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칼럼_
‘입만 열면 거짓말’ 윤석열의 25개 프레임 조작, 언론도 공범이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
등록 2025.01.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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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언론의 의제 설정이 대중의 인식과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프레이밍 이론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 한남동 관저 공성전에 이르기까지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이 주도한 주요 프레임 조작을 시간 역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국격이 떨어진다’는 프레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을 수갑 채워 끌고 가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한 뒤 비슷한 주장이 계속 나왔다. “유혈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면 안 된다. 애초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이 정권을 지키려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부터 국격이 떨어졌고, 체포영장 집행에 반발해 관저에 틀어박히면서 국격이 계속 떨어졌던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말했듯 국격이 걱정되면 스스로 걸어나와서 조사를 받으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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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탄핵 심판 이후로 미루자’는 프레임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 탄핵 심판은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을 다투는 징계 절차고 내란죄 수사는 형사 처벌을 다투는 법적 절차다. 수사 결과 확인된 사실관계가 탄핵 심판에 반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직권남용 등이 불소추 특권에 해당되기 때문에 파면 이후 수사가 진행됐지만 내란죄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탄핵 때도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이 탄핵 인용 전에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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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윤석열 방어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프레임

당연히 모든 범죄 피의자들에게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에게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체포영장은 구속영장이 아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 다섯 차례나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청을 뭉갰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공수처에 출석해 수사를 받겠다고 헀다면 체포영장을 집행할 일도 없었다. 구속영장은 다음 문제다. 죄질이 중하거나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겠지만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방어권 보장은 윤석열 하기 나름이다. 수갑 차고 끌려 나와야 하는 상황을 만든 건 윤석열 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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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방문 조사로 가자’는 프레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직무가 중지되었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체포영장 집행을 미뤄달라는 이야기다. 윤석열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불법이라며 출석 요구를 뭉개던 상황에서 달라진 게 없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정진석 비서실장 주장에 “입장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체포영장 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

 

5. ‘오죽하면 계엄을 했겠냐’는 프레임

지난해 12월 12일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의 제4차 대국민 담화는 윤석열의 뒤틀린 세계관을 또 다시 드러냈지만, ‘멘붕’에 빠진 보수진영에는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했다. 윤석열은 “거대 야당의 위헌적 조치”에 맞서 “헌법의 틀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을 척결한다”는 건 애초 윤석열의 자의적 판단인 데다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헌법을 어겼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다. 이날 윤석열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켰고, 둘째, 위헌적 특검 법안을 발의해서 정치적 선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헌법이 정하는  비상계엄의 요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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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통치 행위’라는 프레임

윤석열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 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통치 행위도 헌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2.3 내란은 헌법이 규정한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 헌법적 결단이란 말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란 주장도 결국 비상계엄이 ‘폭동’이고 헌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7.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는 프레임

역시 궤변이다. 헌법 7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를 내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폭동’이냐 아니냐가 관건일 뿐 비상계엄을 몇 시간 동안 선포했느냐는 것은 쟁점이 아니다. 게다가 두 시간만에 끝난 건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의결됐기 때문이고, 그나마 윤석열이 계엄해제를 선언한 것도 3시간 30분이 지난 뒤였다. 더욱이 윤석열은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두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윤석열은 “총을 쏴서라도”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까지 확인됐다.

 

8. ‘탄핵 사유 80%가 날아갔다’는 프레임

국회 탄핵소추인단이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윤석열 변호인단은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탄핵소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진영에서는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거나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 한다”며 논쟁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형사상 내란죄라는 주장을 철회한다”는 게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탄핵 심판은 파면 여부를 다투는 징계 절차고 내란죄는 어차피 형사 법정에서 따로 다뤄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상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고, 비상계엄이 불법이었다고 해서 곧바로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불법이라면 내란죄 성립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그것만으로도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가 된다. 현재 윤석열에 대한 내란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굳이 헌재에서 여기까지 다룰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9. ‘공수처 자격 없다’는 프레임

