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의 목소리로 그들 주장의 허구성을 증명하고 싶었다”
등록 2016.07.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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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시기 2016년 5월 

6월 28일, 민언련 선정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2016년 5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는 한겨레 정대하 기자의 ‘전두환 광주 발포 결정 개입 증거제시’ 관련 보도로 선정됐다.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는 JTBC 정제윤 기자의 ‘주한미군 생화학 프로그램 추진’ 관련 보도로 선정됐다. 이달 처음 신설된 ‘이달의 좋은 온라인보도상’에는 한국 탐사저널리즘센터의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보도가 선정됐다. 시상식에는 한겨레 정대하 기자와 JTBC 정제윤 기자, 뉴스타파 심인보, 정재원, 이유정 기자가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한겨레 정대하 : 이 시대에 내가 왜 기자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하다.

뉴스타파 정재원 : 민언련에서 주는 첫 온라인 보도상에 이름을 올리게 되어 기쁘다. 조세도피처에 대해 오랫동안 자료를 분석하고 보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보도 이후 약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


JTBC 정제윤 : 두 번째로 받는 상이다. 취재할 때 마다 늘 힘들고, 잘 될지 의구심을 가지고 취재에 임하곤 하는데 이런 상을 받으면 역시 뜻 깊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하겠다.

 

Q. 한겨레의 이번 기획은 원래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준비하던 것인지, 아니면 최근 나왔던 전두환 회고록 관련 보도들에 영향을 받고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한겨레 정대하 : 올해 5월, 한겨레는 ‘5‧18 왜곡과 폄훼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구세력들이 종편을 통해, ‘북한에서 남파된 광수들이 5‧18을 주동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치고,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점차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구세력들이 지목하는 ‘광수’라는 사람들이 실제 어떤 사람들인지 구체적인 케이스를 제시해 이런 왜곡이 사실상 허상임을 보여주려 했었다. 또 전두환 회고록 출간 일정은 이미 알려져 있었기에, 5월 21일 전남도청 앞 발포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전두환의 거짓말을 밝히려 했다. 그러나 전두환 광주 발포명령 증거 제시 보도의 경우, 자료가 너무 방대해서 사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두환과 이순자가 신동아 6월호 인터뷰를 통해 ‘광주와 나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언론들이 검증 하나 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쓴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5월 18일 아침부터 자료정리를 시작해 보도를 내놓게 됐다. 사실 전두환 등의 이런 뻔뻔한 주장은 전노 재판에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인 만큼, 단순히 관계자 멘트를 나열하는 보도를 내놓고 싶지는 않았다. 신군부가 직접 한 말을 통해 이들 주장의 허구성을 증명하고 싶었다.

 

 

 

Q. 세 질 밖에 없다는 5공전사는 어찌 입수할 수 있었나? 또, 타 매체로부터 추가 취재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나?


한겨레 정대하 : 전노 재판기록을 뒤지면서 존재 유무를 처음 알게 됐고, 무명의 5‧18 연구자를 통해 원본을 입수하게 됐다. 비밀문서인데다가 최초 자료 제공자가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그간 공개를 꺼려왔던 자료다. 그러나 전두환이 광주와 자신이 관계없다고 말하고 다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저런 발언을 인정하는 것이니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를 보도하겠다고 발제한 이후 검찰 출입을 했던 에디터를 통해,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5공 전사에 써 있었다고 지적하면 신군부 관계자들이 더 반박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오후 회의를 통해 기사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추가 취재의 경우 방송에서 들어왔지만, 제보자와의 약속이 있어 주지 못했다. 다만 한겨레 보도를 인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내용을 지금 다 소모하기 보다는 전두환 회고록이 나올 무렵, 추가 보도를 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현재 네이버 등에서 5.18을 검색하면 특수군 광수 얘기가 나오지, 진상이 나오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5공전사 뿐 아니라 전노 재판 내용 등이 이조실록처럼, 네이버, 구글 등에서 바로 검색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5월 일기의 경우 전문을 공개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한겨레 정대하 : 실제 일기의 주인공으로부터 “일기 전문 공개 안 된다”, “얼굴 공개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날 이후 계속 생활전선에서 살아왔는데, 36년 전에 했던 일로 과도하게 조명 받는 것이 부담 스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기의 일부분만을 내보내겠다고 하고 만난 뒤, 80년 5월 광주를 폄훼 왜곡하는 이들에게 5‧18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순수성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일기 전문을 공개할 수 있었으며, 사진 역시 뒷모습이 아닌 옆모습을 찍을 수 있게 됐다.

