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은 특정 언론만 비판한다고요? | 박진솔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등록 2023.01.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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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언론 모니터 활동을 하며 매년 듣는 말이 있습니다. 매년이 아니라 매월, 어쩌면 매일 듣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니터를 활발하게 하는 건 좋은데,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에 치우쳐 있다’, ‘KBS나 MBC 등 공영방송과 한겨레 등 진보언론이 내놓는 보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문제가 심각한데 왜 상시 대응하지 않나’, ‘방송인 김어준 씨 영향력이 보수언론 못지않은데 왜 김어준 씨 방송은 모니터하지 않나’와 같은 지적입니다.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

 

지적과 함께 따라오는 추측도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항의 받고 회원 줄어들까 봐 진보언론은 모니터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추측은 틀렸습니다. 민언련 모니터보고서가 주로 보수언론을 비판하고, 상대적으로 진보언론을 적게 비판하는 건 맞습니다. 시민 항의와 회원 감소가 꽤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거세게 항의 받고 회원이 줄어들까 봐 보수언론만 모니터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언련 활동가들은 항상 생각합니다. ‘한정된 인원으로 보다 건강한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모니터해야 할까’.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 포털사이트 영향력이 커진 만큼, 중점 모니터 대상을 아예 포털사이트로 바꿔야 하는 것인지 고민도 합니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혐오‧차별 콘텐츠 양산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도,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공정성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도 활동가들은 고민하고 토론했습니다.

 

숱한 고민과 토론에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 ‘신문지면’과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와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4사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를 중심으로 모니터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포털사이트가 전통 미디어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포털사이트를 구성하는 뉴스콘텐츠의 출발점은 여전히 신문지면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혐오‧차별 콘텐츠 양산 문제는 심각하지만, 상시 모니터하기 위해서는 <가로세로연구소>뿐만 아니라 비슷한 규모로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채널에 대한 모니터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정성 문제로 논란이 일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공장>을 모니터하려면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사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도 모니터해야 합니다. 그래야 민언련 모니터가 최소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모니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많은 활동가가 함께해야 하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민언련은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가로세로연구소>나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당장 모니터하기는 힘들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신 특정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경중을 따져 민언련 공식 성명이나 논평, 토론회나 집담회를 통해 시의성 있게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신문 모니터 도중 조선일보에서 황당한 칼럼을 발견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침략하는 일도 없었을 테니, 우리나라도 북핵 위협에 맞서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른바 ‘한국 핵무장’은 2016년과 2017년 대선 때도 곧잘 들려오던 주장이라 이런 내용이 또 있는지 살펴봤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른 언론도 비슷한 주장을 펴긴 했지만, 반대 입장도 실어 균형은 갖췄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러-우크라 전쟁 이후 차근차근 ‘한국 핵무장’을 주장하는 강도를 높여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민언련 활동가로서 비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민언련 모니터는 결코 특정 언론만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도 심각성에 따라 비판할 뿐입니다. 민언련의 진정성을 깨어 있는 시민과 회원 여러분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박진솔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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