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이제 보름가량 남았습니다. 재작년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지금껏 코로나 이야기로 시작하여 코로나 이야기로 끝나는 하루하루였는데 코로나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2022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저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에서 올해 6월부터 회계와 운영을 맡은 서수정 활동가입니다. 평소 신문과 방송을 접하면서 보도 내용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적지 않았고 때로는 그것들을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곳 민언련에서 활동하면서 매체를 비판적이면서도 올바르게 수용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와는 무관하게 아직도 여러 매체의 보도를 접하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6개월간 겪고 있는 민언련은 온갖 말과 글들이 생생하고도 다양하게 들끓는 현장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기사들을 모니터하여 보고서를 만들고 필요할 때마다 시의적절한 논평이나 성명을 통해 민언련 생각을 알립니다. 한편 여기저기에서 민언련의 생각이나 활동에 대한 비판과 때로는 비난, 때로는 지지와 격려의 말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민언련의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러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민언련 안팎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말과 글들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제게 익숙해진 말이 있습니다. 바로 '언론권력'과 ' 언론환경'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언론은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을 만들며 각 언론사는 저마다의 보도 문법으로 그들만의 패러다임을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한 사건을 두고도 그들이 어느 매체를 접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언론사는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권리를 갖습니다. 다만 그 자유와 권리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독립적이면서도 편파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민언련을 비롯한 시민들은 언론사가 그러한 자유와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하고 있는지 늘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피해는 그 종류와 규모를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어느 음료 광고의 내용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광고 속에서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스킨스쿠버 부부에게 질문이 던져집니다. “이 넓은 바다가 그런다고 깨끗해질까요?”, 그들은 대답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지나온 길만큼은 깨끗해진다고 생각해요.” 막강한 언론사들을 대하고 있는 우리 민언련 활동도 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가짜뉴스와 악의적 왜곡 보도가 넘쳐나는 매우 혼탁한 언론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한계는 있겠지만 이제껏 해왔고, 앞으로 해나갈 민언련 활동은 건강한 언론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의미 있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12월은 그 어느 때보다 바삐 보내야 합니다. 굵직한 토론회도 있고 오는 16일(목)에는 37주년 민언련 창립기념식, 그리고 각종 시상식과 참언론인 송건호 선생의 정신을 기억하는 세미나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민언련도 발 빠르게 대응 체제를 갖추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두 정신없는 와중이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민언련 건물 옥상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날이 저물고 있는 인왕산 위의 하늘은 빛과 어둠이 뒤섞여 있었고 그 속에서 청와대의 파란 지붕이 보였습니다. 파란 기와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문득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넘쳐나는 말들 사이로 청와대의 방향은 어디를 보고 있을까요.
코로나로 인해 민언련의 창립기념식에 직접 오시기는 어렵겠지만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서라도 많이 참여하셨으면 합니다.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순간순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기획팀 활동가 서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