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디어팀 활동가 박채린입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보도감시 활동으로 민언련은 어느 때보다 바쁩니다. 야근에 주말까지 이어지는 업무 탓에 ‘회사가기싫어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저는 민언련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박 씨네 언론감시센터 요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주요 회원은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입니다. 이번 대선은 민언련 업무가 많아 박 씨네 언론센터 활동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해서 공유해 드릴 내용이 많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민언련 보고서보단 박 씨네 언론감시센터 활동기가 재미는 좀 더 있어요.
2월 3일은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대선 후보 4명의 TV토론이 있었습니다.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거대 양당의 공방 등으로 힘들게 성사된 토론이라 박 씨네 언론센터 회원의 관심도 높았는데요. 그날 백신 휴가를 냈던 저는 오랜만에 회원들과 TV 앞에 앉아 토론을 지켜봤습니다. 그날 제 눈길을 끌었던 건 아버지 회원이었어요.
“○○○이는 절대 대통령 되면 안 돼. 비리가 너무 심각한데, 인성도 영 아니야. 지금이라도 사퇴해라” ‘사퇴해라’는 아버지 회원 목소리를 듣고 토론이 시작된 줄 알고 거실로 나갔더니, TV엔 여전히 광고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회원은 이미 누구를 뽑을지 마음을 굳힌 듯 보였어요.
어머니와 동생 회원도 아버지 회원을 주목한 것 같았습니다. “요즘 ○○○ 후보를 엄청나게 싫어하시더라니까. 확인 안된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유튜브를 많이 보셔서 그런가”, “아빠 회원에게 팩트체크 사이트를 공유해줄까? 보실까? 매번 확인해주는 게 너무 힘들어”
이렇게 모든 회원의 우려를 받았던 아버지 회원이었는데요. 엊그제 아버지 회원이 놀라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거였습니다. TV토론을 보면서 “저런 정책 내놓은 사람이 대통령 되면 아빠 딸은 평생 주거 빈곤자로 살 거야”라며 제가 했던 말이 아버지 회원 마음에 걸렸다고 했어요. 후보들의 청년 정책을 비교하며 오직 딸에게 가장 도움이 될 정책을 내놓은 후보로 바꿨다고요. 바람직하면서도 슬픈 ‘정책 투표’ 선언이었습니다.
더욱 슬펐던 건, 아버지 회원이 신문과 온라인 뉴스를 뒤지며 힘들게 정책보도를 찾았을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에요. 민언련은 매주 언론이 후보의 정책과 얼마나 보도하고, 또 제대로 검증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분석을 시작한 2월 1주차에 정책을 검증한 보도는 전체 643건의 선거보도 중 82건(13%)에 그쳤고, 2주차엔 전체 796건의 보도 중 108건(14%)에 불과했습니다. 8개 매체 통틀어 정책 검증보도는 10%대에 불과한 데다 TV토론도 없다시피 한데, ‘정책 투표’가 가능하긴 할까요. 민언련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언론이 얼마나 정책 검증보도를 하는지 감시할 예정입니다. ‘정책 투표’를 원하는 분은 민언련 보고서를 보시면 정책 검증보도를 많이 하는 언론사를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정책 검증보도는 민주선거의 꽃 그리고 사랑입니다.
박채린 미디어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