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사 유튜브인가 사이버렉카인가, 무분별한 연예인 사생활 중계를 규탄한다
등록 2025.03.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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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산불 재난 피해가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심각한 가운데 상당수 언론이 사회적 책무는 외면한 채 무분별한 연예인 사생활 보도에 몰두하는 참담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KBS, 연합뉴스TV, TV조선, 채널A, MBN, KNN, CBS노컷뉴스, 뉴스핌, BEHIND, PICKCON 등은 3월 27일 유튜브채널을 통해 배우 김새론 씨 유족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다. 회견 목적은 배우 김수현 씨가 고인이 미성년 시절일 때 교제했다는 의혹 관련한 증거 공개이다. 

 

이번 회견은 연예인 사생활 폭로 이상의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 언론은 공적 의제인양 포장했다. 사이버렉카도 아닌 언론사 유튜브 채널이 저널리즘 퇴행만 가져올 회견을 경쟁적으로 중계했다. 결국 언론의 과열된 실시간 생중계는 연예인 사생활 폭로와 공방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일조했을 뿐이다. 이들에게 언론윤리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했던가.

 

더욱이 내용만으로도 고인의 인권을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높다. 특정 의혹을 공개 제기하며 고인의 생전 상황을 왜곡하고 일방의 주장만 확산시킬 가능성도 크다. 언론이 흥미를 위해 민감한 사안을 무책임하게 받아쓰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고인과 유족뿐 아니라 사안과 관련된 모든 이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보도해야 한다.

 

특히 공영방송 KBS,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최대주주인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마저 이번 회견 유튜브 생중계 대열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산불 재난과 같은 중대 현안을 제쳐두고 자극적 연예뉴스에 몰두하며 공영언론의 사회적 책무마저 내팽개친 것이다. 국민이 부담하는 수신료와 세금 등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언론은 그에 걸맞은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수많은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한 재난정보 제공, 정부·지자체 대응 점검, 피해복구 방안 등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언론에 강력 촉구한다. 사회적 공기를 자처한다면 연예인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파헤치는 선정보도를 중단하고 공적 책임을 다하라. 공영언론 KBS와 연합뉴스TV는 재난보도를 포함한 공익뉴스 제공에 집중하고 연예계 이슈 확대 재생산을 멈춰라. 공영언론 보도의 본질은 상업적 흥미 유발이 아닌 공공의 이익임을 다시금 자각하기 바란다.

 

 

2025년 3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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