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시기 | 2016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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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취재기자와 뒷담화]
신문이 정파성을 밝히고 보도하는 것을 고민할 단계가 아닐까?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매달 ‘이달의 좋은 신문·방송보도’시상식 겸 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취재과정과 보도에 실리지 않은 뒷이야기는 물론, 소소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입니다. 좋은보도 시상식 및 간담회는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에 공덕동 민언련 교육관에서 진행됩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많이 오셔서 좋은 기사를 쓰신 기자와의 대화에 동참하세요.
지난 4월 26일, 민언련 선정 2016년 3월 ‘이달의 좋은 보도’시상식이 열렸다. ‘좋은 신문 보도’는 경향신문의 <20대 총선 3대 의제 기획보도>가 선정됐다. ‘민언련 좋은·나쁜보도 선정위원회’는 “총선을 앞둔 3월, 모든 방송사가 각 정당의 계파 갈등과 공천, 지역 판세에만 집중했을 뿐, 후보자 검증이나 정책 및 공약 보도에는 무관심했다”며 ‘좋은 방송 보도’는 선정하지 않았다. 시상식에는 경향신문의 유정인·김지훈 기자가 참석했다.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유정인 사실 상을 받기가 참 부끄럽다. 저는 정치부에서 새누리당 출입을 하고 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과연 스스로 정책 보도에 얼마나 신경 썼는가를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면이 많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정책보도에 신경을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된 선거였지만, 실제 생각한 것만큼 실현하지 못했다. 그래도 부족하지만 내놓은 정책보도에 이렇게 상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다만 이런 의제들이 총선에서 논쟁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총선이 치러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우리가 선정했던 아젠다는 20대 국회에서도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선거는 지났어도 계속 관심가지고 독자들에게 전하도록 노력하겠다.
김지환 오늘 시상식에 대표로 오게 됐지만 워낙 많은 기자들이 붙어서 했던 보도라 제가 대표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준비할 때는 정책 중심의 선거가 되도록 노력을 하자는 취지에서 나름 이슈를 잡아서 토론도 많이 했고, 지면보도 이외에도 정책 이슈가 어떻게 논의되고 진행되는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권 분열이 핵심 이슈가 되다보니 정책이 실종되면서 이런 후속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아쉽다.
Q. 이번 기획을 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유정인 아시다시피 이번 총선은 설화, 인물, 세력 다툼이 많이 다뤄졌고 그 다음에 일여다야 구도가 된 후에는 구도 위주의 보도가 이뤄졌다. 그런 점에서 전체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총선을 구도싸움으로만 만드는 것이 현실인지, 언론도 거기에 일조한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김지환 근본적인 물음이 있다. 이번 기획을 떠나서 총선에서 언론이 정책이나 관련 상황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 우리도 외국처럼 자기 정파성을 드러내고 보도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제가 썼던 쉬운 해고 관련 기사는 “정부나 여당이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해고 예방 장치’라고 하지만, 그건 ‘뻥’이니까 그걸 걸러내는 당에 투표를 하자”는 내용이다. 사실상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찍지 말자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정파성’이 ‘진영 논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정파성도 존중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한국 신문도 정파성을 분명하게 밝히고 보도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고민한다.
Q. ‘정치적 중립’이 아닌 ‘정치적 독립성’을 지킨 상태로 정파성 밝힌다는 말인데, 이에 대해 구체적인 실현계획이 있는지?
김지환 사내에서 그런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긴 하다. 환경이 오면 그렇게 갈 것 같은데 아직은 가시화 되고 있진 않다. 정파성을 밝힌다는 것이 특정 정당을 지목하는 방식이 될지, 다른 것이 될지 방법론은 잘 모르겠고, 해외 사례를 좀 연구해야 하는데 이런 고민을 내부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내고 명확히 쓰고 독자들이 판단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 방법론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중에 정파성 밝힐 수 있다 해도 회사 내에서도 야권 단일화를 지지하는 사람과 아예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어서 내부 입장 정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Q. 이번 총선 자문단에 취업준비생이 있었던 것이 파격적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취준생을 자문단으로 데려오면서 얻으려 했던 효과가 있었는지?
