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칼럼_
뉴스 전송과 짜장면 배달의 세 가지 공통점
김동훈(민언련 정책위원·한겨레신문 전국부장)
등록 2025.03.20 17:01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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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배달 및 뉴스 이미지

 

뉴스 전송과 짜장면 배달은 닮았다. 배달은 ‘신속’해야 한다. 배는 고픈데 배달이 늦으면 다시는 그 집에 음식을 주문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배달은 또 ‘정확’해야 한다.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짜장면을 시켰는데 짬뽕이 오면 “헐~ ”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짜장면은 또 ‘맛’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달이 된 짜장면이라도 맛이 없다면 낭패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뉴스 생산자인 언론 매체가 뉴스 소비자인 일반 국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뉴스를 전달해야 한다. 뉴스의 신속성이 결여돼 이미 다 알고 있는 뉴스를 전달한다면 이미 뉴스가 아니다. 또 정확한 뉴스도 언론의 생명이다. 악의적 오보는 말할 것도 없고 선의의 오보도 주의해야 한다. ‘신속’과 ‘정확’은 반비례다. 팩트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다 보면 뉴스배달이 지체된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 배달하면 아무리 정확한 뉴스라도 이미 뉴스의 기능을 잃어버린다. 

 

‘신속’, ‘정확’과 함께 뉴스는 ‘맛’이 있어야 한다. 즉, 뉴스가 독자들의 눈에, 시청자들의 귀에 쏙쏙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몇 번을 읽어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기사나 몇 번을 들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뉴스는 맛없는 짜장면과 같다. ‘신속’, ‘정확’, ‘맛’ 중에서 우선 순위를 꼽으라면 나는 정확을 꼽고 싶다. 확인되지 않은 뉴스는 차라리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뉴스의 ‘맛’을 내려고 ‘초’를 쳐서도 곤란하다. ‘초’란 기사를 과장하거나 가공하는 것을 말하는 기자들 사이의 은어다. ‘맛’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과장하거나 가공하지 않은 정확한 뉴스여야 한다. 

 

속보 경쟁이 오보 참사를 낳는다

 

2012년 12월 14일 오전 9시 40분,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로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28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언론은 재빠르게 보도했다. 그날 오후 2시 CNN이 가장 먼저 이렇게 보도했다. “용의자는 20대로 보이는 라이언 랜자로 보인다.” 경쟁사들은 라이언 랜자가 용의자인지 아닌지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라이언 랜자의 페이스북 등 SNS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 시간 뒤 AP 통신은 “라이언 랜자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한술 더 떴다.

 

오보는 오보를 낳는다. 뉴욕타임스는 “라이언 랜자의 어머니가 그 학교 교사로 학교에서 라이언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했다. 그사이 라이언 랜자의 페이스북 사진과 글이 여러 매체에 보도됐다. 모조리 오보였다. 실제 범인은 그의 동생 애덤 랜자였다. 어머니는 그 학교 교사도 아니었다. 애덤의 총에 맞아 살해된 장소도 학교가 아니라 그의 집이었다.

 

CNN과 폭스뉴스는 앙숙이다. CNN은 리버럴한 친민주당계 언론이다. 반면 폭스뉴스는 매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매체다. 공화당과 가깝고 도널드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언론매체다. 2012년 의료제도 개혁 법안 오보는 두 매체가 경쟁적으로 빨리 뉴스를 내보내려다 빚은 오보 참사였다.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원전 5세기에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서문은 이런 오보에 경종을 울리는 글귀다. 지금으로 치면 전쟁을 직접 보고 겪은 종군기자가 쓴 글이다. 2,500년 전 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나는 내가 직접 목격한 사건을 기록했다. 간접적으로 목격자에게서 들은 얘기들은 최대한 철저한 확인을 거쳐 기록에 포함했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 쉽게 발견되지는 않았다. 서로 다른 목격자들은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진술을 내놨다. 이들은 어느 한쪽이거나 아니면 상대편을 편들기도 했고, 때로는 불완전한 기억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오보의 씨앗은 정파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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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오랜 성폭력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자의 취재과정을 다룬

영화 <그녀가 말했다>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처스


우리는 부정확한 보도의 홍수 속에 산다. 언제부턴가 언론사마다 ‘팩트체크’ 코너가 운영된다. 모든 뉴스는 팩트체크를 거친 뒤 독자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따로 또 팩트체크를 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부정확한 보도의 원인 중 하나가 언론의 정파성이다. 

 

보수 매체들은 시청 앞에 모인 극우단체의 숫자를 부풀리고 싶었던지 말도 안되는 숫자가 나온다. 3.1절 극우단체 집회 때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는 두 집회에 최대 12만명(광화문 6만5천명, 여의도 5만5천명)이었다. 그런데 주최측은 각각 500만명과 30만명이라고 주장했고, 일부 매체는 이를 그대로 받아 썼다.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이 모였다는 비현실적 숫자인데도 그냥 쓴다.

 

2022년 개봉한 영화 ‘쉬 세드’(SHE SAID)는 할리우드의 권력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추악한 성추문을 폭로한 뉴욕타임즈 두 여성 기자의 활약상을 그렸다. 증언을 주저하는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며 팩트에 팩트를 확인한다. 한 피해자는 용기를 내어 증언하겠다고 했다가 기자가 찾아가자 끝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입을 닫는다. 두 기자는 좌절할 만도 하지만 놀랍도록 침착하게 대처하며 끝내 와인스타인의 악마 같은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다. 두 기자의 활약은 전 세계 미투운동을 촉발했다.

 

기자 출신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2001년 출간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서 10가지를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정확한 보도의 핵심을 짚은 말이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사실 확인의 규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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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