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활동가 인사를 어떻게 쓸지 고민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나브로 시간이 흘러 어느새 4년 차 활동가가 됐네요. 그 사이 나이 앞자리가 바뀌고 홍보팀에서 미디어팀 소속이 된 활동가 고은지입니다.
어느 순간부터-아마도 나이 앞자리가 바뀌고부터-친구들과 만나면 건강과 체력에 관해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제가 한 쉬운 결정은 친구들이 좋다고 한 영양제를 구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보단 영양제를 꾸준히 먹는 게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사둔 영양제들을 얼마 전 청소를 하며 싹 정리했습니다. 비타민D, 밀크씨슬, 루테인, 마그네슘, 유산균….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간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그것들을 꾸준히 챙겨 먹었으면 분명 쓸모가 있었을 겁니다. 더욱더 튼튼한 체력을 가졌을지도 모르죠.
존재하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것들도 있지만, 꾸준히 챙겨 먹지 않으면 쓸모없는 영양제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자살보도 윤리강령・인권보도준칙・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재난보도준칙・감염병보도준칙・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 등 언론이 보도할 때 신경 써야 할 여러 가지 법칙과 규범이 그렇습니다. 언론이 적극 사용했을 때에나 쓸모가 있는 것들이죠. 그러나 언론은 스스로 정한 ‘약속’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않음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해외 사진을 ‘제주 지진’ 사진으로 보도하기도 하고요(재난보도준칙 위배). 남자친구와 다투다 폭행을 당해 사망한 피해자의 사건을 다루며 실제 피해 장면 영상을 내보내기도 합니다(인권보도준칙 위배). 성범죄 가해행위를 ’몹쓸 짓’, ‘나쁜 손’ 등으로 표현해 미화하기도 하죠(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위반). 숨진 학생의 유서를 여과 없이 전하며 사진을 첨부하기도 합니다(자살보도 권고기준 3.0 위반).
바로 어제(1월 25일) 2022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발족하며 발표한 민언련의 여론조사 보도 모니터 보고서(https://www.ccdm.or.kr/xe/watch/308126)에서도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을 지키지 않은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2021년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 권고는 역대 최다인 1,291건을 기록했습니다. 언론의 문제적 보도가 어느 때보다 많았다는 뜻입니다. 제정하고, 선언하고, 홈페이지에 싣는 것만으로는 쓸모가 없습니다. 여러 보도준칙과 권고 기준이 자리만 차지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제 영양제처럼 되지 않으려면 언론이 이런 가이드라인에 대해 좀 더 신경 쓰고 적극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노력으로 2022년 언중위의 시정 권고는 역대 최소가 되길 바랍니다(물론 민언련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보도에 대해 끊임없이 감시하고 지적할 것입니다).
P.S. 민언련에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노조 결성 소식을 전해 들은 회원분들도 계실 텐데요. ‘수십 년을 지속해 온 단체에 왜 갑자기 노조? 민언련에 뭔 일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 분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글 쓸 기회가 온 김에 몇 자 적습니다. “안녕하세요. 민주언론시민연합 노동조합 1대 위원장 고은지입니다. 저희는 조직을 좀 더 건강하고 건전하게 만들고 싶어서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노조와 함께 민언련이 얼마나 더 건강하고 건전한 단체로 발전할지 지켜봐 주세요.”
고은지 미디어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