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국세청·행안부 시민단체 감시하겠다는데... I 신미희 사무처장
등록 2022.04.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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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경이 복잡합니다. 3월 9일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신승이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후 생각지도 못한 정책이나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중엔 이해하기도 힘든 ‘불편한 뉴스’도 많습니다.

 

최근만 하더라도 <감사원, 시민단체 회계 집행 들여다본다>, <행안부 “시민단체 기부금 내역, 전부 공개 추진”>, <‘제2의 윤미향’ 없도록...국세청 회계부정 칼 뺀다> 등이 잇따라 보도되더니 <감사원·국세청·행안부, ‘시민단체 회계감시’ 강화 시사>까지 등장했습니다. 주요 부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의지에 맞춰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는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 보도입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 공약으로 “시민단체의 공금유용과 회계부정을 방지하겠다”를 내건 바 있습니다. ‘기부금 단체 국민참여 확인제도’를 도입해 수입·지출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면서  △현장·현금 모금도 즉석에서 영수증 발급 의무화 △기부금 수입 대국민 공개 △전용계좌 미사용시 패널티 강화 △사업별·비목별 세부 지출내역 기부금통합관리시스템 공개 및 국민 검증 강화 △성실신고 확인제 도입을 통한 목적 내 지출 및 적격지출 증빙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또한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회계처리에 대한 패널티를 강화하겠다면서 불성실한 자금 흐름이 확인된 단체에 대해선 3년간 국세청 개별 검증을 의무화하고, 조치 위반시 기부금 모금 제환과 과태료 부과 등 벌칙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부금을 ‘국민 성금’으로 표현하기도 했지요.

 

윤석열 당선자의 이력으로 봤을 때 시민단체에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진 것도 의아하지만, 내용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간영역에서도 자율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단체의 재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부금과 회계 관리를 정부가 직접 하겠다고 나선 꼴이기 때문입니다. 독재정권 시절 재정과 예산으로 시민단체를 쥐락펴락하면서 ‘관변단체’로 전락시켰던 암울한 역사가 떠올려집니다.

 

감사원, 국세청은 검찰, 경찰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려온 곳인데요. 검찰도, 언론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개혁의 선결과제로 꼽는 시대, 주요 정부기관이 너도나도 시민단체를 감시하겠다면서 윤석열 당선자 ‘코드’에 맞춘 정책을 내놓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 투명성 제고를 위한 숱한 과제들은 제쳐놓고 말이죠.

 

윤석열 당선자와 정부기관에게 꼭 강조하고 싶은 게 또 있습니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많은 비영리기구, 비정부기구들은 오래전부터 기부금 등 재원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그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내부감사는 물론이고 2년 전부터 외부감사를 시행해 이중삼중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은 도외시한 채 마치 시민단체가 공금을 유용하거나 회계 부정이 상시로 일어나는 곳인 양 호도하는 덴 뭔가 의도가 있지 않고는 이렇게 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근거 없이 시민사회단체를 폄훼하고, 공익활동에 대한 공적 지원 예산을 삭감해 시민사회의 큰 반발을 산 바 있습니다. 시민참여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시민사회단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상식적 행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세훈 시장과 윤석열 당선자가 몸담고 있는 ‘국민의힘’에 시민사회가 비판적이었던 게 근본적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시민참여와 시민사회 활성화는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정부·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간 신뢰의 확보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시민단체 민언련으로서는 이런 정치적 환경이 결코 반갑지 않은데요. 그러나 시민단체를 수십 년간 지탱해온 힘은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아닙니다. 바로 시민단체를 지지하고 후원해온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있습니다. 당장은 여러 우려가 들지만, 민언련은 언론개혁을 지지해온 시민들과 회원분들을 믿고 가겠습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신미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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