유정인 이번 총선기획 자체가 정치부만의 기획이 아니라 전사적이었다. 그래서 자문단도 몇몇이 추천해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외교·청년·노동 등 각 부서에서 후보군을 만들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자문단을 꾸렸다. 이번 총선에서 청년 의제가 주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방향은 있었다. 신년 기획으로 청년 장기 기획 프로젝트 ‘부들부들’기획팀이 청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평범한 청년도 넣자고 해서 그 분이 들어갔다. 그 뒤로 그 팀이 주도해서 기획 내에서 간담회도 하고 여러 번 그 분께 자문을 구했다. 이번 의제 기획 자체가 계속 가지를 뻗어서 나갔어야 하는데 이번 총선 특성상 그게 막혀서 아쉽다. 하지만 제한된 환경 안에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Q. 총선 3대 의제 중, 한반도 평화가 있었는데, 경향신문 내부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근본 원인은 뭐라고 보는가?
유정인 이 자리에서 경향신문 모든 분야의 대표성을 가진 대답을 내긴 어렵다. 3대 의제 선정 자체가 저희가 꾸렸던 총선 자문단에게 질문지를 드리고, 10~15개 의제 중에서 중요한 것 3가지를 뽑아 달라고 했던 것이다. 결국 기존에 생각했던 범위 내에서 결과가 도출됐다. 한반도 평화라는 의제를 선정할 때 특히 개성공단 전면 중단 사태가 불거진 지 얼마 안됐고 북핵 사태를 거치는 와중었다. 향후 우리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어떤 의제를 세워서 가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확실히 공유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경향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실제로는 대화나 소통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경색 국면, 대화 단절에 대해서는 정부가 돌아봐야 할 면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되고, 북핵 사태가 또 터진데 대해 우리의 접근법에서는 돌아볼 면이 무엇인지 언론 입장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이번 총선의 결과가 예측과 달랐다. 여론조사 등에 대한 고민이 있는가?
유정인 어떻게 더 정확한 보도를 할 것인가 보다 반성하는 단계에 가깝다. 애초에 각 언론에서 총선에서 이 당이 몇 석, 저 당이 몇 석 이라는 보도를 할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도 대략의 추세를 짚어줄 필요가 있다면 얼마나 더 정확하게 예측하느냐 이걸 고민해야 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여론조사나 이해당사자인 정당에서 보는 분석을 재료로 해서 언론이 민심을 예측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조차도 고민이 된다. 여기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일단 모든 언론이 다 크게 빗나간 상황이라 그에 대해 반성적 검토가 필요하다. 경향이 중앙 일간지 중에서 유일하게 여론조사를 안 한 것으로 아는데, 거기엔 경마식 보도를 지양하자는 뜻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타사나 기관의 여론조사, 정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다룰 때도 경마식 보도를 지양하자는 뜻이 좀 더 반영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사내에서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유정인)제가 오히려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다. 이번 총선 자체가 이런 정책이슈가 튀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유권자들이 정책보도를 주의 깊게 보면서 투표행위의 선택 기준으로 영향을 받는지 잘 모르겠다. 혹시 기존 언론들에서 접근하는 방식들, 정책에 대한 접근 방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는 점은 없으신지. 어떻게 하면 정책을 좀 더 접근성 있게 전할 수 있을까.
김언경 지금 정책보도는 의제 위주로 좀 어렵고 재미없게 정리된다. 그러다보니 많은 독자들이 저 의제가 나에게 해당되는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들이 각각의 정책과 내 삶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밑에서 위로 그리는 보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 고용주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 이런 식으로 정책 그 자체가 아닌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정책, 사람에 맞춰 쉽게 푸는 정책보도가 나오면 사람들이 정치가 나의 삶과 연관이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사는 삶을 그려주며, 그 삶에 필요한 정책을 쭉 푸는 것이다. 20대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 30대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 등으로 그려보는거다. 노동, 복지, 인권, 환경 문제 등등 모두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성적 소수자 문제, 미혼모,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도 정책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로 풀면 더 흥미를 주지 않을까.
유정인 총선 전에 여쭸어야 했는데(웃음) 총선보도에 SNS 이용하고 인터랙티브하게 하자고 해서 나에게 맞는 정당은? 정책으로 찍게 하는 걸 하기는 했는데 지면에서 그런 식의 정책보도는 하면 좋았을 것 같다. 사내에서 기획할 때 크게 던져주면 많이들 읽는가 하는 의구심이 있는데 아래에서 하는 접근 방식을 다음에 꼭 하겠다.
김지환 이걸 하면 대선 때 상을 또 주실 것이라 믿는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