윤석열이 버티는 이유 중 하나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죄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신청한 체포영장은 불법이라 응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찰과 검찰, 공수처 사이에 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있던 건 사실이지만 이미 정리된 상태다. 첫째, 내란죄는 경찰에 수사 권한이 있다. 둘째, 검찰은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는 없지만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면서 연관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셋째,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넘겨받을 권한이 있다. 지금은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이첩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검찰이 빠지고 공수처와 경찰이 공조수사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일단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이상 교통정리는 끝난 상황이다. 왜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느냐는 주장도 쟁점이 될 수 없다. 피의자 윤석열이 불법 여부를 판단할 사안이 아닌 데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10. ‘거야의 폭주’ 프레임

더불어민주당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별개의 사안을 물타기하는 것이다. 가수 나훈아가 “왼쪽, 니는 잘했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다수의 횡포라는 말로 합법과 불법을 뒤섞으면 안 된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은 합법이다. 여기에는 어떤 논쟁의 여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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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탄핵 반대 여론 늘었다’ 프레임

탄핵 반대 여론이 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와 비교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새누리당보다 높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하락 폭이 크다. 분명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힘이 실리는 것은 아니고 윤석열이 체포영장을 거부할 명분이 될 수도 없다.

 

12.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 프레임

가장 강력한 프레임이지만 역시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지금은 명백한 헌정 유린 사태를 두고 정치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다. 누군가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본질을 가리면 안 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고 시간을 끌 문제도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대선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를 부각하려는 보수언론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13.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는 프레임

개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선 순위를 뒤섞으면 안 된다. 5년 단임제의 폐해가 크고 성공한 대통령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윤석열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윤석열은 제도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지금은 윤석열의 헌법 위반 범죄를 심판하는 게 한국 사회 최우선 과제다. 윤석열을 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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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대통령을 수갑 채워야겠냐’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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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을 관저에서 수갑 채워 끌고 가는 것은 국격을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이 강제로 끌려나오는 장면이 생중계되거나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경우 야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것도 전형적인 프레임 왜곡이다. 끌려나오고 싶지 않으면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면 된다. 출석 요구를 뭉개고 있으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유혈 충돌 때 여야는 감당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기도 했다. 유혈 출동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윤석열이 걸어나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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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특검으로 가자’ 프레임

일단 특검을 막고 있는 게 국민의힘이라는 사실을 빼놓으면 안 된다. 특검이 출범하면 그때 가서 수사 자료를 넘겨받으면 된다. 특검에게 맡겨야 하니 공수처가 손을 떼라거나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라는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없다. 당장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특검 추천과 임명, 준비 기간까지 20일 이상 걸릴 거라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이제 와서 특검으로 가자는 주장을 1면에 싣는 건 일단 시간을 벌고 보자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16. ‘합의하라’는 프레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합의가 안 돼서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고, 합의가 안 돼서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겠다는 논리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권한이 없다는 프레임도 있다. 헌재 재판관 임명권은 안 되는데, 특검법 거부권은 된다는 주장도 논리적 모순이다. 오히려 특검법 거부권은 적극적인 권한 행사라 자제하는 게 맞고 국회 추천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도 임명을 미룰 명분이 없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17. ‘자영업자들 어렵다’ 프레임

원인과 결과를 뒤섞으면 안 된다. 윤석열이 원인이고 탄핵은 결과다.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는 건 탄핵 때문이 아니라 비상계엄 사태가 수습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때문이 아니라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탄핵 심판이 끝날 때까지 국정 공백은 피할 수 없다. 혼란을 끝내려면 탄핵 심판과 진상 조사, 법적 절차를 질서있게 진행하는 게 최선이다. 이게 잘 끝나야 모든 게 정상 궤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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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불법시위’ 프레임

보수언론의 해묵은 레퍼토리다. 도로 점거가 불법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밤을 지새우는 이유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도둑을 쫓고 있는데 무단횡단을 했다고 나무라는 꼴이다. 게다가 내란죄는 절도죄와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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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친중 혐오 프레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8일 외신기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자 국민의힘은 ‘친중매체를 포함한 비밀회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안용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미국에도 셰셰 중국에도 셰셰하는 나라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주장했는데 이재명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말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3월 중국-대만 문제에 대해 “왜 중국을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하면 되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가 중국에 우호적이고 미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보수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다. 
     