 

Q. 국방부 특성상 취재가 원활하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JTBC 정제윤 : 제보를 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주한미군 주피터 프로그램 관련 보도를 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지금은 어찌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현재 미국에서 생화학프로그램을 주도하고있는 연구소를 통해 취재를 진행했다. 사실 우리 국방부는 워낙 접근성이 떨어지고, 그건 주한미군도 마찬가지다. 그 와중 주한미군이 용산기지를 특정해 지카바이러스 관련 탐지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오역이라 지적하고 있지만, ‘지카바이러스 탐지 역량 강화를 하겠다는 것’이 해당 발언에 대한 정확한 직역이다. 물론 이 탐지 역량 강화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전문가를 통해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결국 탐지 역량 강화는 바이러스 샘플이 있어야 가능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기능을 봤을 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주한미군이 말하는 ‘탐지역량 강화’가 실제 무슨 뜻인지 확인해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JTBC는 ‘실험을 했다’고 보도한 것이 아니라 실험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Q. 지카 바이러스 관련 실험 추진 의혹에 대해서는 더 밝혀진 것이 없나? 추진되고 있는 건지, 흐지부지 된 건지 궁금하다.


JTBC 정제윤 : 국방부는 현재 ‘실험을 하지 않았다’, ‘장비도 들어온 바 없다’, ‘앞으로 어떤 계획도 없다’는 입장만을 유일하게 밝히고 있다. 해당 사안은 사실 내부적 문제라 취재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해서 일단 지켜보며 기다려보고 있다.

 

Q. 한국 탐사저널리즘센터의 2013년 조세 도피처 관련 보도는 국세청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었다. 혹시 2016년에도 그랬는지, 또 세금을 많이 걷게 해 줬다고 국세청이 감사인사라도 했는지 궁금하다.


한국 탐사저널리즘센터 심인보 : 2013년에는 국세청에서 자료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ICIJ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였고, ICIJ의 원칙이 저널리즘이 가져야 할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기관과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기에, 실제 국세청에 자료협조는 하지 않았다. 그때 자료협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국세청에서 처음부터 자료요청을 하지 않았다. 다만 국세청 측에서 이쪽에 자료를 요청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는 했다. 물론 이에 대해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으면 국세청으로부터 자료제공을 요청받은바 없다고 답했다. 사실 국세청에 궁금한 것이 많다. 보도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어찌했는지. 세금추징은 얼마나 했는지 등. 그러나 납세자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도 있는 만큼 이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치하 인사는 없었다. 추징한 세금 중 1%만이라도 우리에게 줬으면 좋겠지만…(웃음)

 


Q. <포스코의 ‘유령회사’ 뻥튀기 인수 뒤엔 MB 정부?> 보도 말미에 보면,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조세도피처 자료가 포스코 몰락 과정의 감춰진 진실을 들춰내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추가 취재를 통한 진상규명은커녕, 이를 받아쓰는 매체조차 드물었다. 실제 이번 보도를 하면서 기대했던 지점과, 보도 이후의 실제 상황에 대해 듣고 싶다.


한국 탐사저널리즘센터 심인보 : 검찰은 이미 포스코 수사를 진행했다. 물론 부실한 수사였다. 그렇지만 검찰의 조직 생리상,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 해서 다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그 전에 했던 수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수사가 마땅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말 어지간히 센 증거가 아니라면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보도 이전에 이미 생각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우리가 이 사안을 보도한다면, 분명 부실한 수사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새롭게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그 수사에서 우리 보도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정부에서 수사가 다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Q.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하는 언론들은 뉴스타파를 ‘인터넷 언론’, ‘탐사보도 전문 매체’, ‘비영리 독립 언론’ 등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뉴스타파는 스스로를 무엇으로 규정하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체성은 무엇인가?


한국 탐사저널리즘센터 심인보 :  가장 중요한 것은 ‘비영리’와 ‘독립’이다. 비영리와 독립을 내세운 이유는 한국의 언론이 너무나 자본에 의해 오염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중 독립은 비당파로도 해석될 수 있다. 과거 권은희 의원 보도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보도내용이 틀리지 않았다면 정파성을 넘어 보도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탐사보도 전문’이라는 정체성도 중요하다. 흔히 알려진 뉴스타파는 사실 프로그램 이름이고 우리의 진짜 이름은 ‘한국 탐사저널리즘센터’다. 이런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은, 단순히 다른 매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활동을 통해 탐사보도 생태계 전반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론’이라는 명명은 틀린 건 아니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Q. 몇 명의 인력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조세회피 관련 프로젝트 보도에 투입됐는지 궁금하다.


한국 탐사저널리즘센터 이유정 : 8개월에 걸쳐 준비해 보도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데이터를 하나씩 확인하는데 투자했다. 데이터가 방대했음에도 여러 명이 투입될 수 없었던 것은 보안문제 때문이었다. 초반에는 굉장히 소수 인원으로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후 어느 정도 대상자의 신원이 파악되면서 ‘이런 부분을 취재해야겠다’는 사항이 정해지면, 그때 추가 인원이 투입됐다.


한국 탐사저널리즘센터 심인보 : 노재현이 해당 명단에 있다는 사실은 보도 전날까지 우리 안에서도 아는 사람이 5명 이내였다. 여러 언론인들의 협업인 만큼 신뢰가 깨지면 곤란하기 때문에, ICIJ에서도 보안을 매우 강조했다. 그래서 몇 명이 몰아서 고생하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이유정 기자가 뭘 하는지 사람들이 모르니까 자꾸 ‘뭘 하냐’고 물어봤었다. 그런데 보안 문제 때문에 제대로 대답도 못했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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