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시기 | 2016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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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매달 ‘이달의 좋은 신문‧방송보도’ 시상식 겸 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취재과정과 보도에 실리지 않은 뒷이야기는 물론, 소소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입니다. 다음 시상식 및 간담회는 4월 26일(화) 저녁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많이 오셔서 좋은 기사를 쓰신 기자와의 대화에 동참하세요.
“사드, 기술적 효용성 지적보다
대북 정책 방향성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
3월 29일, 민언련 선정 2016년 2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2016년 2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에는 한겨레의 <사드 무용론 검증> 보도가 선정됐다. 2016년 2월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에는 JTBC <팩트체크>가 선정되었으나 수상자인 이호진 기자가 일신상의 사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겨레 박병수, 박현 기자가 참석했다. 아래는 두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왼쪽부터 한겨레 박현 기자, 박병수 기자,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박병수 : 한 것이 많이 없는 것 같아 부담도 되는데…. 감사히 받겠다.
박현 : 작년 봄 사드 논란이 있을 당시, 이를 검증할 미국 미사일 관련 기술전문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포스톨 교수를 처음 만났다. 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은 SDI라는 이름의 전략 미사일 방어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런데 천문학적 비용 문제 뿐 아니라 기술적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지점 때문에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이를 중단하고 뛰쳐나와 결국 백지화됐다.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한 포스톨 교수는 그 맥을 잇는 양심적 과학자다. 수상의 영광은 취재비 하나 주지 않고 요청한 인터뷰에 응해준 포스톨 교수에 돌리고 싶다.
Q. 최근 우리 군이 도입을 추진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로도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제대로 막을 수 없는 건가?
박병수 기자 : L-SAM은 일단 ‘40km이상’이라고 하지만 사드보다는 고도가 낮아 5~60km정도 내의 미사일 요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미사일 방어에서 ‘맞출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해봐야 낼 수 있다’일 것이다.
무엇보다 사실 사드 관련 문제에서, 이렇게 기술적 측면을 지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군사비밀로 정보 공개가 되지 않아 실태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술적 차원이 아닌 우리의 대북 정책 방향성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평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이쪽에 투입되는 비용을 다른 쪽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현 시점에서 미‧중간 ‘사드배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어떤 이면 합의가 진행됐다고 볼 수도 있을까?
박병수 기자 : 현재 미국은 미사일 방어를 추진하는 명분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며 전략적 균형을 깰 생각은 없지만 불량국가들을 향한 제한적 방어는 필요하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불량국가의 예시로 드는 것이 북한과 이란이다. 그런 기조로 보면 사실 사드를 한반도 남쪽에 하나, 다른 하나는 아랍 쪽에 배치 하는게 맞다. 한국의 국방부 입장도 ‘무조건 한다’이고.
다만 국제 정치라는게 군사적 목적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기에 상황이 바뀔 수는 있다. 현재 유일한 변수는 중국이다. 개인적으로 어쩌면 최종결정은 오바마 정부에서 못하고, 다음 행정부로 넘어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개인적 추측일 뿐이다.
박현 기자 : 부연하자면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큰 목적은 ‘미국 패권에 맞설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드 배치 역시 사전에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국가를 ‘포위’하려는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대응 등은 그저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Q. 일단 미 국방부에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고 싶어 하는 이유, 명분은 각종 관련 보도를 통해 이해했다. 근데 효용성 논란이 이는데다가 명백하게 중국과의 갈등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이 사드 배치를, 한국 국방부가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병수 기자 : 국방부는 ‘어떤 무기건 가져다놓으면 손해는 안 본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도입했는데 미국이 선전한 것보다 성능이 부족하다고 해도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났다”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안보에는 군사적 측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외교를 통해 싸우기 전에 말로 설득해서 이길 수도 있는 것이고, 결국 그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안보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큰 목표 하에 사드 배치 문제나 대북정책 등을 조율하고 배치해야 할 청와대 등에서 치밀하게 판단하지 않고 ‘한중 관계가 그렇게 문제가 되겠나?’라거나 막연히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국내 정치적 목표 때문에 이렇게 추진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Q. 북한 관련 보도에서 자주 인용되는 38노스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박병수 기자 :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매체로, 실제적 역할은 클린턴 정부시절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가 맡고 있다. 조엘 위트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압박도 해야 하지만 대화를 해야 문제가 풀린다는 ‘대화파’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8노스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인 로버트 갈루치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를 타결한 인물로, 워싱턴 정가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이들의 실무적 판단으로 해당 매체에서 그처럼 상세한 정보가 나온다고 볼 수 있다.
Q.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로 남북 관계가 긴장국면일 때, 실제 미국 정가의 분위기는 어떤가?
박현 기자 : 미국 정가에서는 보통 북한과 이란을 함께 비교하는 편인데, 이란의 경우 대화 제스쳐를 취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반면, 북한의 경우 도발만을 반복하고 있어 의회나 행정부에서 모두 대화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지금 한겨레에 키리졸브 훈련에 대한 비판 기사가 거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박병수 기자 : 매년 하는 훈련에 대해, 그것도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놓은 상태에서 해당 훈련에 대해 중간에 끼어들어 비판하는 것은 쉽지도 않거나와 설득력도 떨어진다.
Q. 북풍몰이를 하면서 여권이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다는 기사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박병수 기자 : 우리 사회 주류는 전쟁을 통해 뿌리 깊게 남은 레드컴플렉스에 기생해서 살아가고 있다. 악한 북한에 대한 요구 역시 거기에서 나온다고 본다. 만약 남북관계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향후 우리나라 지배계급 구조에도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시에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