윤석열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됐다. 이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는 최소 2년 이상 한국 군사시설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직후 이에 항의하기도 했다. 간첩혐의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은 같은 담화에서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한다”고도 언급해 논란이 됐다. 윤석열은 한미동맹 강화, 윤석열이 탄핵당하면 한미동맹이 무너지고 친중 이재명이 등장한다는 프레임으로 혐중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20.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프레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을 다들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이건 같은 질문에 같은 말로 답변한 것뿐이다. 2013년 10월 21일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나온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

 

정갑윤(당시 새누리당 의원) : “이런 검찰 조직을 믿고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나 정말 걱정됩니다. 하다못해 세간의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입니다.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석열(당시 여주지청장) :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갑윤 :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

윤석열 :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말의 원천을 따지자면, 정갑윤이 최초로 발언한 것이고, 윤석열은 이에 그대로 대답했을 뿐”이라며 “윤석열이 정갑윤에게 이 발언의 저작권료를 줘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정갑윤이 말한 ‘사람’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퇴출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고 윤석열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할 때 ‘사람’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은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곧 정의라고 믿는 사람이니 채동욱이나 황교안 같은 ‘사람’에게 충성할 이유가 없었을 뿐이다.

 

21. ‘정의의 심판자’라는 프레임

국민들이 윤석열의 실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툭하면 격노하고 한 시간 회의에 혼자 59분을 이야기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관료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했고 이준석과 한동훈 등 여당 대표도 맘에 안 들면 찍어 누르거나 쫓아 보냈다. 윤석열 충성의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김건희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역사적 비극이다. 김건희의 일곱 간신들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막고 극우 유튜브의 세계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22. ‘박절하지 못했다’ 프레임

검찰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장학금 600만 원을 받은 것은 유죄라면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300만 원짜리 명품 디올 백은 제재 규정이 없다며 뭉갰다. 윤석열은 “외국 회사 그 작은 파우치”라고 ‘쉴드’치던 박장범 앵커를 KBS 사장에 앉혔다. “(김건희가) 박절하지 못해서 (명품 백을) 받았다”고 윤석열은 주장했지만 박절했든 안 했든 직무 관련성이 있는 관계라면 100만 원 이상 선물은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김건희는 처벌받지 않지만 윤석열에게는 신고 의무가 있다. 거침없이 휘두르던 법의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23.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었다’ 프레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이 꾸려진 건 2021년 8월이고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구속된 건 2021년 11월이다. 다른 공범들은 항소심 선고까지 끝났는데 김건희는 소환 조사 한 번 받지 않다가 지난해 7월 검찰이 방문조사를 한 번 한 게 전부다. 검찰은 결국 김건희를 4년 6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대선 때 TV 토론에서는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허위사실 공표가 된다. 김건희가 1차 주자조작 때 손실을 본 건 맞지만, 2차 주가조작까지 합치면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한 번도 탈탈 털지 않았고 이제부터 털어야 한다.

 

24. ‘부자 감세하면서 건전 재정한다‘는 프레임

애초 불가능한 프레임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3년 동안 깎아준 세금이 97조 원에 이른다. 낙수 효과는커녕 부자들과 대기업들이 떡고물을 나눠 가졌고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세수 펑크가 3년 동안 87조 원, 국가 채무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돈을 풀고 경제를 살려야 할 시점에 윤석열은 건전 재정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 지출을 틀어쥐었다. 내수가 죽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소비자 물가는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소매 판매액 지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8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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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노동개혁’이라는 가짜 프레임

