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겨울대학언론강좌 후기
대학언론, 거리를 부탁해①
세상이 망하는 걸 차마 두고만 볼 수 없었다
▲ 2025 겨울대학언론강좌에서 질문하고 있는 김한결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의 인연은 지난해 4월 시작됐다. 당시 언론 탄압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며 민언련 활동가 선생님들을 인터뷰했는데, 이후 내게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 항의 집회에서 대학언론인들을 대표하는 연대 발언을 요청해주셨다. 훨씬 커다란 사명과 열정으로 곳곳을 누비고 있을 대학언론인들을 감히 내가 대표해도 될지 반문하고 주춤했지만, 인터뷰에 응해주신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발언대에 올랐다. 이후 소란한 한 해를 지나 보내고, 올겨울 대학언론강좌를 통해 다시 민언련을 찾았다.
사흘간 여섯 기자 분들의 강연은 제각기 달랐지만 본질은 비슷했다. 나날이 터져 나오는 사건으로 무력과 우울을 거듭하기 쉬운 현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담한 듯 단호하게 들려주셨다.
〈시사IN〉 김연희 기자님은 “저널리즘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패이기도 하지만, 성숙된 민주주의가 도리어 언론을 지켜주기도 한다”고 말씀하셨다. 오랜 시간 언론의 사명과 역할, 윤리를 사유해온 자만이 내놓을 수 있는 선언이자 위로였다. 각종 재해·재난 현장을 누벼온 〈MBC〉 이지은 기자님을 통해선 듣는 자의 예의, 그리고 지치지 않고 듣기 위한 마음가짐을 배웠다. 숏폼과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한국일보〉 양진하 기자님과 〈JTBC〉 채윤경 기자님의 이야기엔 독자에게 가닿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깃들어 있었다. 특히 채윤경 기자님께선 본인이 기자보다는 사업가에 가까운 세속적인 사람이라며 유쾌하게 본인을 낮추셨지만, 온갖 저급 미디어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가치 있는 정보를 유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분이야말로 진정한 언론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면 매체의 물성이 지닌 매력을 십분 끌어올려 ‘완판 신화’를 기록한 〈한겨레〉 황예랑 기자님의 강연은 실무적으로 참조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님의 수업에선 언론인은 일종의 사관(史官)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론인의 기록은 권력을 질책하기 위한 채증일 수도 있고, 힘없는 자를 대변하기 위한 목소리의 편린을 모으는 일일 수도 있겠다. 현장과 피사체를 오롯하게 담아내는 사진 기자의 고유한 힘에 대해 깨닫는 시간이었다.
고백하건대 특강 내내 언론사란 굉장히 주먹구구로 운영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면서도 얼마간의 전문성 내지는 엄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듯하다. 따라서 언론인이란 안온함이나 예측 가능성과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는 걸 벌써 깨달아버렸다. 얼굴에 서린 피로와 얼마간의 염세적 태도마저 낭만화하고 싶진 않다.
그럼에도 지난함과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이 업계에 남는 건 일말의 사랑과 믿음 때문이 아닐까 섣불리 짐작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이 세상이 망하는 걸 차마 두고만 볼 수 없어서 무어라도 보태고 덧대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이 나아질 거라는 믿음. 이는 대학언론에 몸담은 이들의 마음인 동시에, 권력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 민언련의 마음일 거라 믿는다. 대학언론강좌를 수강한 3일은 동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유독 추운 올겨울을 나는 내 사랑과 믿음은 여전히 미약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걸 떠올릴 때마다 조금은 두터워지는 것도 같다.
김한결 서울대저널 기자
▼날자꾸나 민언련 2025년 겨울호(통권 230호) PDF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