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민언련 선정 ‘2016년 9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는 한겨레의 <최순실, 미르·K스포츠 연루 정황> 보도가 선정됐다.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에는 JTBC의 <사망원인 다른 의견 강조하라”> 보도가 선정됐다. 9월에는 특별상으로 시사프로그램 부문도 선정되었다. 주인공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편이다. 시상식에는 한겨레 김의겸 선임기자와 류이근·하어영·방준호 기자와 JTBC 백종훈 기자, SBS 안윤태·김정덕·서정훈 PD와 김송은 작가가 참석했다. 9월의 좋은 보도 수상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수많은 제보자들이 ‘그림’을 그려줬기에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 한겨레 김의겸·류의근·하어영·방준호 기자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김의겸 선임 기자 다른 언론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무관심, 나아가 냉대까지 하는 와중 홀로 보도를 이어나가는 것이 외로웠다. 그래서 동참을 요구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는데 막상 JTBC에서 태블릿 PC 관련 단독이 나왔을 때는 속이 많이 상했다. 다들 JTBC만 얘기하니까, 세상이 우릴 이렇게 몰라주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럴 때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우리가 ‘꾸준히 했다’는 것을 인정해줘서 기쁘다.

 

 

Q. 아주 오랫동안 보도를 이어왔는데, 혹시 아직 내보내지 않은 주요한 보도가 또 있나?
김의겸 선임 기자 사실 별로 없다. 9월 2일 네 명이 모여 팀을 꾸리고, 9월 중순 첫 보도를 내보낼 무렵 가지고 있던 기사도 두 건이 전부였다. 그 두 건을 다 내보냈을 때는 ‘이제 쓸 것이 떨어졌나 보다’ 했는데 이후 또 쓸 것이 생겨서 내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넘게 끌어온 것이다. 우리도 언제 끝날지는 잘 모르겠다.

 

 

Q. 검찰 수사 이후 사안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있나?
김의겸 선임 기자 개인적으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낙관한다. 권력이 살아있을 때는 검찰도 권력의 강아지 노릇을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공직자들도 청와대와 같이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자기보호본능과 생존 욕구 때문에라도 타협하지 않고 최소한의 일은 할 것이다. 어차피 환부가 너무 넓고 깊어서 외과수술 하듯이 도려낼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다.

 

 

Q. 발언을 미처 못한 다른 분들의 취재 소감도 들어보고 싶다.
류의근 기자 처음 팀을 꾸릴 땐, 팀원 간 세대 차이가 너무 나서 회사 내에서 최악의 조압이라는 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장단점이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취재는 개개인의 역량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때로는 홍길동으로 불리는 익명의, 때로는 실명의 수많은 제보자들이 그림을 그려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방준호 기자 개인적으로는 팀 안에서 세대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웃음) 그간 힘들고 기쁘고 아픈 순간이 정말 많았지만, 옆에서 발로 뛰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 바도 많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열심히 하겠다.

하어영 기자 김의겸 선임기자의 경우 탐사팀의 팀장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연차와 연령을 보유한 사람이었기에, 누구도 이 팀에 오고 싶어 하지 않았음을 이 자리를 빌려 공식적으로 밝힌다.(웃음)

 

 

 

“보도의 가치를 처음엔 우리도 몰랐다”
‘이달의 좋은 방송 보도’ JTBC 백종훈 기자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백종훈 기자 담당 기자가 최순실 관련 취재로 자리를 비워 대리수상을 하게 됐다. 기사에 대한 말씀은 많이 못 드릴 것 같다. 손석희 사장님이 신중하고 자중하라 하셔서.(웃음) 좋은 보도로 뽑힌 기사 중 사망진단서가 병사로 되어있다는 기사는 사실 우리도 기사의 가치를 몰라 단독도 달지 않고 흘러가는 두 번째 기사로 내보냈었다. 그러나 애초 기대치가 낮은 검찰과는 달리 자신의 양심을 걸고 일하는 의사가 왜곡을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해당 기사가 더 큰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 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늦었다고 반성하며 만들었다”
‘시사프로그램부문 좋은 보도 특별상’ SBS <그것이알고싶다> 안윤태․김정덕․서정훈 PD, 김송은 작가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안윤태 PD 방송 이후 과분한 칭찬을 받고 있지만, 사실 당연히 해야 했는데 오히려 늦게 한 일이다. 그 때문에 유가족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취재를 진행했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이번 방송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것을 어떻게 뒤집어서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만들었다. 긴 싸움을 앞둔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가 이뤄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 이에 대해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반성하고 지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덧붙여 백남기 농민 사건뿐 아니라 최근 JTBC에서 엄청난 일들을 해내고 있는데, SBS를 비롯한 지상파 구성원들이 배 아프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더 빨리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Q. 경찰청장이 방송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어찌 생각하나?
안윤태 PD 수박, 판자, 철판 등을 이용한 실험은 물대포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실험이었다. 반면 유리를 가지고 한 실험은 경찰의 보고서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었다. 물대포의 위력이 상당해서 당시 현장에서는 욕이 나올 정도였다. 공포감이 들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래서 경찰 보고서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실험의 조건이 달랐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은 강화유리를 사용했다고. 그러나 경찰 보고서에는 애초 강화유리라고 적혀있지 않았다. 혹시 몰라 강화유리로도 실험해봤는데, 그것도 박살이 났으니 그런 변명을 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는 일이다. 만약에 우리 실험 결과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본인들이 살수차를 가지고 있으니 직접 다시 실험을 해보면 될 일이다. 경찰의 공식적 민원제기도 없었다. 어쨌거나 현장에서 물대포를 재현해 본 입장에서는 절대 사람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장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제작 과정에서의 외압은 없었나?
안윤태 PD 백남기 농민과 관련한 사안은 계속 관심이 있었음에도, 이런 주제를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부 구성원들이 자기검열을 하는 분위기 때문에 빨리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가 청문회에서 관계자들이 당연한 것을 인정하지도 않고, 사과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며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CP에게 아이템을 내놨다. 그런데 5초 만에 하자는 말을 들었다. CP도 다루고 싶었던 주제였으나, 후배들에게 하자고 말하기는 어려워서 서로 망설였던 것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기계적 중립이 필요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고, 할 말은 다 하자고 결심했다. 더 위쪽에서 전화를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외압을 느끼지 못했다.

 

 

Q.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시는 장면을 계속 반복해서 보여준 이유가 궁금하다
안윤태 PD 잔인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증거 영상이기도 하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기에, 이 장면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납득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유족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불편하지만 분명히 이야기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해 책임이 있음에도, 이 당연한 것을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검찰과 경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친절하게. 초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물대포 때문이라고.

 

 

Q. 발언을 미처 못한 다른 분들의 제작 소감도 들어보고 싶다.
김정덕 PD 제작과정에서 편집과 실험준비를 담당했다. 너무 늦었다고 반성하면서 만들었다. 시청률이 좀 안 나온 것은 아쉽다. 이번 편은 예고도 본방 못지않게 상당히 공을 들여서인지 보통 3~4만 나오는 예고편 뷰가 이번엔 38만뷰 나왔다. 시청률이 다 예고편으로 간 모양이다.

서정훈 PD 프로그램 특성상 항상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너무 늦게 온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죄송스러웠다.

김송은 작가 촬영 나가기 전, 전반적인 취재를 담당했다. 팀에 합류해 처음 한 방송이었다. 모두가 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시청소감을 보고 놀랐다. 뿌듯하면서도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