책임으로 물러난 이재명 부대변인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고정 출연자였으며, 2월 5일 대통령실 대변인이 된 이도운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채널A <뉴스TOP10>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고정 출연자였습니다.

 

이도운 대변인은 2017년 서울신문 정치부국장 시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으로 직행했다가 반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복귀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언론자문단 활동 등 언론과 정치권을 넘나드는 대표적인 폴리널리스트로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이번에도 문화일보 논설위원에서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직행했습니다. 그는 종편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놀이터라고 발언하며 전 정부를 비판했고, 문화일보에서 윤석열 정부를 편드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2월 13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시민소통비서관에 전광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이 임명됐습니다. 전광삼 비서관은 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 2012년에는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활동을 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춘추관장과 선임행정관으로 활동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되었는데요,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공천을 신청해 정치 중립성 훼손으로 문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전광삼 비서관은 종편에 직접 출연하진 않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종편의 문제 발언을 심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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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조지는 날’이라는 자막을 장시간 화면에 노출한 MBN <뉴스와이드> (2017/6/20)

 

 

2018년 2월 13일 당시 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은 2017년 방송된 MBN <뉴스와이드>(6월 20일)에 등장한 ‘조국 조지는 날’이란 자막을 두고 “‘조지다’라는 표현이 표준어”이지 “비속어가 아니”라며 표준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호되게 때리다’란 뜻으로 “때린다는 말이 썩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못 쓸 용어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언어의 사회성을 무시한 그의 발언은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는데요. ‘조지다’가 못 쓸 표현은 아니란 분이 시민소통비서관이 됐으니, 이제 보고서 제목에도 ‘조지다’를 쓸 수 있으려나요?

 

종편에서 문제 발언을 일삼거나 이를 감싸던 분들이 정치권으로 가고, 또 낙선한 사람은 종편의 출연자가 되면서 종편 출연이 정치권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자 안식처가 되는 모양새입니다. 종편에서 프로 막말러로 활약하는 것이 정치권으로 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되어버린 걸까요? 프로 막말러가 대통령실의 입이 되고 시민소통비서관이 되는 시대, 한숨으로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서혜경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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