태생이 검찰 정권이라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공격했다.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찍어눌렀고, 조합원 채용 요구를 문제 삼아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낙인 찍어 공격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편승하는 악의적인 프레임 전략이다. 명백한 표적수사였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범죄로 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화물 노동자들은 자영업자에 가깝지만 안전운임을 적용하지 않으면 과속과 과적, 과로, 야간 운행이 늘고 소득이 줄어든다. 안전운임을 다시 도입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건설노조가 채용에 관여했던 건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고 불법 하도급과 중간착취를 줄이기 위한 노사 협의의 결과였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도 연장 근로와 위험수당을 더한 개념이다. ILO(국제노동기구)와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노조활동을 탄압했다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었던 2년 8개월

윤석열이 집권 절반 지난 시점에 폭주한던 건 결국 김건희 리스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가 한 명리학자를 만나 “저 감옥 가나요”라고 물었다는 게 2023년 12월이다. 김건희특검법이 발의되고 디올백 사건으로 시끄럽던 무렵이다. 국민의힘은 총선에 참패했고 여론은 계속 악화됐다. 급기야 지난해 9월 명태균게이트가 터지면서 김건희특검법의 수사범위가 더 늘어났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롯데리아에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등을 만나 회의를 했던 11월 17일은 명태균이 구속된 이틀 뒤다. 11월 24일 윤석열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을 만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도 명태균을 언급했다고 한다.

 

명태균이 12월 2일 윤석열 부부와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휴대폰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명태균이 “내가 구속되면 한 달 안에 탄핵된다”고 했던 말은 사실이 됐다. 명태균 구속은 11월 17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은 12월 14일이었다. 윤석열은 명태균을 두 번 만난 게 전부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검찰 보고서에 따르면 명태균은 당원 명부를 빼돌려 여론조사를 했고 윤석열에게 보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도 크다.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방향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명태균의 역할은 마치 킹메이커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명태균과 윤석열 부부의 대화에서 뭐가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프레임 뒤에 숨은 윤석열의 공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023년 10월 서울시 강남구청장 보궐 선거 직후 “윤석열은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과장된 어법과 끝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자신감이나 자긍심의 발로일 수 없고, 그저 내재된 여러 두려움에 대해 반사작용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은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강조했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피하려고 비상계엄으로 폭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을 비판하면 반국가 세력이고 윤석열이 지키고 싶었던 건 국민의 자유와 행복이 아니라 김건희의 자유와 행복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남동 관저에 틀어박혀 온갖 핑계를 쏟아냈지만 핵심은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탄핵 심판을 미루거나 혹시라도 탄핵이 기각되거나 이재명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가 나오는 등의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면 버텼던 것다.

 

보수언론의 프레임 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

여전히 조선일보의 힘은 강력하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권력 감시와 비판의 사명을 갖고 있는데 어떤 언론은 플레이어로 뛴다. 킹메이커 역할을 하거나 판을 바꾸려 든다. 윤석열 탈출은 ‘동아-중앙-조선’이라고 했었는데 실제로 동아일보는 이태원과 채상병 사건 때부터 돌아섰고, 중앙일보는 잼버리와 총선 패배 이후 차갑게 식었다. 조선일보는 비상계엄 이후에도 윤석열 비판보다는 프레임 셋팅에 주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듯 보인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기사의 의도를 보고 한 발 물러서서 큰 프레임을 봐야 한다.

 

언론인들은 개인의 편향을 지면에 담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훈련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거나 종합부동산세는 폐지돼야 한다는 등은 가치 판단의 문제다. 반론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언론의 책무다. 더 나은 사회로 가는 토론을 제안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홍원식동덕여대 교수는 혼란스러운 길에서는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기억해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거부하는 내란세력과 이에 맞서는 세력 사이에 정치적 중립이란 건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12월 3일 비상계엄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말하는 것은 논쟁과 토론의 영역이 아니라 “범죄에 반대한다”거나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편적인 정의의 영역이다. 본질을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외쳐야 할 때다.

 

※ 이 칼럼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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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