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서촌다이어리
이제는 우리 모두 기지개를 켤 시간! I 박진솔 미디어팀 활동가11월 1일, 드디어 위드코로나가 시작되었습니다. 길었던 재택근무도 끝이 났지요. 저도 퐁당퐁당 재택근무를 끝내고 매일 지옥철에 몸을 싣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청운효자동 민주언론시민연합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출퇴근 시간과 4번의 환승은 저의 다리근육을 나날이 강화해주고 있답니다. 제가 운동에도 꽤 소질이 있는 게 아닌지 착각하게 될 정도예요. (기나긴 지옥철 출퇴근 시간에 공감하시는 회원분들이 꽤 계실 거라 생각해요. 후훗.)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뉴스도 절 괴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랍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장동 의혹에... 명확한 실체보다도 조각 난 사실의 어느 부분만 편할 대로 전하는 언론 보도가 괴로움을 더해주는데요. 저 역시 그때마다 회원분들이나 시민분들과 다를 것 없이 고구마 100개를 물 없이 먹는 답답함과 갑갑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도 나는 활동가야’ 생각하고 다짐하며 진실이 무엇인가 하고 들여다보려 하면 또 다른 뉴스가 우후죽순 쏟아져 혼란만 더해줄 뿐 이지요.
이렇게 괴로운 와중에 한 가지 기쁜 점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움츠러들었던 민언련이 기지개를 켜려 할 때 저도 ‘민언련에서의 첫 후원관리 담당 활동가’ 임무를 마치고 모니터 담당 활동가로 돌아왔다는 것이죠. 작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맡았던 ‘후원관리’는 제게 큰 의미가 있는데요. 시민분들의 무례하거나 황당한 전화를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응대할 수 있는 능력이 한껏 올랐다는 것, 회원분들의 따스한 격려를 더욱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에요. 코로나19로 인해 회원분들이 많이 힘들어하시는 상황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자리라 아픔도 조금 있었고요.
하지만 민언련에서 저의 ‘처음’이고 ‘시작’이었던 언론 모니터 담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는데요. 후원관리 담당일 땐 모니터를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막상 다시 모니터 담당이 되고 보니, 후원관리를 맡게 됐을 때의 당혹감과는 또 다른 당혹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어요. 민언련에 처음 와서 어색함과 어려움을 한껏 느끼던 그때처럼 말이에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언론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는지 올곧게 판단할 힘과 감이 아직 나에게 살아 있긴 한가’와 같이 갖은 생각이 다 들었답니다.
민언련의 상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날카롭고 적확한 언론모니터’에 흠 잡히지 않게 잘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제가 빨리 생각을 고칠 수 있었던 건 제 옆에 포진한 든든한 활동가 동료들 덕분이었어요. 언론개혁을 향한 뜨거운 진심을 품고 추진력도 강한 활동가들이 늘 제 곁에 있고, 그들을 보며 늘 배우기에 ‘나도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 역시 단번에 확 타오르는 뜨거운 열정은 아니지만, 발열내의나 온돌처럼 지속되는 따스한 마음이 있으니 그런 정성을 쏟으면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생겼고요.
민언련 대선 모니터는 12월 중순경 시작될 예정이에요. 민언련이 늘 매의 눈으로 감시하는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과 온라인 보도, 유튜브 게시물 등 여러 가지 매체 중 어떤 매체를 모니터할지 매일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답니다. 대선을 앞두고 넘쳐나는 보도 속에서 잘못된 보도를 꾸짖고 감시하는 것도 물론이고, 좋은 보도를 선별해서 여러분이 대선에서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데 민언련 대선 모니터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민언련도 민언련 활동가 박진솔도 이제는 기지개를 켜서 본 모습을 널리 보여줄 시간이에요.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을 채우고 출발할 일만 남았어요. 회원분들도 민언련과 여러분 스스로를 응원하며 계속 함께해주세요. 고맙습니다.
미디어팀 활동가 박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