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칼럼_
노란봉투법과 중도보수의 길,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록 2025.03.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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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궤변에 눈감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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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최안 민주노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2022년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31일간 가로·세로·높이 1미터 철제감옥 속에 스스로 들어가 투쟁하던 모습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나치 선전부장 궤벨스는 대중들이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잘 속는다고 믿었다. 12·3 내란 이후 시민들은 반복 재생산되는 내란세력의 궤변에 괴로워하고 있다. 바이든-날리면 소동부터 일상화된 대통령의 큰 거짓말을 눈감아준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정당”이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이 논란이 됐다. 한겨레는 <이재명 “민주당 중도보수” 후폭풍...“정략적 우클릭 매우 우려”>(2월 20일 고한솔, 기민도, 김채운 기자)에서 한국 사회를 더욱 보수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과 원래 보수정당으로서 실체를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를 보도했다.

 

여당과 보수언론은 이재명 대표 발언의 진정성에 대해 공세를 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제성장’ 주장하며 법안은 ‘반기업’>(2월 26일 김정환 기자), <여권·재계 “李 실용주의, 노란봉투법 철회·중대재해법 개선으로 진정성 보여야”>(2월 4일 권순완 기자)를 통해 노동정책을 민주당 정체성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은 법치를 붕괴시키고 민주노총을 초법적인 존재로 옹립해 주는 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누가 큰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노란봉투법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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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5일 조선일보는 전태일재단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조명하는 창간 104주년 공동기획 첫 연재를 실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2022년 3월 전태일재단과 창간 104주년 공동기획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를 연재하며 “대기업 정규직 12%와 낮은 임금에 사회안전망도 부족한 중소기업, 비정규직 88%간 이중구조” 극복을 취지로 내세웠다. 그렇다면 하청노동자 임금 및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에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조법 개정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역행하는가? 조선일보는 원하청 격차해소를 위해 “대기업이 먼저 나서서 노사상생 방안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도 조선업 상생협약으로 원청이 적정기성금(도급비)을 지급하도록 하고 체불임금도 막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착한 원청’ 선의에 기댄 상생?…현실은 임금 떼여도 “내 일 아냐”>(2023년 12월 18일 조해람 기자)에서 상생협약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는 임금체불과 폐업 피해를 본 당사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조선업 상생협약 1년, 현장은 임금체불로 신음>(2024년 3월 25일 강예슬 기자)에서 상생협약의 핵심인 적정 기성금 논의는 실종됐고 다단계 물량팀 증가로 오히려 임금체불은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조선업 상생협약 성과로 하청노동자 임금이 7.5% 상승했다고 발표했지만, 금속노조는 “조선업 호황기에 시급 1만원 노동자의 임금이 고작 750원 올랐다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같은 시기 조선 3사 정규직 평균연봉은 1억원 대까지 올라 격차는 더욱 커졌다.

 

둘째 노란봉투법은 반기업 법안인가?

하청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인 하청업체 사장의 지불 능력은 원청이 일방적으로 책정한 기성금에 달려 있다. 원청이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납품단가를 후려친다면 하청업체는 폐업, 노동자는 체불임금과 해고로 내몰린다.

 

만약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을 통해 적정 기성금을 보장받는다면 하청업체 사장에게는 나쁜 일인가? 하청노동자 처우가 개선된다면 원하청 공급망 전체 노동 생산성은 증가하는가, 후퇴하는가? 원하청 공동교섭은 한국경제 해법으로 제시된 동반성장론이나 이익공유제 등 경제민주화의 수단은 아닌가?

 

마지막, 노란봉투법은 법치를 부정하는가?

누가 이율배반적인가? 여당과 조선일보는 반복적으로 “노조의 불법 파업에도 면책”이라고 왜곡하지만, 불법 파업이 발생하면 노동조합 지위에 따라 관여한 만큼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대기업 정규직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논리에 따르면 하청노조와 원청의 교섭으로 정규직 노조 임금 파이를 줄일 수 있는 노란봉투법에 민주노총은 극렬하게 반대해야 되지 않겠는가?

 

2006년 3월 철도노조는 KTX 여성 승무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노조법상에 따르면 원청 코레일 사장은 하청 비정규직의 사용자가 아니며 정규직 노조가 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다. 철도노조는 결국 1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69억 9천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이자 30억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2022년 6월 대우해양조선 하청노조 투쟁은 어땠나. 51일 동안 파업한 하청노동자 22명에 대해 1심 법원은 “개인의 이익보다 하청 노동자들 근로조건 개선 등 공익적 목적”이라고 하면서도 파업 정당성은 인정하지 않아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과 별개로 대우조선은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거짓말을 하는 자는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보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노조의 공익적 투쟁은 불법이 되는 세상. 합법 파업은 기업별 임금교섭으로 국한시킨 노조법. 이런 상황은 그대로 둔 채 12대 88의 사회를 넘자는 것이야말로 이율배반이고 큰 거짓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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